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틴 슈타인호프(Martin Steinhoff) 교수
마르틴 슈타인호프(Martin Steinhoff) 교수

[팜뉴스=김민건 기자] "제 2형 염증 면역 반응은 외부 기생충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만 교란 등 문제가 발생하면 아토피피부염, 천식 같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만성 염증 질환 치료 분야의 세계적 석학, 마르틴 슈타인호프(Martin Steinhoff) 교수에게 아토피 발생 원인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아토피 치료 원인과 해결법을 한 문장으로 답한 것이다.

만성 염증성 질환은 분자학적 특징에 따라 1형(건선성), 2형(아토피·천식, 알레르기성 비염), 3형(여드름·주사 피부염)이 있다. 그는 아토피 가려움증으로 염증이 생기는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생물의약품을 통해 제 2형 염증 반응을 차단해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아토피 환자들이 가장 참기 힘든 증상인 '가려움'은 제 2형 염증에서 면역 체계 불균형으로 나타난다. 아토피는 특정 자극에 노출 시 혈액에서 사이토카인이라 부르는 염증 매개 물질이 활성화 된다. 이중 인터루킨-4(IL-4)와 인터루킨-13(IL-13)이 제 2형 염증에서 아토피를 발생시키는 핵심 매개 물질이다.

제 2형 염증이 아토피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지자 사이토카인을 표적하는 치료제 개발이 본격화했고, 그 결과물로 인터루킨-4, 13을 표적으로 하는 최신 기전의 중등도-중증 생물의약품 치료제 '듀피젠트(두필루맙)'가 만들어졌다.

듀피젠트 같은 생물의약품은 기존 스테로이드 제제의 안전성 문제로 치료가 쉽지 않은 영유아부터 성인까지 일상으로의 복귀를 가능케 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건강보험 급여 기준상 생물의약품 간 교차 투여는 인정되지 않는 등 제한점도 있다.

마르틴 슈타인호프 교수는 현재 카타르 국영병원을 운영하는 하마드 의료법인(Hamad Medical Corporation)의 피부과학 및 성병학 부서장, 미국 뉴욕·카타르 도하 웨일 코넬 의과대학(Weill Cornell Medicine) 교수로 일하고 있다. 아토피를 중심으로 다양한 피부 질환 기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연구 중이다. 

최근 국내 의료 전문가들과 아토피 질환의 병태생리적 특징과 새로운 치료제 현황을 공유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마르틴 슈타인호프 교수를 서울 서초구 사노피 아벤티스 코리아 본사에서 만났다.  

그에게 제 2형 염증이 왜 아토피를 일으키는지,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지 물었다. 해외 기준과 비교해 국내에서의 제한적인 생물의약품 교차 투여, JAK억제제 안전성 이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들었다.

▶방한을 통해 만난 국내 의료진과 아토피 치료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한국 의료진들과 아토피 피부염이 전세계적으로 빈발하는 상당히 심각한 질환이고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공감할 수 있었다. 영유아나 소아, 청소년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한 치료제가 제한적이었지만, 현재는 삶의 질 개선에 좋은 효과를 줄 수 있는 치료제를 갖게 되었다는 만족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최근 아토피 분야에서 면역, 염증 치료가 주목을 받으며 제 2형 염증 면역 반응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왜 아토피를 일으키는 것인가.

"만성 염증성 피부 질환에는 건선, 여드름, 주사 피부염, 아토피 등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 각각의 질환들은 분자학적인 특징과 패턴으로 구분해 관련 면역학적 기전을 제1~3형으로 분류한다. 

제 1형은 일반적으로 건선성 질환을, 제 3형은 여드름과 주사 피부염 등을, 제 2형에서는 아토피, 천식, 알레르기성 비염 등 염증성 질환들을 포함해 아토피성 질환이라고 통칭한다.

이 같은 만성 염증성 피부 질환은 환경적 요소로 발현될 수도 있고 환자들이 가진 유전적 소인이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제 2형 염증 반응은 외부 기생충 등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발현한다. 하지만 교란이나 문제가 생기면 아토피, 천식 등 질환이 나타난다.

