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성은아 박사
사진. 성은아 박사

급성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 독감 바이러스(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그리고 호흡기세포융합 바이러스(RSV)는 감염을 통해 심각한 증상을 유발해서 사망에 이르게 하는 주종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팬데믹이 가라 앉으면서 ‘트리데믹(tridemic)’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트리데믹은 코로나, 독감, 호흡기세포융합 바이러스의 동시 유행을 뜻하는 신조어이다.

팬데믹 동안 사람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이외의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에 노출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 있다. 이들 바이러스의 동시 유행은 의료계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사람들이 이들에 중복 감염될 경우 심각한 증상으로 발전할 확률이 높아진다.

환절기가 오기 전에 예방 접종이 권고되는 배경이다.

호흡기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서 최고의 난제는 잘 듣고 효과가 지속적인 백신, 한 번 접종을 하면 한동안 감염에 대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는' 백신을 만드는 것이다.

호흡기세포융합 바이러스 백신은 최근(2023년 5월)에 나와서 아직 대규모 접종에 대한 유효성의 자료가 없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이나 인플루엔자 백신은 이 기준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의 예방 효과는 불과 몇 달에 지나지 않는다.

변종이 출현하고 우세종이 바뀌어서, 원래 종을 기반으로 만들어 놓은 백신은 변종에 대하여 효과가 약하기 때문에 개량해야 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경우도 비슷한 상황이다.

백신의 효과는 한 철 지속되고, 해마다 다른 변종이 유행하기 때문에 예방 효과가 60%를 넘지 못한다. 백신이 타겟으로 하는 변종과 유행하는 변종이 많이 다르면 백신의 효과는 훨씬 더 낮다. 

이상적인 백신이라면 같은 종류의 바이러스에 대해서 어떠한 변이가 있든 효과를 나타내고, 한 번 접종하면 상당한 기간 동안 예방 효과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백신이 지금 유행하는 바이러스에 대해서 효과를 나타내지만 새로 나오는 변종에 대해서도 예방 효과를 보이고, 접종 후 적어도 몇 년은 효과가 지속되기를 바란다.

이런 바람이 현실과 거리가 있는 이상적 담론이라면, 눈높이를 더 낮추어 본다. 백신 접종을 하면 같은 종류의 바이러스에 대하여 적어도 75% 이상의 예방 효과가 있기를 기대하며 한 번 접종을 받으면 효과가 1년 동안 지속하기를 바란다. 독감 백신이 1940년대에 처음 개발된 이후 더 효과적인 백신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어 왔지만 아직 이 정도의 효과를 나타내지 못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변종을 만들어내기 쉽다. 바이러스가 변하니 새로운 백신을 만들어야 하고, 바이러스와 백신 개발은 서로 쫓고 쫓기는 게임의 연속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다양한 변종이 있다. 백신은 특정 종류의 변이에 대해서 작용하고 다른 종류의 변이에 대해서는 효과가 약하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20세기에 들어와서 스페인 독감, 홍콩 독감 등 4차례의 팬데믹을 일으켰는데, 각각 다른 변종이 원인이 되었다.

WHO와 GISRS(Global Influenza Surveillance and Response System, 세계 인플루엔자 감시 및 대응 체계)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추세를 모니터링해서 그 해의 우세종에 대해 예측을 하고, 제약회사는 예측에 따라 독감 백신을 만든다.

3개 그룹의 변이 바이러스에 대하여 작용하는 3가 백신이든, 4개 그룹의 변이 바이러스에 대하여 작용하는 4가 백신이든, 백신은 일부 그룹의 바이러스에 대해서만 유효하다. 유행하는 바이러스가 우세종으로 예측된 종류와 다를 수 있고, 이에 따라 백신의 효과는 해마다 다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경우, 어떠한 변종에 대해서도 효과를 나타내는 ‘만능’ 백신, 또는 다수의 변종에 대해서 효과를 나타내는 ‘광범위’ 백신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오래 전부터 계속되어 왔다.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 게티이미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대략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다. 유전정보인 RNA를 외피가 둘러 싸고 있는데, 외피에는 바이러스의 침투에 필요한 단백질들이 있다. 외피 단백질이 면역 반응을 일으키기 쉬워서 백신을 개발하는 주요 타겟이 된다. 면역 반응을 일으키기 쉬운 부분은 또한 변이에 민감한 부분이기도 하다.

