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김성건 박사(약사)
사진. 김성건 박사(약사)

이번 편은 유산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현재 건강기능성 식품 중 가장 적극적으로 이용되는 제품군이 아닐까 생각한다. 실제 유산균과 관련된 학술연구가 지난 10여년 크게 증가하였고 관련된 물질들에 대한 개념, 용어들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과연 그렇다면 유산균의 역할은 무엇이고 이러한 제품을 복용하면 우리는 어떤 이득을 볼 수 있을까?

# 유산균과 장내 미생물 총 

유산균은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이다. 엄밀히 말하면 유산균은 유산(lactic acid)를 생성하는 균주를 말하며 프로바이오틱스는 인체 (숙주)에 이로운 균을 일컫는다. 즉 유산균은 프로바이오틱스 중 하나의 균주를 지칭하는 것이다(본 컬럼에서는 유산균과 프로바이오틱스를 구별하지는 않겠다). 

유산균의 역할을 이야기 하기위해서는 우리는 또 하나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 장내 미생물 총 (microbiome), 한글로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그냥 표현하기도 한다. 

장내 미생물 총은 장내에 존재하는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등 유전자를 함유하고 있는 모든 미생물을 통칭하는 용어로 실제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 수 보다 더 많은 수의 미생물이 장관에서 군집을 이루며 살고 있고 숙주인 인간과 공생하고 있다. 

만약 특정 조건에서 장내 미생물 총의 변화가 유발되어 유해균의 증식이 커져 정상 장내미생물총이 깨지면 숙주의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된다. 이는 단순히 장내 문제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질환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최근에 많이 보고되고 있는 것이 장내 문제는 면역체계, 대사체계 또한 중추신경계의 병리적 증상을 야기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다시 유산균의 역할로 돌아가서 유산균은 장내 미생물 총을 숙주에게 유리하도록 조성한다. 이렇게 언급하면 유산균은 숙주에게 종속된 것인가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유산균과 숙주는 독립적인 생명체이며 유산균 입장에서는 장내 존재하는 숙주에게 유해한 유해균과 서로 경쟁관계이기 때문에 그들의 증식을 억제하는 것이다. 

그리고 숙주에게 유익한 균 또는 적어도 숙주와 공생시 어떠한 이상반응을 유발하지 않는 공생균의 생장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 이것이 유산균이 장내에서 하는 액션이다. 

# 유산균은 장내 미생물 총을 관리하는 경찰

우리 몸에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수많은 세포들 외에 여러 나라(?)들이 존재한다. 우리 몸을 하나의 나라로 간주하고 숙주나라(Host)이라고 지칭하겠다(우리가 미생물 입장에서 생존 공간을 제공하기 때문에 숙주인 셈이다). 

그리고 우리 몸에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 수 이상의 미생물들이 존재한다. 그들이 살고 있는 생활공간을 바탕으로 구강 미생물 나라, 피부 미생물 나라, 여성의 경우 질 미생물 나라 등 여러 나라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미생물 수가 가장 많은 나라가 장 미생물 나라이다. 

유산균은 장 미생물 나라의 경찰이다. 이들은 주로 장내 산성도(pH)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범죄자 집단인 유해균의 증식을 막고 선한 시민인 유익균, 공생균의 증식을 유도한다(물론 이들 유해균, 유익균 또는 공생균이라는 표현도 상황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우리 인간의 입장에서 일반적인 상황에서 이렇게 구분 짓는 것이지 균들이 들으면 기분 나쁠까봐 걱정되긴 하다).

만약 유산균이 수가 적어서 또는 장내 환경이 변화해서 유산균들이 그들의 역할을 못하면 장내 미생물 나라에 범죄자들이 발호하게 된다. 이들 범좌자들은 숙주나라와의 경계선이 되는 장벽세포들에 구멍을 내고 숙주나라로 침투한다. 침투하지 못하면 적어도 독소를 뿜어내게 된다. 

일반적으로 유익균과 공생균은 숙주나라와의 경계인 장벽을 넘어서지도 않고 장벽 넘어로 있는 숙주나라의 경찰들인 면역 세포와도 별 마찰을 일으키지 않는다. 오히려 유익균과 공생균은 경우에 따라서 숙주나라 경찰인 면역세포를 훈련시켜 실제 숙주의 감염과 염증 위험을 낮추게 된다. 

하지만 유해균의 경우 숙주나라로 침범하여 경찰인 면역세포와 싸우면서 염증을 유발하며 여러 질환을 유발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 숙주는 장내에 튼튼한 경찰 즉 유산균을 공급해주어야 한다. 이들과의 공생을 위해서.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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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내 미생물 총은 제각각이다

그렇다면 튼튼한 유산균이란 어떤 것을 말하는 걸까?