이 경우 환자의 피부 장벽 기능이 저해되면서 삼출 현상 등이 발생하고 외부 알레르겐 등 촉발 요소들이 더 많이 침투할 수 있게 된다. 환자가 가려움증을 느끼고 피부를 긁으면 추가적인 자극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면역 염증 반응으로 IL-4, IL-13 사이토카인 분비

신체 보호하는 피부 장벽 무너뜨리며 악순환

▶제 2형 염증 신호 전달 경로에 영향을 주는 사이토카인 중 인터루킨-4, 13만을 차단하는 듀피젠트는 아토피 병변과 가려움증 조절 효과를 확인했다. 두 신호 전달을 모두 차단했을 때 효과가 나타난 이유는 무엇인가.

"환자들이 집먼지 진드기나 꽃가루와 같은 촉발 요인에 노출되면 피부가 자극을 받는다. 혈액에서 사이토카인이라고 부르는 염증 매개 물질이 분비되고 제 2형 염증 반응이 유도된다. 이때 아토피 피부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IL-4, IL-13 과 같은 사이토카인이 체내에서 계속 분비되면 염증이 악화하고 점점 만성화된다.

피부가 붉어지고 각질이 떨어지거나 가려움증이 심해지는 급성 악화 현상을 겪는 것도 몸에서 IL-4, IL-13 사이토카인 분비가 늘어나서다. 이들이 피부 면역 세포나 신경 세포에 있는 수용체에 달라붙어 세포를 자극시키는데, 결과적으로 외부 자극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피부 장벽 효과를 무너뜨린다. 피부에 좋지 않은 물질들을 통과시키거나 건조하게 만들고, 외부 자극에 더 예민해지면서 사이토카인을 더 분비하는 악순환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듀피젠트는 사이토카인이 수용체에 결합하는 현상을 차단한다. 예를 들어 사이토카인이 열쇠고 수용체가 자물쇠라면, 듀피젠트는 열쇠가 자물쇠를 열어 염증을 일으키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그렇게 되면 피부 장벽의 기능을 강화시켜 염증이 줄어들고 가려움증이나 건조함 등을 감소시킬 수 있다. 환자가 급성 악화를 겪는 빈도를 줄이는 등 이점이 있다.

또한 IL-4, IL-13는 아토피 뿐 아니라 천식, 비용종을 동반한 만성 비부비동염, 알레르기성 비염 등과도 연관이 있다. 실제로 많은 아토피 환자들이 천식이나 알레르기성 비염을 동시에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환자에게 듀피젠트를 사용하면 다른 아토피성 동반질환 개선 효과가 보고되기도 한다."

마르틴 슈타인호프(Martin Steinhoff) 교수
마르틴 슈타인호프(Martin Steinhoff) 교수

 

기존 스테로이드제제 안전성 우려로 영유아 사용 제한

듀피젠트 적응증 확대, 환자와 보호자 모두 삶의 질 크게 개선

▶듀피젠트는 국내에서 미국에 이어 전세계 2번째로 만 6개월 이상 영유아 아토피까지 허가 적응증을 확대했다. 생후 6개월~만 5세가 제 2형 염증 치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치료 이점은 무엇인가.

"피부과 전문의들이 지난 50여 년간 겪어 왔던 문제 중 하나가 아토피에 처방할 수 있는 치료제 대부분 영유아나 어린 소아들에게 안전성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코르티손과 같은 치료제는 아토피에 장기간 사용했을 때 상당히 심각한 이상 반응이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다. 

특히 영유아 아토피는 음식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성인도 힘들어하는 극심한 가려움증을 영유아가 참는 것은 어렵고 보호자가 한 시도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보는 것도 불가능하다. 아이가 참지 못하고 피부를 긁으면 상처가 나고 피부 장벽이 약해지면서 세균 등이 침투하기 쉬운 조건이 된다. 2차 감염 등이 발생해 아토피가 더욱 악화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듀피젠트 같이 안전성이 확인된 약물을 영유아에게도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림으로써 환자와 보호자 모두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되는 이점을 볼 수 있다."

▶기존 치료제와 비교했을 때 듀피젠트가 영유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효과와 안전성을 모두 입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기존 국소 치료제로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중등도-중증 아토피 환자들에게 광선요법을 많이 사용했다. 그러나 가만히 있기 어려운 어린아이에게 광선요법은 적절한 치료법이 아니다. 결국 전신 면역억제제를 사용해야 하지만 면역력을 억제하다 보니 바이러스성 또는 세균성 감염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오래 사용했을 경우에는 간이나 심장 같은 장기에 영향을 줄 우려도 있다.

이에 반해 듀피젠트는 IL-4, IL-13 신호 전달만을 조절해 면역력에 대한 억제 효과가 없다. 그렇기에 바이러스성, 세균성 감염 위험이 적다. 

