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최근 펜타닐 중독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날록손 제제를 향해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날록손 제제가 오피오이드 중독 치료에 효과적인데도 식약처가 국가 필수약 목록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약사 사회에서는 날록손이 국가 필수약에서 제외될 경우 펜타닐 등 오피오이드 중독자에 대한 약물 치료가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식약처가 오피오이드 약물 중독자 치료에 사실상 관심을 끊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약학정보원 사진 캡처
약학정보원 사진 캡처

국가 필수약들은 정부의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수급량이 철저히 관리된다. 의약품 시장과 관계없이 국민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약이기 때문이다. 의약품 공급 부족이 일어날 경우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지난 3월, 식약처는 국가필수약 재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국가 필수약 해제 대상 125개에 날록손(오피오이드 중독 치료제)를 포함시켰다. 

식약처는 "전문가 평가 결과, 날록손 주사제가 보건의료 필수성이 없고 공급이 불안정하지 않다"고 지정 해제에 들어간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약사 사회에서는 날록손이 보건 의료 필수성이 없다는 입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지적이 들린다.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약) 팀장은 "날록손은 펜타닐 등 오피오이드 중독 환자에 필수적인 약"이라며 "보건 의료 필수성이 없다는 이유로 필수약 해제 추진은 정부가 오피오이드 중독자들의 약물 치료를 하지 않고 죽도록 방치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날록손은 1960년 산쿄(Sankyo)가 개발한 아편 길항제다. 펜타닐, 헤로인, 오피오이드 약물을 과다 복용하면 느린 호흡, 호흡 중단, 숨가쁨 현상이 일어나는데 응급 상황에 날록손을 긴급 투여하면 증상이 개선된다. 

'식약처 의약품 안전나라'에 '날록손'이란 키워드를 입력하면 하나제약, 부광약품, 비씨월드제약, 이연제약, 휴온스가 생산한 날록손 주사제 목록이 등장한다. 국내 오피오이드 중독자들이 과다 복용으로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 응급으로 날록손을 투여하면 위기를 넘길 수 있다. 

이동근 팀장은 "국가필수약은 환자가 전문가들이 요구했을 때 당장 구해줘야 하는 약이다. 날록손도 다르지 않다"라며 "앞으로 날록손 공급 부족이 일어나면 정부가 무관심으로 일관하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더욱 큰 문제는 국내에서도 펜타닐 오남용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월,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펜타닐 등 마약성 진통제 국내 처방건수는 2018년 89만1434건에서 지난해 148만8325건으로 67% 늘어났다. 

펜타닐 등 마약성 진통제 국내 처방건수가 2018년 89만1434건에서 지난해 148만8325건으로 4년간 67% 급증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특히 20대 펜타닐 패치제 처방건수는 2019년 4만4105건에서 2021년 6만1087건으로 38.5% 급증했다. 

조근호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사업과 과장도 "오피오이드 남용, 우리는 안전지대일까(한국보건의료연구원)"라는 제목의 기고에서 국내 문제를 언급했다.

조 과장은 "한 대학병원에서 만성통증을 호소하는 비종양 환자 중 장기간 마약성진통제를 처방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오피오이드 연관 특이 대응(Opioid-Related Chemical Coping, 이하 OrCC)’ 환자의 비율을 파악했다"고 전했다.

OrCC는 아직 중독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오피오이드 진통제를 진통 목적이 아닌 불안, 우울, 스트레스 해소 등을 이유로 처방받거나, 처방보다 더 많은 용량을 투약하는 행동을 반복하는 환자들을 일컫는 용어다. 

그는 "연구에 따르면, 총 258명의 대상자 중에서 21%에 해당하는 55명이 OrCC로 진단되었으며, 이는 미국에서 보고되는 18%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즉, 우리나라 환자들 중 상당수가 이미 약물의 고유 목적 이외 상황에서 투약하고 있다는 것으로 충격적인 결과"라고 지적했다.

약업계 관계자도 "미국만 펜타닐 문제가 심각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도 오피오이드계 마약이 국민들의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며 "정부도 마약 중독에 대한 처벌 수사를 강화하고 있지만 이미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에 대책은 미흡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오피오이드 중독 환자 치료에 효과적인 날록손을 필수약 지정 해제 검토 작업에 들어간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날록손은 오피오이드 중독자들을 위한 일종의 안전망"이라며 "앞으로 숫자가 더욱 늘어날 경우 날록손이 반드시 필요한데 식약처가 이런 흐름에 역행하는 결정을 내리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움직임의 이면에는 펜타닐 중독자는 '범죄자'라는 인식이 있다"며 "하지만 범죄라는 인식 때문에 이들을 사망하도록 내버려두어선 안 된다. 특히 치료 옵션의 마지막 안전핀인 날록손을 지켜야 한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