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성은아 박사
사진. 성은아 박사

siRNA(짧은 간섭 RNA, short interfering RNA) 약물은 최근에 개발되기 시작했지만 이미 5종이 나와 있으며, 임상시험 후기 단계에서 개발 중인 약물도 다수 있다. 2018년에 승인을 받은 파티시란(상표명 온파트로)이 최초의 siRNA 약물이다. siRNA 약물은 타겟의 기능을 억제해서 약효를 나타낸다.

생체 내에서 어떤 기능이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있거나 불필요하여 문제를 일으킬 때에 치료를 위해서 그 기능을 특이적으로 억제하는 약물을 투여한다. 억제제로 작용하는 약물들은 주로 작은 화합물이나 항체인데, siRNA가 나오면서 이들에 합류했다.

기존의 약물들이 단백질에 작용하는 반면, siRNA는 단백질이 합성되기 이전 단계인 RNA에 작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단백질은 mRNA에 들어있는 유전정보가 지시하는 대로 합성된다. siRNA는 타겟 단백질에 대한 mRNA를 특이적으로 분해한다. 결과적으로 타겟 단백질이 생산되지 못하여 기능이 억제된다.

siRNA가 나오기 이전에도 단백질의 합성을 조절하는 RNA 약물들이 있었다. siRNA 약물의 특징은 세포 안에서 어느 mRNA든 공통된 방식이긴 하지만 선택적으로 분해한다. 그래서 약물을 디자인하고 만드는 과정이 규격화 되어있다. 약물의 염기서열이 타겟을 선택하는 특이성을 결정한다.

mRNA가 단백질에 대한 정보를 코딩할 때에, 그 설계도는 보통 수백 개에서 수천 개 길이의 염기의 배열로 되어 있다. siRNA 약물을 디자인하기 위해서 이 중에서 20 개 남짓한 길이의 서열을 선택한다.

몇 달이면 siRNA 약물을 디자인하여 만들어 낼 수 있으니, 약물을 개발하기 위해 걸리는 시간이나 노력은 화합물이나 항체를 개발할 때와 비교되지 않는다. 사람의 유전정보가 모두 알려져 있으므로 이론상으로 고치지 못할 질병이 없을 것이다. 이는 RNA 약물을 개발하는 주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사람은 대략 2만 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이 중에서 약 15%의 유전자는 단백질 단계에서 화합물이나 항체 등의 약물로 활성을 조절하기에 용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추측한다.

나머지 85%의 유전자도 세포 내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질병을 유발할 수 있지만, 단백질 단계에서 활성을 인위적으로 조절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들 단백질의 경우, 약물이 접근하기 어렵거나 그 활성이 약물로 조절되기 어려운 구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에 굳이 단백질의 활성을 조절하는 약물을 개발하기 보다는 RNA 단계에서 단백질 합성을 원천적으로 억제하는 것이 훨씬 용이하다.

예를 들어서 KRAS라는 유전자가 있다. 이 유전자의 변이가 종종 암을 일으킨다. KRAS 유전자가 변이되어 세포의 질서가 깨지고 이로 인해 세포가 무한 증식하게 되어 암이 발생한다고 1980년대에 이미 알려졌다.

2021년에 드디어 KRAS 변이의 작용을 억제하는 약물 소토라십(상표명: 루마크라스)이 폐암에 사용하도록 승인을 받았으니, 약물이 나오기까지 40년이 걸렸다. 약물 개발은 KRAS 단백질의 구조가 분석되면서 가능하게 되었다.

단백질에 있는 좁은 틈새에 맞추어 화합물을 디자인하여 끼워서 변이된 부분에 단단하게 고정시킴으로써 그 기능을 억제하는 화합물이 만들어졌다.

암을 유발하는 KRAS의 변이의 종류는 여러 가지이다. 소토라십은 그 중의 하나에만 작용한다. 다른 변이에 대해서는 약물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개발 중인 약물들 중에 siRNA도 있다. 췌장암에서 많이 발견되는 KRAS 변이에 대한 약물이다.

이 약물의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임상시험 중에 있어서 알려지지 않았다. 적어도 siRNA 약물을 디자인할 때에 소토라십을 개발할 때처럼 단백질의 구조에 맞추어서 화합물을 갈고 닦고 조이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다.

