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은 영유아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아동 발달이 5세를 기준으로 4.4개월 가량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령에 관계없이 발달 과정 전반에 걸쳐 변화가 관찰됐고, 3세 발달 단계에서는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 게티이미지

인간의 두뇌는 태어난 직후 성인의 4분의 1 수준인 350~400g 정도이지만, 돌 전후로 1000g까지 급격히 성장하고 만 5세에는 두뇌 발달이 대부분 완료된다. 감정조절 및 언어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은 청소년기~성인까지 성장하지만 영유아기에 두뇌 대부분의 영역이 발달하는 것이다.

뇌세포의 숫자는 두뇌 크기와 상관없이 고정돼 있지만 뇌가 성장하면서 세포와 세포 사이를 연결하는 '시냅스'가 함께 발달한다. 신경세포 시냅스는 만 3세까지 가장 활발하게 늘어나며 이를 통해 복잡하고 정교한 신호 전달이 가능해지고 지능 및 감정, 언어 능력 등이 생기게 된다.

이처럼 영유아 시기는 말 그대로 두뇌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인 까닭에 다양한 경험을 통해 아이의 오감을 골고루 발달시킬 수 있는 적절한 자극이 필요하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세계적으로 대유행하며 아이들의 언어와 행동, 인지 면에서 발달 장애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대면 접촉 최소화, 마스크 착용, 코로나 블루(우울증) 등이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친 까닭이다.

실제로 서울시가 대한청소년정신의학회와 함께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진행한 '포스트 코로나 영유아 발달실태 조사'에 따르면,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유아 456명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152명이 나이에 맞는 발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우려가 학계에서도 보고됐다는 것이다.

일본 교토대학교 의과대학원 연구진은 최근 미국의사협회지(JAMA) 소아과 저널에 '코로나19 팬데믹과 유아기 발달 간의 연관성(Association between the COVID-19 pandemic and early childhood development)'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일본의 경우, 어린이의 98.3%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어린이집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보육시설에 다니고 있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일본 보건당국은 총 4차례에 걸쳐 감염병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2020년 4월~6월까지는 모든 어린이집이 폐쇄되기도 했다.

연구진은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인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간의 인구 조사를 실시해 어린이 6090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발한 KIDS(Kinder Infant Development Scale)를 이용해 아이들의 발달연령을 측정했다.

분석은 △신체적 운동 △조작 △수용 언어 △표현 언어 △언어 개념 △아동과의 사회적 관계 △성인과의 사회적 관계 △규율 및 규범 등 8개 영역에서 특정 행동을 할 수 있는지를 부모에게 설문지를 통해 조사했다. 설문지는 3세 미만 142개 항목, 3세 이상은 133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연구는 1~3세까지의 아동 447명(여아 201명[45.0%], 남아 246명[55.0%])과 3~5세까지의 아동은 440명(여아 200명[45.5%], 남아 240명[54.5%])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표.  팬데믹과 아동 발달 간의 연관성
표.  팬데믹과 아동 발달 간의 연관성

코호트 분석 결과, 코로나19 팬데믹에 노출된 어린이는 그렇지 않은 어린이에 비해 5세 때 발달이 4.39개월 뒤쳐지는 것으로 확인됐다(상관계수, -4.39; 95% 신용구간(credible interval), -7.66~-1.27).

다만, 이러한 음의 연관성(negative association, 하나의 변수가 증가할 때 다른 변수는 감소하는 것)은 3세 발달 단계에서는 관찰되지 않았고(상관계수, 1.32; 95% 신용 구간, -0.44~3.01) 연령에 관계없이 팬데믹 이전보다 팬데믹 기간 동안 발달에서의 변화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모의 우울증이 팬데믹과 5세 발달 지연 사이의 연관성을 크게 상승시켰다(상호작용 계수(coefficient of interaction), -2.62; 95% 신용 구간, -4.80~-0.49, P=0.009).

연구진은 "평균(SD) 연령이 73.7개월인 어린이에서 4.39개월의 발달 지연은 정상적인 경우와 비교해 6% 정도의 지연에 해당한다"라며 "이는 성별에 관계 없이 거의 동일하게 나타났으며 추가적인 민감도 분석에서도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영유아 시기의 발달은 가족 외에 친구나 보육교사와 같은 비가족 구성원과의 의사소통이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라며 "어린이의 발달 지연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차이가 점차 확대된다. 팬데믹에서 발달에 영향을 받은 아동을 확인해 적절한 학습과 사회화, 가족을 위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