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성은아 박사
사진. 성은아 박사

제1형 당뇨병은 인슐린 의존성 당뇨병이라고도 한다.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부족해서 발생한다. 인슐린을 투여해서 혈당을 관리하는 것이 치료의 중심이다.

그 외에 제1형 당뇨병에 적용하는 약물은 많지 않다. 2022년 말에 항체 약물인 테플리주맙이 나왔고, 2023년 6월에 세포 치료제인 란티드라가 승인을 받았다.

인슐린은 췌장의 췌도에 있는 베타세포에서 만들어져서 분비된다. 제1형 당뇨병은 베타세포가 파괴되어 인슐린을 만들어내지 못하여 발병한다. 소아나 청소년기에 주로 나타난다.

대부분의 당뇨병은 제2형이다. 인슐린이 있는데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이다. 나이와 생활 습관, 과체중 등이 위험 인자이다. 제1형이든 2형이든, 혈당의 수치가 지속적으로 높으면 혈관이 손상된다.

우리 몸에서 혈관의 영향을 받지 않는 세포나 장기는 없으니 당뇨병은 만병의 근원이다. 1형과 2형은 증상이 유사하지만 발병의 기전이 다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치료의 접근법이 다르다. 

인슐린을 만드는 베타세포가 파괴되는 주요 원인은 자가면역 반응 때문이다. 자가면역질환은 체내의 면역세포가 신체의 세포를 공격하여 발병한다.

사람은 인생을 시작할 무렵에 면역 시스템이 발달하면서 ‘자신’과 ‘이물질’을 구별하는 능력을 습득하는데, 이 과정에 간혹 오류가 생기면 면역 세포가 신체의 일부 성분을 이물질로 인지하여 문제를 일으킨다. 테플리주맙은 면역세포를 인지하여 면역세포가 작용하지 못하게 하는 면역억제제이다. 

테플리주맙은 면역T세포의 표면에 발현하는 CD3 항원과 반응한다. CD3 항체가 1980년대에 장기 이식을 한 환자에게 투여하는 면역억제제로 개발된 적이 있었으나 다른 면역억제제에 비하여 효능이나 부작용의 면에서 우수하지 못하여 퇴출되었다.

기술의 발달로 항체를 인체에 보다 적합한 형태로 만들게 되면서 CD3 항체를 자가면역질환에 대한 약물로 개발하려는 시도들이 나왔다. 테플리주맙은 이러한 선상에서 개발된 약물이다. 

테플리주맙은 예일 대학교에서 1980년대 말에 개발되었다. 이 항체를 당뇨병 약물로 개발하는 과정이 순조롭지는 못했다. 엘라이릴리가 테플리주맙에 대한 권리를 획득해서 제1형 당뇨병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가를 보는 임상시험을 수행했다.

임상시험 3상에서 약물이 환자들의 당뇨병 증상을 개선시키는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자 엘라이릴리는 즉시 개발을 중단했다. 하지만 예일 대학교 팀은 임상시험에서 기대하던 효과를 보지는 못했으나 적어도 일부 긍정적인 지표가 있음에 주목하여 시험의 디자인을 바꾸기로 했다.

그래서 국립보건원과 비영리 재단에서 지원하는 연구비를 이용해서 항체가 당뇨병 발병을 지연하는가를 보는 임상시험을 수행하게 되었다. 규모는 작지만 5년 이상 환자의 상태를 추적하는 장기적 시험이었다. 그동안 엘라이릴리는 테플리주맙에 대한 권리를 프로벤스 바이오에 매각했다.

제1형 당뇨병의 위험 인자 중의 하나는 가족력이다. 제1형 당뇨병 환자의 가족이나 친척 중에서 아직 당뇨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을 모집하고, 혈액 검사를 해서 혈중에 당뇨병과 관련된 자가면역 항체를 이미 가지고 있으며 나이가 적은 사람들을 선별했다.

자가면역 항체가 있는 사람들은 시간이 경과하면서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약물을 한 차례 투여한 후 5년 동안 추적 조사를 한 결과, 이들 중의 상당수가 제1형 당뇨병을 발병했다.

하지만 항체 투여군은 플라시보 투여군에 비해서 당뇨병으로 발전한 숫자가 적었고 발병 시기도 평균적으로 2년 이상 늦었다. 이에 따라, 엘라이릴리가 개발을 포기한 지 10년이 경과한 2022년 프로벤스 바이오는 테플리주맙을 약물로 허가 받았다. 