튼튼한 유산균을 말하기 전에 우리는 장내 미생물총의 특징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직관적 생각해볼 때 장내 미생물총은 우리가 무엇을 먹는가에 가장 영향을 받을 것으로 생각된다. 

장은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을 흡수하는 장소이다. 그리고 거기서 살아가는 미생물들은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을 대사 시키면서 일부 그들의 먹이로 삼는다. 또한 미생물들은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들이 장내에서 대사되어 생성되는 대사체들에 의해 형성되는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장내 미생물총은 같이 식사하는 집단에서 유사성을 갖기가 쉽다. 또한 문헌에 따르면 장내 미생물총은 숙주의 위생관념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즉 손을 자주 씻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 또는 사용하는 화장실의 타입에 따라서도 다양성이 달라진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비교적 삶의 패턴의 동질성이 크기 때문에 비슷한 것을 먹고 비슷하게 씻고 유사한 타입의 화장실을 사용한다. 하지만 다민족 국가에서는 이러한 부분의 다양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2021년에 발표된 논문(Scientific Reports(2021)11:2618)에 의하면 말레이시아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인종들의 장내 미생물 총을 분석한 결과 서로 상이하게 확인되었다. 

4가지 인종들의 장내미생물총을 분석하였다. 여기서 인종이란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문화적 배경을 공유하면서 생활습관(식습관, 위생관념 등)을 공유하는 집단이라는 의미이다. 4가지 인종들의 장내 미생물 총에 차이가 확인되었다. 

또한 미국에서도 장내 미생물 총을 확인한 연구(Plos Biol (2018)16(12):e2006842)가 진행되었는데 4가지 인종에서 차이가 확인되었다. 

즉 같은 문화적 배경을 공유하며 생활습관이 유사한 집단의 장내 미생물 총은 유사하고 다른 문화생활패턴을 가진 집단과는 장내 미생물 총이 상당히 다르다는 결론이다. 

이 뿐만 아니라 장내 미생물 총 형성에는 유전적인 요인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쳐 우리 몸 안에 장내 미생물 총은 형성이 되며 우리와 함께 공존하며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 로컬유산균(Local Probiotics), 유산균 선택의 조건

그렇다면 또 다시 어떤 유산균이 좋은 유산균일까?

2022년 중국 연구진에 의해 발표된 논문(Front Microbiol (2022)13:814284)에서는 두 인종의 유산균(주로 Lactobacillus 속) 프로파일의 차이를 확인하였고 같은 균주라도 동일한 인종에서 분리한 것이 더 잘 활동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우리는 좋은 유산균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앞서 소개한 문헌들을 바탕으로 생각을 해보면 유산균도 그 지역 사람들에게서 추출한 유산균이 가장 적합한 유산균으로 생각된다. 

같은 생활습관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장내 미생물 총은 유사하고 이들에게서 정상적으로 역할을 “더 잘” 할 수 있는 유산균은 그 동일한 생활습관을 갖는 사람들에게서 추출한 것이어야 할 것이다. 기존에 있는 용어는 아니지만 이러한 유산균을 필자는 로컬 유산균 (Local probiotics)으로 명명하고자 한다. 

같은 식습관과 생활방식을 공유하면서 장내 미생물 총을 형성해왔던 사람들은, 그들에게서 추출한 로컬 유산균이 가장 적당한 유산균일 것이다. 이들 로컬 유산균은 로컬 사람들의 장내 환경이 최적화된 환경이고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로컬 유산균의 개념에는 상대성이 있다. 

이 지역 사람들에게서 추출한 로컬 유산균으로 이 지역 사람들에게, 또 다른 지역에서 추출한 유산균은 그 지역 사람들에게 잘 맞는다는 것이다. 잘 맞는다는 것이지 어느 유산균이 더 좋다, 나쁘다의 개념은 아닌 것이다. 

다시 말해, 유산균의 선택에는 “다르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지 “좋다” 또는 “나쁘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다. 