그나마 언급되는 부작용은 약 8% 환자에서 발견되는 안구 건조증과 유사한 충혈이 있지만, 치료 시작부터 인공 유액 등을 눈에 한 방울씩 투여하는 것만으로도 조절 가능하다. 실제로 지난 1년 반 동안 듀피젠트 투여 환자 중 눈이 충혈되는 환자를 본 적이 없었기에 딱히 우려할 만한 부작용은 없다고 본다."

▶인터루킨 억제제 외에도 하위 신호 전달 경로를 억제하는 JAK억제제는 최근 류마티스 관절염에서 안전성 우려가 있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고위험군 사용을 제한하라고 허가사항이 변경됐는데 두 치료제 간 차이는 무엇인가

"앞서 언급했듯이 듀피젠트는 IL-4, IL-13이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차단하는 표적치료제다. 세포 내에서 사이토카인이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매개 해주는 또 다른 물질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JAK(Janus Kinase)이다. JAK는 세포 내에서 추가적인 사이토카인들이 전사, 생성될 수 있도록 매개한다.

듀피젠트 같은 표적치료제는 원하는 종류의 사이토카인을 차단하지만, JAK를 차단하면 IL-4, IL-13뿐만 아니라 약 10개의 사이토카인 생성에 모두 관여한다. 그런데 일부 사이토카인은 면역 시스템과 관련된 역할이나 혈액 세포 생성 등에 관여하고 있다. 이들을 차단하면 혈전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것이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서 위험 반응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JAK억제제는 혈전, 폐색전증 위험, 콜레스테롤 증가, 죽상동맥경화증 등 문제가 보고됐고 허가사항 변경에 관한 블랙박스 경고가 추가됐다. 

효과 측면에서는 두 계열의 치료제가 어느 정도 유사하지만 JAK억제제는 광범위한 이상 반응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듀피젠트는 상당히 제한된 이상반응만을 보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성을 확인한 치료제라고 평가한다."

 

만성 염증성 질환 대부분 복잡한 기전

여러 치료제 사용하며 환자에 맞는 치료법 찾아야

보험 급여 적용되지 않으면 문제될 수 있어

▶듀피젠트 등 생물의약품 치료 효과가 좋다고 말했지만 한국은 보험 급여를 받아야 실질적 치료를 받는 시스템이다. 현재 급여 기준으로 아토피 치료에 교차 투여 시 급여를 유지할 수 없다. 해외 다른 국가와 비교해볼 때 한국의 급여 기준을 어떻게 생각하나.

"만성 염증성 질환은 대부분 상당히 복잡한 기전을 가지고 있어 하나만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예를 들어 아토피 환자 대부분 듀피젠트 치료에 잘 반응하지만, 일부 환자는 부분적이거나 아예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환자들은 IL-4, IL-13이 아닌 IL-31 등 다른 사이토카인에 의해 매개되는 질환적 특성이 강할 수 있다.

의료진이 처음부터 이러한 특성을 구별해서 치료를 시작하는 것도 어렵다. 건선의 경우 TNF억제제나 IL-17억제제, IL-23억제제 사용에도 증상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교차 투여로 환자에게 맞는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한데, 아토피도 마찬가지다.

특정 치료제로 증상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다는 점이 입증되면 다른 치료제로 교차 투여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상황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아토피 환자와 보호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세계적으로 아토피, 천식, 비용종을 동반한 만성비부비동염 등 여러 질환 분야에서 듀피젠트 처방 환자가 50만 명을 넘은 것으로 알고 있다.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 소아, 영유아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환자들에서 질환을 조절할 수 있고, 안전성까지 확인한 듀피젠트라는 치료제를 확보한 것은 우리에게 있어 운이 좋고 반가운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약 400명의 아토피 환자를 듀피젠트로 치료하고 있다. 환자들은 자신의 상태가 얼마나 좋아졌는지 흥분해서 이야기해 주고는 한다. 잠도 더 잘 자고, 학교생활도 더 잘하고, 대학생들은 대학 생활을 더 원만하게 할 수 있다. 직장인들은 직장 생활을 더 원활하게 할 수 있고, 친구들과 더 편하게 어울리는 등 실제로 나아진 일상생활을 이야기해준다.  

의료진으로서 환자와 가족들의 인생에 지대한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기쁜 일이며, 환자의 삶과 인생에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부작용이 적은 약을 처방할 수 있다는 것에 의료진으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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