외피 단백질 중에서도 변이가 잘 되지 않는 종류나 변종마다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부분을 선택해서 백신을 개발하여 광범위한 변이에 대하여 작용하도록 개발한다. 변종의 외피 단백질을 모자이크처럼 짜깁기를 해서 백신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바이러스 단백질의 구조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보다 효과적인 백신을 디자인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RNA 백신 기술이 나오면서 다양한 변종에 대한 유전정보 물질을 한꺼번에 합쳐서 백신의 재료로 쓰려는 시도가 있어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20개 변종을 한꺼번에 하나로 패키징을 하는 시도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렸을 때에 MMR 백신을 접종 받는다. 홍역, 볼거리, 풍진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3종을 합한 것이다. 예방 접종을 하거나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면 거의 평생 동안 면역이 지속된다.

이들도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인데, 왜 이들에 대한 면역은 평생 지속되고, 코로나 바이러스나 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은 일시적인 효과만을 나타내는가에 대한 대답은 단순하지 않다.

하지만 바이러스의 생존 방식에 눈에 뜨이는 차이가 있다. 홍역, 볼거리, 풍진 바이러스는 체내에 들어와서 두 주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다. 이 기간 동안 바이러스는 증식을 하며, 증상을 발현하기 이전에 체내의 다양한 면역 반응에 노출된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체내에 들어와서 증상을 나타내기까지 2일에서 5일 사이로 잠복기가 아주 짧다. 이들은 침투 경로인 호흡기에서 증식하면서 전신의 면역 반응이 발현하기 전에 증상을 나타낸다. 이들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것은 주로 호흡기의 면역 시스템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생존하는 특징에 부합하는 면역 기능이 작용하도록 전통적인 방식인 근육 주사에 의해서가 아니라 비강에 분무하여 투여하는 백신이 개발되고 있으며 중국과 인도 등 일부 국가에서는 약물로 나와 있다.

비강을 통해 백신을 투여하려는 이유는 주사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을 배려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바이러스의 침투 방식과 유사한 방식으로 백신을 투여함으로써 호흡기에서 집중적으로 면역 반응을 촉발하고자 한다.

점막에는 면역 세포들이 포진을 하고 있다. 잠복기가 짧은 바이러스의 경우, 감염 경로의 점막에 있는 면역력이 1차 방어에 큰 역할을 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가 회복한 사람은 호흡기 점막에 면역 항체가 매우 높아져 있다. 마찬가지로 백신을 비강을 통해 투여하면 호흡기 점막의 면역 능력이 높아져서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효과가 높아질 것이다.

MMR 백신은 체내에서 증식 가능한 생백신으로 만든다. 코로나 백신도 생백신 형태로 만들어서 비강을 통해 투여하면 면역 반응이 호흡기에서뿐 아니라 전신에 대해서도 효과적으로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비강 투여와 근육 주사 방식을 1차 백신과 부스터 백신으로 각각 사용하여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도 고려된다. 

만능 백신이 개발되어 바이러스 유행 자체를 차단한다면 가장 이상적이다. 아직 이런 수준에 이르지 못한 현 시점에서 트리데믹에 대처하기 위해서 제약회사들은 코로나, 인플루엔자, 호흡기세포융합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함께 투여하는 콤보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백신투여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접종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서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한 회사들이 콤보 백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과 인플루엔자 백신의 콤보, 코로나 바이러스, 인플루엔자, 호흡기세포융합 바이러스에 대한 3종 콤보 백신 등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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