장 미생물 나라로 돌아가서 숙주나라에서 장 미생물 나라와의 긴밀한 관계를 위해서 건강한 유산균 경찰을 공급해 준다. 새로이 보충된 유산균 경찰은 위산과 담즙산이라는 어려움을 뚫고 장내 미생물 나라로 입성하게 된다.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고 저기 한무리의 범죄자 유해균들을 발견하고 가서 외친다 “Freeze!” 범죄자들은 당황한다. 여기는 대한민국으로 범죄자 유해균은 무슨 말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비유적으로 표현해 봤지만 장내 미생물 총은 인종적으로 다양하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로컬 유산균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생각된다. “거기, 꼼짝마!”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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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 필수 영양제, 유산균

마지막으로 이러한 유산균을 꼭 복용해야 할 대상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성인도 물론 유산균 복용이 장건강을 견인하여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고 각종 만성질환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평소 장건강이 걱정되는 경우, 면역력에 자신없는 경우 등 이외에서 그냥 건강한 사람도 유산균의 복용은 득이 되면 득이 됐지 실이 될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고 이왕이면 로컬 유산균을 이용하는 것이 좀 더 유리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정말 꼭 복용해야 하는 대상이 있다. 바로 유아, 어린이 그룹이다. 

2020년 발표된 논문(Autism Res (2020)13(10):1778-1789)에는 아이들의 자폐증(자폐 유사 증상)과 위장관 건강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를 다루고 있다. 아이들 2-3.5세 중 자폐아 255명과 일반아 129명의 위장관계 장애 증상과 발달 행동에 대해서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우선 자폐아의 47.8%가 소화기계 증상을 1개 이상 갖고 있었고 일반아는 17.8% 가 소화기계 증상을 1개이상 갖고 있었다. 복수의 소화기계 증상은 자폐아 30.6%, 일반아 5.4% 가 갖고 있었다. 이는 자폐아의 경우 일반아에 비하여 소화기계 병리 증상을 더 많이 갖고 있었고 증상 정도도 더 심각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리고 자폐아와 일반아 모두를 대상으로 위장관계 증상을 갖고 있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으로 나누고 이상 행동 정도를 확인하였다. 연구 결과 자폐아와 일반아 모두 위장관 증상이 있는 경우 이상 행동을 보였는데, 예를 들면 자학적, 강박적 행동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증가가 확인되었고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이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불안감이 증가하였고 수면장애를 겪었고 공격적인 성향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위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자폐아와 일반아 모두에서 위장관계 증상이 있는 경우 동일하게 이상행동이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장건강이 특히 어린이 성격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평가할 수 있다. 자폐증의 경우는 현재 유전적인 원인에 의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질환으로 병리적 증상으로 위장관계 증상을 수반하는 것인지는 정확한 인과관계가 밝혀진 것으로 아니지만 적어도 자폐증에 걸린 아이들의 위장관계가 민감한 것은 사실이고 이러한 증상들이 자폐와 관련된 증상들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팩트로 보인다. 

실제 위장관과 뇌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연구는 많이 진행되어 왔다. 그리고 유산균이 장내 미생물 총을 정상화하여 아이들의 정상적인 행동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논문이 보고되어 있다. 

2020년 발표된 논문(Int J Mol Sci (2020)21(11):4159)에 따르면 지속적인 유산균 섭취는 장내 세균의 불균형을 바로잡고 장기능을 정상화하여 뇌-장 연결축 (Brain-Gut axis)을 통해 자폐증상을 완화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치료방법은 경제적이며 안전하며 효과적이라고 언급하였다. 

물론 자폐증과 같은 질병의 상태가 아니더라도 일반아의 경우도 장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 이상행동을 표출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유아 및 어린이들에게 유산균을 이용한 장건강 관리는 중요하다. 

# 장건강은 장건강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아이들에겐!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일반적인 경우 유아, 어린이들은 상대적으로 어른들에 비해서 비타민의 요구량이 높지 않다. 부모들이 잘 관리를 해주고 있고 만성질환에 노출된 상태도 아니며 심각한 스트레스에 둘러 쌓여 있지 않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 비타민을 적극적으로 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약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아이들 비타민은 그 함량도 낮기 때문에 간식 대용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유산균은 다르다. 평소 장건강이 좋은 아이들은 유지 목적으로, 장건강이 좋지 않은 아이들은 장건강을 회복하는 목적으로 꼭 복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장건강은 성격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로컬 유산균의 중요성은 아이들에게서 더 강조될 수 있다. 아이들이야 말로 장내 미생물 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로컬 유산균을 이용한다면 좀 더 나은 장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동일한 문화를 갖는 인구집단에서 추출한 유산균은 우리 아이들 장건강을 유지하는데 효과적인 솔루션이 될 것이다. 본 컬럼을 마치며 제 지인이 전해준 재치있는 다음 문장이 참 와닿는다.

유산균(Probiotics)은 유산(heritage)이다. 아이들 장 건강 부모님이 꼭 챙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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