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위탁사의 행정처분 기준이 수탁사와 동일하게 규정된 총리령이 입법 예고된 가운데, 이번에는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다. 글로벌 빅파마 등 해외 제약사가 국내에 위탁 생산을 맡긴 제품에 GMP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해당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입법 예고안이 국내 위탁사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얘기다. 위수탁 동일 처분 입법 예고안이 '국내용'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내 제약사들이 차별을 당할 것이란 우려도 들린다. 

'방구석 여포'란 말이 있다. 자신이 익숙한 공간(주로 집)에서만 위풍당당한 사람을 우회적으로 비꼬는 은어다. 삼국지에 등장한 여포를 빗대, 특정 집단에서 큰 목소리를 내지만 정작 다른 대상을 향해서는 한없이 약한 모습을 보이는 존재를 말한다. 

요즘 제약 업계에서도 '방구석 여포'란 키워드가 들린다.

식약처가 최근 공개한 '위수탁 동일 행정처분' 입법 예고안을 향해, 업계 이곳 저곳에서 '방구석 여포 법령'이라는 단어가 회자 중이다. 

그렇다면, '방구석 여포'라는 은어가 소환된 이유가 뭘까. 

업계 관계자는 "이번 입법 예고안은 모순이 있다"며 "입법 예고안이 통과되면 국내 제약사 제조소에 위탁 생산을 맡긴 해외 제약사들의 제품에 GMP 이슈가 생겼을 때 해외 제약사의 제품도 제조 업무 정지(제형이 동일한 의약품)를 시켜야 한다. 하지만 식약처는 결코 그렇게 행동하지 못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위수탁 동일 처분 예고안의 잣대가 '일률적으로' 적용될 수 없다는 문제 의식이다. 예를 들어, 글로벌 빅파마가 국내 제약사에 코로나19 치료제(정제)의 위탁 생산을 맡긴 이후 제조소에서 GMP 문제가 터졌을 때 기존에는 글로벌 빅파마가 해당 품목에 대한 제조업무 정지 1개월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입법 예고안이 시행될 경우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 식약처는 글로벌 빅파마를 상대로, 코로나19 치료제와 제형이 같은 정제 제품 전부에 대해 3개월 동안의 제조 업무 정지 처분을 내려야 한다. 해외 제조소에서 생산된 다른 제품에도 철퇴를 가해야 하지만 식약처는 현실적으로 그런 권한이 없다. 

제약 업계 일각에서 예고안이 결국 '방구석 여포'에 그칠 것이란 예측이 들리는 이유다. 

수탁 업계 관계자는 "국내 위탁 생산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이유로 아무런 죄가 없는 다른 제품, 그것도 해외에 제조소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해 제형이 같다는 이유로 동일한 행정 처분을 내릴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식약처가 인정하지 않아도 현실적으로 국내(위탁사, 수탁사 국내 위치)에서만 작동 가능한 법안이란 뜻이다. 국내에서만 큰 목소리를 내고 빅파마를 상대로는 전혀 작동하지 못하는 법을 밀어붙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형평성 논란이 여기서 비롯된다. 국내 제약사와 해외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똑같은 행정처분 기준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앞서의 업계 관계자는 "법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한다. 모든 영역에 일괄적으로 적용하지 못할 법이라면 차라리 시행하지 않는 것이 낫다"며 "국외 제약사가 국내에서 직접 위탁을 맡겨 생산한 제품들의 숫자가 적다는 이유로 식약처가 일방적인 법안을 고집한다면 대다수 국내 제약사들은 당연히 반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빅파마는 그대로 두고 우리만 감시하겠다는 얘기인가"라며 "형평성 논란이 해결되지 못할 경우 업계는 그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다. 국내 제약사는 잡들이를 하고 해외 제약사들은 가만히 두는 것은 차별이다. 식약처가 더 이상 일방적으로 행정을 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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