KRAS 말고도 질병의 유발과 관련성이 높아서 그에 대한 약물이 필요하지만 개발이 어려운 유전자들이 또 있다. 이럴 때에 siRNA 약물은 개발할 만한 선택지이다.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 게티이미지

하지만 약물 개발에 있어서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장벽이 만만치 않다. siRNA가 이론적으로는 어느 유전자나 억제할 수 있다고 하지만, 약물이 단순히 컴퓨터와 프린터 작업으로 나오지 않는다.

RNA가 필요한 장기와 세포에 도달하도록 만드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약물을 개발하는 대부분의 노력은 제형과 투여 경로를 모색하는 것에 집중된다. 구슬이 서 말(54리터)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RNA는 매우 불안정하여 체내에서 대부분 분해되거나 신장으로 재빨리 배출되기 때문에, 개발하는 회사마다 고유한 방법으로 siRNA의 구조를 변형하거나 부가적인 장치를 부착한다. 체내에서 약물이 충분한 기간 존속하여 목표로 하는 장기와 세포에 도달하여 작용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지금까지 승인을 받은 5종의 siRNA 약물은 모두 간에 작용한다. 간은 외부에서 투여한 물질이 1차적으로 대사되는 장기로서, 혈관이 집중되고 운반된 물질들이 혈관에서 간세포로 분포되기 쉬운 구조를 하고 있다. 정맥 주사나 근육 주사로 투여한 RNA 약물 대부분이 간으로 분포된다. RNA 약물 개발이 간 질환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유이다.

간 이외의 장기에 약물이 작용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투여 경로가 모색되고 있다. 뇌신경계, 심장, 췌장, 눈, 신장 등에 작용하는 약물들을 국소적으로 또는 시술을 통해서 투여한다. 비강에 분무 방식으로 투여하여 약물이 폐에 도달하게 하는 방법도 개발 중이다.

약물이 목표하는 장기에 도달해도 또 다른 장벽을 넘어야 한다. RNA는 크기와 물리화학적 성질 때문에 세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최초의 siRNA 약물인 파티시란은 리포좀으로 포장하여 나노입자로 만든 제형을 사용했다.

이후에 나온 siRNA 약물들은 포장재를 사용하는 대신 목표하는 세포가 인지하는 태그 (꼬리표)를 부착하고 나왔다. 세포가 태그를 인지하여 약물을 안으로 받아들인다. 지금 나와 있는 약물들은 간에 작용하기 때문에 간세포가 인지하는 태그를 붙이고 있다.

세포의 종류가 다르면 통과를 위한 태그의 종류도 다르다. 예를 들어서 알츠하이머병 등 뇌신경계 질환을 타겟으로 하는 약물 개발을 위해서 신경세포가 인지하는 태그가 개발 중에 있다.

지금 나와 있는 siRNA 약물은 대부분 희귀 질환에 대하여 적용하지만, 2021년에 나온 ‘인클리시란’은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적용이 가능한 약물이다. 인클리시란은 LDL 콜레스테롤을 만드는 과정을 억제하는 약물로서 유전성 고지혈증 환자에 적용하도록 개발되었으나 일반적인 고지혈증 환자에도 적용할 수 있다.

고혈압에 사용하도록 개발되는 약물도 있어서 임상시험 중이다. 인클리시란은 1년에 2회 투여하면 된다. 고지혈증이나 고혈압에 대해서 약을 매일 복용하지 않고 1년에 한 두 차례 투약을 받는다면 상당히 편리하겠지만, 아직까지는 보편적으로 사용하기에 고가의 약물이다.

인클리시란에서 보다시피 siRNA 약물은 화합물이나 단백질 약물에 비해서 지속적으로 효과를 나타낸다. 약물의 투여 횟수가 적으면 약값도 그만큼 덜 들게 된다. 같은 질병에 대해서 siRNA 약물이 고가의 항체 약물이나 억제제와 비교해서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다.

siRNA 약물은 희귀 질환뿐 아니라 암, 심혈관계 질환, 간염, 감염증, 녹내장, 황반변성 등 많은 사람이 걸리는 질병에 적용하고자 개발되고 있다. 약물의 개발의 속도도 빨라서 장기적으로는 여러 질환에서 폭 넓게 사용되리라고 기대한다. 경우에 따라 투여 방법이 시술에 의존해야 하는 등 복잡하다는 점은 이 약물의 개발과 보급에 있어서 걸림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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