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전북대학교 약학대학 정재훈 교수 (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전문교육원장) 
사진. 전북대학교 약학대학 정재훈 교수 (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전문교육원장) 

최근 미국 코네티컷주 법무장관 윌리엄 통(William Tong)은 브리지포트의 버로우즈 커뮤니티센터 미팅에서 약물남용은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함을 역설하면서 예방의 역할을 정부와 함께 사회가 공유할 것을 주장하였다.

그는 '중독산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술과 담배, 의약품의 생산과 유통을 통해 수입을 얻는 업체들이 약물 중독에 부분적 책임이 있으므로 그 업체들이 우선해서 정부와 함께 중독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하였다.

미국의 연방정부와 주정부들은 마약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붇고 있는데도 약물중독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힘에 부쳐하고 있다.

대부분의 일에 있어서 우리가 배우고자 하는 미국의 제도에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약물중독 문제의 해결에 왕도가 없어서일까? 어떻든, 우리보다 훨씬 더 심각한 미국의 상황을 학습하여 반면교사로 삼아야할 필요가 있다.

지난 칼럼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국민 보건적 관점에서 약물중독 문제 해결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곳이 약물남용·정신건강서비스국(Substance Abuse & Mental Health Service Administration, SAMHSA)이며, SAMHSA 내에 정책 설정에 필요한 사회·과학적 근거의 창출을 지원하고 정책을 개발·시행하는 4개의 센터와 1개의 연구소가 있다.

SAMHSA를 공부하는 연속선상에서 약물남용 예방 문제를 총괄하고 있는 약물남용예방센터(Center for Substance Abuse Prevention, CSAP)에 관하여 살펴보자. 약물남용 문제에 대응하는 진용을 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CSAP의 위치와 역할

SAMHSA의 조직에 기초하여 CSAP의 구성을 아래 그림과 같이 정리할 수 있고, CSAP의 사명은 근거 기반 예방 접근 방식을 통해 행동 건강을 개선하는 것이다.
 

SAMHSA 산하 CSAP의 조직과 위치 [출처: SAMHSA 홈페이지]
SAMHSA 산하 CSAP의 조직과 위치 [출처: SAMHSA 홈페이지]

CSAP는 연방과 주, 공공·민간조직과 협력하여 아래의 사업들을 수행함으로써 포괄적인 예방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불법 약물 사용과 처방약의 오용과 남용, 알코올 오용과 남용, 미성년자의 알코올·담배 사용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과 프로그램, 서비스 개발에 국가적 리더십을 제공하는 일과 ○주와 지역사회, 기타 조직이 예방 지식을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약물남용예방 관행을 증진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에 기초하여 CSAP는 ○직장과 학교, 지역 사회를 지지하고, ○마약과 범죄가 없는 이웃을 지원하며, ○친구와 가족과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2021년 이래 CSAP의 센터장으로 법학과 약학을 공부한 Jennifer Fan(Pharm.D. & JD) 대위가 봉사하고 있다.
 

CSAP의 활동

CSAP의 주요 활동을 위해 2023년에 약물사용예방서비스(Substance Use Prevention Services, SUPS)를 위해 배정된 예산만 2억 3687만 9000달러로 3000억 원이 넘는다.

CSAP는 SUPS 프로그램을 통해 ○고품질의 합리적인 가격에 대한 공평한 접근을 보호·강화하며, ○ 건강보호 서비스가 포괄적이고 공동체에 기반하며 혁신적이고 문화적으로 유효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보건의 사회적 요인을 고려하도록 한다.

또한 ○예방 가능한 손상과 질병, 사망의 발생을 줄이기 위하여 청소년 중심의 건강행동증진을 강화하며, ○사회복지와 형평성, 경제성을 강화하고, ○트라우마나 폭력을 경험한 사람들을 지원하면서 방치와 학대, 폭력을 예방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가족과 지역사회에 권한을 부여하는 안전장치를 강화하고 있다.

SUPS 프로그램은 주로 청소년들에게 1차 예방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1차 예방은 알코올과 약물 남용이 개인과 가족, 지역 사회에 미치는 평생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리소스의 85% 이상이 청소년 중심의 1차 예방 서비스에 사용되며, 이는 미국의 18세 미만 약 7400만 명 청소년의 평생 건강을 결정하는 토대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예방 프로그램은 펜타닐 등 아편류의 오남용 위기에도 대응하고 있다.

국가적으로 아편류 과다복용에 따른 사망자 증가 상황을 반전시키고 취약 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방책으로 작동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략적 예방골격(Strategic Prevention Framework, SPF)은 공중 보건 원칙을 기반으로 하고 고위험 소외 지역사회에 근거 기반 예방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 5단계 지역사회 참여 모델이다.

SPF에 따라 SAMHSA는 성공 프로그램을 위한 전략적 예방 프레임워크 파트너십(SPF-PFS)을 공유하고 처방약을 위한 전략적 예방 프레임워크(SPF Rx)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SPF-PFS는 약물 남용과 관련 문제의 발생을 예방하고 진행을 줄이면서 지역사회와 주 차원의 예방 역량과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다. SPF Rx는 주 또는 지역 내에서 처방약 오남용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리소스를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들은 약물 사용 및 건강에 관한 국가조사(National Survey on Drug Use and Health, NSDUH)에 근거하여 설계되고 운영되고 있다.

그 예로 2021 NSDUH의 주요 내용에 ○지난 1개월간 약물사용에 관한 자료 즉, 2021년 12세 이상 인구 중 57.8%(또는 1억 6180만 명)가 지난 한 달 동안 담배, 술 또는 불법 약물을 사용("현재 사용"이라고도 함)했으며, 음주가 47.5%(또는 1억 3,310만 명), 흡연이 19.5%(5,470만 명), 불법약물을 한 사람이 14.3%(4000만 명)였음이 포함돼 있다.

이 외에도 ○흡연 또는 니코틴 베이핑, ○음주, ○대마 등 기타 베이핑, ○불법약물 사용, ○약물사용장애, ○청소년 정신보건, ○성인 정신보건, ○자살 생각과 행동, ○약물사용 치료, ○정신보건서비스 활용, ○ 불법약물 사용 또는 알코올사용장애와 정신보건문제가 동반된 사람들의 서비스 이용 등에 관한 자료들이 포함되어 있다.

필자의 관점에서 약물남용 관련 NSDUH의 자료는 우리나라에는 없는 가장 부러워할 만한 자료이다. 사회·과학적 정책 설계와 근거기반 프로그램을 설정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자료이다.

지난 칼럼들에서도 강조한 바와 같이 미국과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다르지만, 약물 남용과 관련된 NSDUH와 유사한 조사가 우리나라에서도 조속히 실시되어야 한다. 법과 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그 법제를 바꿔서라도 정기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

요즘과 같이 사소한 결정에도 빅데이터에 의존하는 사회에서 빙산의 일각만을 보고 주먹구구식으로 국가의 정책과 프로그램을 설계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우리에게 닥친 약물중독의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고 어떤 방법으로 접근할 것인지? 아울러 어떤 조직과 진용으로 대응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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