[팜뉴스=최선재 기자]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최근 육아 휴직 사용 문화가 확산 중이다. 너도나도 ESG 경영을 도입하면서 외부 압력이 작동한 결과, 이제는 상위 제약사를 중심으로 육아 휴직 사용이 본격화된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육아 휴직을 바라보는 시선이 세대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MZ 세대는 상당한 만족감을 드러낸 반면 기성세대의 반응은 미묘하다. 아무리 ESG 경영 때문이라도, 상상할 수 없는 혜택을 누린다는 이유에서다.

게티
게티

#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 릴레이 속 '육아휴직' 키워드

상위 제약사를 중심으로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 발간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주목할만한 사실은 제약사들이 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ESG 항목 중에 업계 이목을 사로잡은 키워드가 있었다는 점이다. 

바로 '육아휴직'이다. 특히 한미약품, 유한양행 등에서 육아휴직 사용 인원이 최근 3년간 압도적으로 늘고 있다. 

한미약품이 지난 6월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휴직 사용인원은 49명을 기록했다. 

2020년 41명이었지만 2년 사이에 8명 늘어난 수치다. 특히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인원은 같은 기간 10명에서 19명으로 급증했다. 여성 직원도 41명에서 49명으로 늘었다. 

육아 휴직 이후 경력 단절도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49명 전부가 복직했고 복직율 역시 98%에 달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재택 근무가 확산된 2021년을 제외하면 한미약품 내에 육아휴직 사용 문화가 연착륙한 것으로 해석 가능한 대목이다. 

한미약품 본사
한미약품 본사

# 유한양행, GC 녹십자는 물론 대형 바이오 기업도 동참

유한양행도 다르지 않다. 유한양행은 육아휴직 대체 인력 채용 현황까지 공개했다. 

유한양행이 지난 7월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의하면, 육아휴직 사용 인원은 2020년 22명에서 40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육아휴직 이후 업무 복귀자도 같은 기간 18명에서 33명으로 늘었다. 동시에 2020년부터 10여명의 대체 인력을 꾸준히 채용해왔다. 

GC 녹십자는 육아 휴직 사용 인원 자체가 압도적으로 많다. 지난 6월 발간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휴직 사용 인원은 63명이었다. 

2020년 41명에서 약 50% 늘어난 수치다. 이중 남성 육아 휴직 사용 인원도 같은 기간 9명에서 14명으로 늘었다. 육아 휴직 사용 이후 복귀율도 100%를 기록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 등 대형 바이오 기업들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앞다투어 육아 휴직 사용 증가 수치를 공개했다.

유한양행 본사
유한양행 본사

# MZ "너무 좋아" VS 기성 세대 "라떼는 말야"

그야말로 상위 제약 바이오 기업을 중심으로 '육아 휴직 문화' 시대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기성세대 직원과 MZ 세대 사이에 미묘한 인식차가 보인다는 점이다. 

MZ 세대 직원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제약사 직원은 "회사 차원에서 육아 휴직을 무리 없이 사용하도록 해주고 있는데 정말 좋다"며 "저희 부서에서도 최근 한 명이 육아 휴직을 갔는데 공백을 특별히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일단 '쓰지마!'가 아니라 육아휴직을 쓰는 게 당연하도록 사내 문화가 바뀐 점이 마음이 든다. 잃어버렸던 권리를 찾은 느낌이라서 적극 활용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직원은 "육아 휴직을 보장하지 않으면 이제는 채용 자체가 어려운 시대"라며 "아무리 제약 바이오 생태계에 인력이 많다고 하지만 이제는 세상과 현실이 달라졌다. ESG 경영을 모멘텀 삼아 육아 휴직 사용 문화가 더욱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기성 세대 직원들의 반응은 다르다.  

또 다른 제약사 직원은 "ESG가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했기 때문에 육아 휴직 사용이 이전보다 편해지고 늘어난 건 사실"이라며 "예전에는 같은 부서 직원이 육아 휴직을 쓰면 '뜨악'하는 분위기였지만 이제는 당연하게 여겨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일부 남성 직원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는다"며 "제가 근무하던 시절에는 상상조차 못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몇 개월도 아니고, 무려1년 가까이 육아 휴직을 쓰는 남직원들도 봤다. 심지어 부부가 번갈아 쓰기도 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2년이다. 이전과 너무 달라서 당황스러울 정도"라고 전했다.

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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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G= 파트너사 평가 기준, 육아휴직 더욱 확산될 것

한편, 제약·바이오 업계의 육아 휴직 등 가족친화적인 정책이 더욱 확산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가족 친화적인 문화 정책이 ESG 중 'S(social)' 평가 중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 대부분이 유럽 쪽에 많다"며 "이들이 국내 제약사에게 ESG 규정 준수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기준에 맞지 않으면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구체적인 움직임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 측면에서, 육아 휴직을 망라한 복리 후생 정책은 결코 작은 부분이 아니다"며 "이런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제약사들의 유럽 수출길 자체가 막혀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세대별 반응과 상관없이 결국은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유럽연합(EU)은 ESG 실사 의무화를 포함한 행정지침을 발표했다. EU 역내 기업에 거래하는 제약사들은 공급망 전체에 대한 실사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실사에서 ESG 경영 수준이 최하등급 판정을 받으면 최악의 경우 수출 계약이 물건너갈 수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와 파트너십을 맺으려면 ESG 경영 공시는 필수"라며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빅파마는 내부 규정을 통해 ESG 준수를 선도하고 협력사들에게 직접적으로 요구를 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파트너사가 ESG 기준에 미달된다고 하면 계약 자체를 파기하거나 불관용의 원칙을 적용하는 경우도 많다"며 "제약 바이오사들, 특히 수출을 목적하는 국내 제약사 직원들의 가족 친화 정책은 장기적으로 더욱 활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SG 중 S는 지키지 않으면 바로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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