테플리주맙은 병을 예방하기 보다는 발병을 지연시킨다. 약물을 한 차례 투여받음으로써 몇 년 동안 건강을 유지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환자 중에는 5년 이상 당뇨병을 발병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고 그 중 한 명은 약물 승인 당시까지 11년 동안 당뇨병을 발병하지 않았다.

약물을 반복 투여하면 당뇨병이 더 오래 지연되는가에 대한 임상시험은 아직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래도 당뇨병에 걸리기 쉬운 고위험군의 사람들에게 병을 예방할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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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티드라는 제1형 당뇨병 중에서도 ‘불안정성 당뇨병’에 적용하도록 승인을 받았다. 불안정성 당뇨병이란 인슐린으로 혈당이 조절이 되지 않는 경우이다. 혈당 관리가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서 연속혈당측정기나 인슐린 펌프가 나와 있다.

두 가지 기능을 합친 인공췌장은 혈당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혈당치에 맞게 인슐린을 공급한다. 췌장 이식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사망한 사람의 췌장을 적출해서 이식하거나, 췌장 중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도를 이식하거나, 췌도 중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세포를 분리해서 이식한다. 이식을 받은 환자는 면역 거부 반응을 억제하도록 면역억제제를 투여 받아야 한다. 

란티드라는 사망한 사람의 췌장에서 분리한 췌도세포를 약물로 승인받은 것이다. 이 약물의 승인에 대하여 논란이 많다.

란티드라와 기존의 췌도세포 이식이 어떻게 다른가? 둘 다 사람의 췌장에서 분리한 세포를 사용하니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 사람의 췌도세포를 약물로 보는가 장기로 보는가 견해가 다른 것이다.

이 논란의 근원은 미국 FDA가 1993년에 발표한 세포치료제에 대한 규정이다. FDA는 사람의 췌도를 생물학적제제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췌도나 췌도세포를 이식하기 위해서는 약물 승인 절차가 필요하게 되었다. 란티드라를 약물로 승인받은 ‘셀트랜스’라는 회사는 일리노이 주립대의 벤쳐 창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탄생했다.

FDA의 규정대로 환자에게 췌도세포를 이식하기 위한 절차를 밟기 위해서 회사를 만들었고, 규정대로 절차를 밟아서 약물 승인에 이르렀다. 

FDA는 췌장은 장기이지만 췌장의 일부는 조작의 과정을 거쳤으니 약물이라는 입장을 취한다. 의학계는 췌장이든 췌장의 일부이든 모두 장기이며, 따라서 사람의 췌도세포를 약물 승인의 대상으로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의학계는 FDA가 사람의 췌도를 약물로 규정함으로써 이식을 금지하는 결과가 되어 환자들이 필요한 처치를 받을 수 없게 되었다고 반발한다. FDA의 규정은 사람의 장기를 상업화하는 처사이며, 장기 공여자마다 제공하는 세포의 양과 질이 다른데 이를 약물로 규격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포치료제 중에서 약물이라고 정의하기가 불분명한 종류가 있다. 당뇨병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의사가 수행하는 처치나 수술의 과정을 약물로 규정한다는 점에서 병원과 규제 당국이 마찰을 빚는 경우도 있다.

세포치료제를 약으로 보느냐 치료의 과정으로 보느냐에 대하여 국가마다 규정이 다르거나 규정 자체가 모호한 경우가 많다. 한국과 미국의 상황이 다르니 란티드라가 한국에서 승인을 받을 일은 없어 보인다. 

이와 별개로, 제1형 당뇨병에 대한 세포치료제 개발이 활발하다. 선두 주자는 버텍스 제약회사이다. 건강한 사람의 줄기세포를 분화시켜 인슐린을 생성하도록 만든 세포치료제가 임상시험 중에 있다. 다른 사람의 세포로 만든 약물이므로 환자는 면역억제제를 투여 받아야 한다.

이 외에도 노보노디스크, 세노바, 시길론 등의 회사들이 세포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부작용을 많이 일으키는 면역억제제의 사용을 피하도록 췌장세포를 캡슐화하여 만드는 세포치료제가 개발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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