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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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김응민 기자] 종종 부모나 배우자, 자녀 등 가까운 사람들과 사별한 이후 남은 가족들이 기일(忌日)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자살 미스터리'가 풀릴 만한 단서가 발견됐다. 스웨덴 연구진이 부모의 기일을 전후에 자살한 사람들을 분석한 결과, 자살 위험성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지난 2000년부터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해 약 20년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23.6명으로 OECD 평균인 11.1명보다 2배 이상 높다. 자살자 수는 1만 3352명이며 이는 하루 평균 36명, 분으로 환산하며 40분에 1명씩 자살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자살'을 하게 되면 당사자의 가족과 친척, 동료와 같은 주변 사람들에게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주고 사회적 손실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 연구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에서 자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연간 6조 5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인권 단체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와 국가가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사회·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하는 이유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근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자살과 관련해 흥미로운 논문이 게재됐다. '스웨덴에서 부모의 기일을 전후한 자살'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부모가 사망한 성인 자녀의 경우 기일을 전후해 자살 위험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 스톡홀름 대학교의 공중보건과학 연구진은 스웨덴에서 1990년~2016년까지 부모가 사망한 이후 자살한 성인(18~65세) 7694명의 데이터를 조건부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활용했다.

'조건부 로지스틱 회귀분석(conditional logistic regression)'은 범주형 종속변수가 하나의 개체에 대해서 시간에 따라 나타날 때 사용하는 분석기법으로 특정 결과를 분류하거나 예측할 때 주로 활용된다.

이들의 중위 연령은 55세(47~62세)였으며 전체의 29%(n=2255)가 여성이었다. 부모 중 아버지가 사망한 경우는 52.6%(n=4044), 어머니 47.4%(n=3645), 부모 모두 사망한 케이스는 0.1%(n=5)로 확인됐다.

또한 결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60.3%(n=4640)이었고 미혼은 39.4%(n=3032)로 기혼자 비율이 더 높았다. 부모가 사망한 이후 자살하기까지 기간은 평균 7년(3~12년)이었다.

연구진은 분석 대상군을 환자-교차연구(case-crossover study)를 통해 부모의 사망(acute event)이 자살(transient exposure, 일시적인 위험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다.

환자-교차연구는 기존에 많이 활용되는 환자-대조군 연구와 달리 환자가 자신을 대조군으로 삼는다. 각각의 환자에서 질병 발생 직전(여기서는 자살)의 일정기간을 위험기간으로 설정하고, 그 이전의 질병 발생과 무관한 일정 기간을 대조기간으로 정의해 비교하는 방식이다.
 

표. 성별에 따른 부모 기일과 자살 간의 연관성(자료=JAMA)
표. 성별에 따른 부모 기일과 자살 간의 연관성(자료=JAMA)

분석 결과, 부모의 기일 이후 2일까지 기간 동안 이전(부모의 죽음을 경험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 자살 확률이 '여성'에서 67%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odds ratio[OR], 1.67; 95% CI, 1.07-2.62).

또한 여성의 나이가 18~34세(OR, 3.46; 95%CI, 1.14-10.56)와 50~65세(OR, 2.53; 95%CI, 1.04-6.15)인 경우에는 기일 전날부터 당일까지 자살 위험성이 상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위험은 어머니를 잃은 경우(OR, 2.29; 95% CI, 1.20-4.40)에 특히 두드러졌으며, 미혼 여성(OR, 2.08; 95% CI, 0.99-4.37)에서도 관찰됐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남성의 경우 기일 전날부터 당일까지 오히려 자살 위험성이 감소했다(OR, 0.57; 95% CI, 0.36-0.92).

연구진은 "그간 부모의 사별과 그 이후 겪을 수 있는 자살에 대한 연관성은 그 위험도에 비해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부모의 기일은 자살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고 젊은 나이에 사별한 여성과 어머니를 잃은 경우, 그리고 미혼 여성이 특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족과 의료 전문가 및 사회 구성원들은 이러한 점을 고려해 부모와 사별한 사람들의 기일을 기록하고 해당 날짜를 전후로 정신건강에 이상이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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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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