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산하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KPIS)'를 통한 급여(처방) 의약품 정보 제공 제도가 '반쪽짜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들린다. 제약사들의 경영활동과 R&D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제도이지만 심평원이 진입장벽을 지나치게 높여 해당 제도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사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CI
사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CI

최근 기자와 만난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단일 보험체계여서 실제 의약품 사용량· 시장규모 정보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비된 상태"라며 "제약사들은 심평원 KPIS를 통해 급여 의약품 데이터를 제공 받아 시장 분석에 활용해왔다"고 답했다. 

실제로, 제약사가 심평원 KPIS에 급여(처방) 데이터에 대한 정보 공개를 청구하면 심평원의 검토를 거친 이후 급여 의약품 사용실적(매출) 등 최대 3년치 처방 데이터가 공개된다. 약효분류군별, 약리기전(ATC코드)별로 의약품 시장경향에 대한 분석이 가능하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신약 개발, 제네릭 개발 등에 반드시 필요한 '알짜 정보'다. 일정 수수료만 지급하면 단순 매출실적 뿐 만아니라 물론 요양기관 종별, 병상규모별, 시도별 사용 실적과 같은 세부 데이터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업계에서는 해당 제도를 향해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 제약사 임원은 "자기 회사제품 정보만 가능하고, 타사 정보는 사전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즉, 시장 분석을 위한 타사 제품 정보를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제약사가 동의를 해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타사 의약품 정보를 요청할 경우 구비서류가 있는데 대부분의 회사가 공개를 거절하고 있다"며 "자사 정보만 청구해서 내부 실적과 비교 모니터링에 활용 중이다. 정부가 세금으로 구축한 데이터베이스인데 온전히 활용되지 못해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의약품 사용 정보' 제공 가이드라인은 "정보공개청구권자는 해당 의약품에 대한 식약처의 제조(수입)품목허가권자이어야 하며, 그 외 의약품(타사 제품)의 경우 권리자의 정보제공 동의가 필요하다"라고 명시한다. 

심평원이 요구한 '정보제공 동의서' 항목에 따르면, 권리자(타사)는 업체명, 대표자, 사업자등록번호, 주소, 대상제품 명칭, 제품 코드 등을 기입해야 한다. 

"상기 권리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유·관리하고 있는 자사 제품의 정보를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것에 동의한다"라는 항목에 서명을 기입하도록 한다. 사업자등록증 사본과, 법인임감증명서 각 1부도 타사의 정보 제공 동의 요건이다. 

앞서의 임원은 "애초 시스템 자체가 잘못됐다"며 "데이터를 서로 주고 받는다면 양사 간의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동의가 이뤄질텐데 한 회사가 다른 회사한테 일반적으로 데이터를 공개해달라고 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동의를 해주지 않는다. 우리 회사조차 타사의 동의 요청이 들어오면 부담을 느끼고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심평원은 다른 제약사의약품 매출 실적을 보고 싶으면 동의를 받아오라고 하지만 한 두 곳도 아니다"며 "시장에 플레이어가 20곳일 때도 있는데 제약사 20곳 동의를 전부 가져오라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서로 동의를 해주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타사 제품 정보를 요청하는 제약사들은 없을 것이다. 이는 제도 취지와도 맞지 않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심평원 KPIS는 의약품 정보 제공 가이드라인을 통해 '의약품 사용정보 제공 목적'으로 '의약품 사용정보 생산․제공을 통한 공공데이터 개방 활성화 및 접근성 제고'와 '제약사의 합리적 경영활동 지원 및 신약 개발 등 제약 산업 R&D 활성화'를 제시했다.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을 위해 KPI 의약품 데이터를 통해 기존 시장 점유율에 대해 분석을 하고 싶어도 '타사 제품' 동의 요건이라는 진입장벽을 도저히 넘을 수 없다는 것.

업계에서 KPIS 의약품 정보 제공 제도가 '반쪽짜리'로 전락했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리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타사 제품 매출 실적에 대한 허들이 이렇게까지 높아야 하는가"라며 "정부와 심평원의 급여 의약품 데이터는 RWD(Real World data)로 민간이 제공하는 급여 데이터 추정치보다도 정확할텐데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 제약사들이 이용조차 못하고 있다. 가장 정확한 데이터가 있는데 제도가 유명무실해서 민간 업체의 처방 의약품 정보를 비싼 돈을 구입하는 것이 안타깝다"라고 토로했다. 

한편 팜뉴스는 KPIS 의약품 정보 제공 제도에 대한 업계 관계자들의 입장을 담아 후속 보도를 이어갈 예정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