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 대한약사회가 지난 한 달 동안 '국민 건강권 수호'를 외치며 진행했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반대 1인 릴레이 시위'가 지난 30일 최광훈 회장을 마지막으로 종료됐다. 당초 약사회가 주장했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자체를 막을 순 없었지만 제한적인 약 배달 허용, 약국 자동배정 금지 등의 성과를 거둬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사진. 보건복지부 CI
사진. 보건복지부 CI

보건복지부는 지난 30일, 제9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추진방안'을 보고하고 오는 6월 1일부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번 시범사업은 ▲국민 건강 우선 ▲편의성 제고 ▲환자 선택권 존중의 세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국민 의료의 안전성과 의료 이용의 편의성 그리고 접근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데 초점을 맞췄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시범사업 실시기관은 의원급 의료기관을 원칙으로 하고, 병원급 진료가 불가피한 환자를 고려하여 병원급 의료기관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또한 대상 환자는 대면진료 경험이 있는 환자를 중심으로 진행하되, 의료약자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일부 초진이 가능하다.

만성질환자를 포함해 기존에 대면 진료를 받았던 환자는 해당 의료기관에서 동일한 질환에 대해 추가로 진료를 받을 경우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며, 만성질환자는 대면 진료 받은 지 1년 이내, 만성질환 이외의 질환은 30일 이내인 경우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저출산과 맞물려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소아 환자는 앞서와 마찬가지로 대면 진료 이후 비대면 진료(재진)를 원칙으로 하되, 휴일 및 야간에 한해 비대면 방식으로 의학적 상담을 할 수 있다. 

복지부는 "의료서비스 공백 시간대에 아이가 갑자기 아플 때 부모가 의사의 도움을 받아 대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예를 들어 소아가 A병원에서 진단받은 후 휴일・야간에 A병원이 문을 닫은 경우 B병원에서 비대면 진료를 통해 응급진료 필요 여부나 보호자의 증상 대처방법 등을 상담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약 배달'에 관련된 내용이다. 

당초 대한약사회는 지난 5월 한 달 동안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저지를 위한 지부장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코로나19 위기 경보 '심각' 단계에서 지난 3년간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를 통해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발견됐는데, 이를 보완하지 않고 그대로 연장・유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 약사회의 지적이었다. 

이에 따라 약사회는 △표준화되고 개방화된 전자처방전 전달시스템 구축 △환자 중심의 약국 선택권 보장 △의약품 공급불안정 해소를 위한 동일성분조제 활성화 및 사후통보 간소화 △플랫폼 개입 없는 약사 주도의 합법적인 약 전달 △비대면 플랫폼 업체의 불법행위에 대한 관리・감독 기구 마련 등을 선결 과제로 제시하며 반대시위를 진행했다.

그런데 이번에 시행되는 복지부의 시범사업 안을 살펴보면 비대면 진료를 한 이후에 필요 시 처방전 발급이 가능하며 환자가 '지정하는 약국'으로 팩스 또는 이메일 등을 통해 처방전을 전송하게 된다. 

또한 약사와 환자가 협의해 ▲본인 수령 ▲대리 수령 ▲재택 수령 등 의약품 수령방식을 결정하고, 구두와 서면으로 복약지도 후 의약품을 전달한다. 다만, 재택 수령의 경우 직접 의약품 수령이 곤란한 섬·벽지 환자, 거동불편자, 감염병 확진 환자, 희귀질환자에 한해 허용된다.

그간 약사회가 주장했던 내용 전부가 반영된 것은 아니지만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여겨졌던 '약 배달 금지'와 '환자의 약국 선택권 허용'이 포함되며 선방했다는 평가다. 
 

사진. 대한약사회 최광훈 회장
사진. 대한약사회 최광훈 회장

5월 한 달 간 이어져 온 릴레이 시위에 지난 30일 마지막 주자로 참여한 최광훈 대한약사회장은 "비대면 진료가 시범사업 형태로 연장되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라며 "이미 지난 3년의 시간 동안 현행 비대면 진료가 갖는 문제점은 상당 부분 파악됐다. 이러한 것들을 보완하지 않은 채 연장・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비대면 방식 진료를 위한 환경과 그간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오진 및 과잉 진료와 의약품 오남용으로 인한 폐해 등이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다만, 환자가 지정하는 약국에서 본인이나 대리인의 의약품 수령을 원칙으로 하고 의약품 재택수령의 범위를 최소화 한 점은 의약품의 안전성에 관한 약사회의 우려를 수용적으로 반영한 것은 긍정적"이라며 국민 보건을 위해 약사회가 끊임 없이 건의했던 부분들이 받아들여진 것 같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국의 약사 회원들을 대표해 노력한 시도지부장들과 전국 분회장들, 약사회 임원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한다"라며 "동시에 투쟁 기간 동안 큰 성원과 힘을 보태준 회원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표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약사회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원활하게 대응하기 위한 대안 중의 하나로 자체 개발한 '공적처방전달시스템'을 제시했다.

비대면 진료에 대한 입장은 여전히 '반대'를 고수하고 있지만, 실제로 제도가 시행되면 당장 약사 회원들이 겪을 불편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공적처방전달시스템은 약사회가 자체 개발한 플랫폼을 통해 약국들이 처방전을 전달 받아 조제가 이뤄지는 시스템으로, 대한약사회가 운영하고 약학정보원이 위탁 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대한약사회 측은 "가장 급선무는 회원들이 공적처방전달시스템에 가입하는 것이다. 최대한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독려할 것"이라며 "다음으로는 민간 플랫폼 업체들과의 협업이다. 약사회가 개발한 시스템과 연계해 쏠림 현상 없이 어느 약국이나 공평하게 처방전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약사회는 공적처방전달시스템 도입이 어디까지나 회원 약사들의 편익을 위한 방안일 뿐,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반대'라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대한약사회는 "이번 비대면 방식 진료 시범사업이 근본적으로 준비가 미흡하고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여러가지 우려되는 점을 비판적이고 냉철한 시선으로 지속 주시할 것"이라며 밝혔다.

그러면서 "이와 동시에 미흡한 시범사업으로 인해 주 이용자인 의료취약계층 등 국민과 항상 지역사회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선량한 약국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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