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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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김민건 기자] 암과의 싸움에서 이긴 생존자들이 두려워 하는 것은 '재발'이다. 이와 관련해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위험 요인 단어는 '암 진단'과 '우울증'이었다.

최근 진단 기술 발전으로 암 발생과 사망률, 5년 상대생존율까지 모두 높아지는 상황이다. 환자들이 재발 두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예방 프로그램 개발과 정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박소영 이화여대 연령통합고령사회연구소 교수와 박아경 국립암센터 의료사회복지팀장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사회연구 제43권 제1호에 발표한 '암 생존자의 암 재발 두려움 및 관련 요인' 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암 재발 두려움(Fear of Cancer Recurrence, 이하 FCR)은 치료 이후 재발하거나 질환이 진행되는 두려움, 걱정, 우려를 의미한다. FCR에 영향을 끼치는 위험 요인은 암 질환 심각성, 암종 유형, 치료 기간, 통증, 피로감 등이 있다.

연구는 2022년 5~9월 온라인 설문 조사로 진행했다. 암 치료를 적극적으로 마치고 사후 관리 중인 만 19세 이상 생존자 93명이 대상이었다. 이번 기초연구를 통해 성인 암 생존자가 겪는 FCR 수준이 어떤지, 심리사회적 특성은 무엇인지 파악했다.

연구에서 암 재발 두려움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은 2가지 이상 중복된 암 진단과 우울증 증상으로 확인됐다. 평균 FCR 점수는 35점 중 18.96점으로 선행된 연구 대비 다소 높은 수준이었고, 전체 연구 대상자 1/4(25% 이상)가 중간 정도 이상의 우울 증상을 보였다.

암 진단 이후 치료를 받은 생존자들은 다양한 부작용과 합병증, 재발 불안감,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우울 증상을 겪는다. 특히 장기 암 생존자를 대상으로 한 체계적 문헌연구를 통해 우울 증상 유병률이 평균 21%에 이를 정도로 많은 암 생존자들이 정서적 고통을 받고 있다.

암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스트레스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암 생존자의 질병 악화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과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생존자들이 치료 이후 사회생활로 원활히 복귀하기 위해서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고 재발 두려움을 극복할 사회적 지지가 필요하다.

▶증가하는 암 발생과 사망률, 진단 기술 좋아질수록 많아지는 생존자

논문은 2021년 보건복지부 등 자료를 인용해 국내 암발생과 사망률이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라고 했다. 최근 10년간 암 발생 추이를 보면  폐암, 간암, 위암 등으로 인한 사망자는 2009년 19만6777명에서 2019년 25만4718명으로 29.4%나 증가했다.

지난 20년간 암 사망자 연령도 20~50대까지 다양해졌다. 암 사망률도 2011년 10만 명당 142.8명에서 2021년 161.1명으로 크게 늘었다.

5년 생존율도 1996~2000년 45.2%에서 2016~2020년 71.5%로 증가했다. 지난 2015~2019년 조기 발견과 의학 기술 발전으로 생존율이 70%까지 증가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 자료가 왜 두 전문가가 이 연구를 하게 됐는지 보여준다. 수술이나 항암화학요법, 방사선 치료 같은 1차 항암치료를 무사히 마친 암 생존자들은 일상생활에서 여러 어려움을 마주친다. 피로, 집중력 저하, 근육 긴장, 식욕부진, 수면 장애 같은 신체적 증상에 사회적 고립이나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불안감 등 다양한 심리사회적 디스트레스(distress)를 경험한다는 것이다.

심리사회적 디스트레스는 질병을 앓거나 회복 과정에 있는 환자가 경험할 수 있는 정상적 반응이지만 불안감, 무력감, 우울감, 공포감 등 부정적 감정이 오래되면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된다. 최근 심리사회적 디스트레스에 관심이 높아진 것도 FCR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늘었기 때문이다.

논문에서 두 전문가는 "FCR은 시간이 지나도 자연적으로 없어지지 않고 지속 유지되는 특성이 있고, 암 생존자의 일상생활 회복을 방해하고 대인관계 문제와 수면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며 "암 치료 이후 사회로 복귀할 때 FCR에 제대로 대처하고 극복하도록 돕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인 암 생존자가 경험하는 FCR 총점의 평균 점수는 18.96점으로 임상적 측면에서 FCR 경험자 절단점 기준이 13점, 16점, 22점일 때 각각 78.5%, 69.9%, 41.9%로 나타났다. FCR 유병률을 보고한 선행연구 대비 높은 수준이었다.

▶인구사회학적, 건강, 심리사회적 특성에 따른 FCR 어땠나 보니

연구 참여자는 여성이 81.7%로 대다수였다. 평균 연령은 48.9세였다. 기혼자가 75.3% 높았고, 평균 가족 구성원 수는 3.08명이었다. 교육 수준은 대졸 이상(53.8%), 고졸 이하(34.4%), 전문대졸(11.8%) 순이었다. 가구 월평균 총소득은 500만 원 이상(33.3%), 200만~299만 원(19.4%), 200만 원 미만(18.3%) 순으로 나타났다. 과반수(57%) 이상이 고용 상태에 있으며 71%가 종교가 있다고 했다. 
 

인구사회학적  특성에 따른 FCR 수준
인구사회학적  특성에 따른 FCR 수준

암 관련 건강 특성에 따른 FCR 수준을 보면 암 진단 후 평균 경과 시간은 7.18년이었다. 중복 암 진단자를 제외한 주요 암 종류는 유방암(44.7%), 혈액암(28.2%), 갑상선암(11.8%) 순이었다. 암 진행 단계는 0~1기(55.9%)와 2기(22.7%)가 대다수였고, 전이 비율은 17.2%였다. 2개 이상 암을 진단받은 중복 진단 비율은 8.6%였다. 주요 치료 방법은 수술(30.0%), 항암화학요법(25.1%), 방사선치료(23.3%), 항호르몬요법(11.2%) 등이었다. 건강 상태가 보통이라고 답한 경우 30.1%, 좋거나 매우 좋다고 한 경우는 46.2%였다. 
 

암 관련 건간 특성에 따른 FCR 수준
암 관련 건강 특성에 따른 FCR 수준

해당 분석을 통해 0~1기에 비해 3기의 FCR 수준이 더 높았으며, 중복 암 진단을 받은 집단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더 높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주관적으로 건강 상태를 평가할 때 '매우 좋거나, 좋은 집단'보다는 '매우 나쁘거나 나쁜 집단'의 FCR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사회적 특성에 따른 FCR 수준을 보면 우울 증상 총점 평균은 6.16점이었고, 중간 정도 이상의 우울 증상을 보인 연구 참여자는 26.9%였다. 우울 증상을 보이지 않는 집단에 비해 중간 또는 약간 심각한 정도의 우울 증상을 보인 집단들의 FCR 수준이 더 높았다.

▶FCR 측정 도구 표준화, 암종별 데이터·전문인력 확충 필요

두 전문가는 우선, 국내 많은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암 치료 과정과 그 이후 암 생존자들이 가장 빈번하고 중요한 심리적 어려움으로 FCR을 지적함에도 적절한 평가와 개입이 부족한 실정을 지적했다. 각각 의료기관에서 FCR 척도를 혼용 사용하고 있으나 통합적인 데이터 수집, 활용 쉽지 않아 FCR 감소를 위한 근거로 활용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FCRI-SF 같은 측정 도구 표준화 작업, 절단점 기준 제시 등 실제 활용 지침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학계와 임상 현장의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협력해 FCR 관련 연구 결과를 축적하고 경험을 공유해나간다면 FCR 감소를 위한 임상 개입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 다음은 암종별로 FCR 수준이 다르나 이를 뒷받침할 국내 연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 자료는 보건의료전문가들이 FCR에 취약한 위험 집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 많은 암 생존자 대상으로 광범위한 암종 연구가 있게 된다면 특성에 맞춘 FCR 개임 프로그램 개발도 가능하다고 봤다.

마지막으로 암 생존자를 위한 심리사회적 문제와 자원 재공을 해결하기 위해 의료사회복지사를 포함한 보건의료 전문가 확충을 조언했다. 암 생존자의 FCR 감소를 위한 심도 있는 심리사회적 개입에는 충분한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의료기관 내 임상 개입 필요성에 대해 인식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두 전문가는 "2022년 발표된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 체계 개선 대책'에는 의료기관 병상 수에 따른 의료사회복지사의 배치 기준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며 "제도적인 개선은 궁극적으로 암 생존자를 위한 심리사회적 개입의 영역 확대와 질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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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 #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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