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사진. 게티이미지

편두통 약물 개발이 괄목할 만한 진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편두통 신약들이 연달아 나와서 치료제를 선택하는 폭이 넓어졌다.

희귀 질환에 대하여 적용하는 약물이 주종을 이루는 요즘의 신약 개발 트렌드에서 너무 흔해서 주목을 받지 못하는 질병에 대한 약물의 개발 성공이 오히려 돋보인다.

미국 바이오협회가 지난 10년 동안의 신약 개발 성공률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희귀 질환에 적용하거나 소수의 환자에게 특화된 약물의 개발이 임상시험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으며, 많은 사람들이 걸리는 질환에 대한 약물은 상대적으로 성공률이 낮다.

적은 수의 환자에게 적용하는 약물은 개발하고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FDA의 특례 제도의 혜택을 보는 비율도 높다. 이러한 흐름에서 벗어나 편두통 약물 개발이 성공하는 배경에는 특정 바이오마커를 타겟으로 개발의 노력이 집중되어 있다.

개발하려는 약물의 타겟과 질병의 관계가 사람에서의 유전적 데이터 또는 바이오마커에 대한 직접적인 데이터로 확보되어 있을 때에 약물 개발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2021년 FDA 승인을 받은 50개 약물 중에서 3분의 2가 약물과 질병의 바이오마커에 대한 관계를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데이터로 확보하고 있는 경우였다. 편두통 약물 개발의 성공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한다. 편두통 신약들은 대부분 CGRP를 타겟으로 한다.

CGRP는 편두통 유발과 관련된 물질이다. 세로토닌 수용체를 타겟으로 하는 신약도 있는데 이는 기존의 약물의 부작용을 개선하도록 개발되었다.

편두통은 신경성 질환이다. 누구나 살면서 두통을 경험하며 전세계적으로 10명 중의 1명 이상이 편두통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 한국에서도 유병률이 17%에 이르도록 흔하다. 여성이 남성보다 세 배의 비율로 더 발병한다.

다른 질병이나 신체적 상태와 관련이 없이 발생하는 편두통의 경우, 발병의 원인이 분명하지 않으나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모두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편두통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아스피린,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이나 기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NSAID) 등의 약물을 복용한다. 이런 약물이 듣지 않거나 편두통 발작이 자주 일어나면 편두통 특이 약물이 필요하다.

사진. 성은아 박사
사진. 성은아 박사

편두통은 죽음에 이르는 병은 아니지만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생활에 지장을 준다. 삼국지에 나오는 인물인 조조는 만성적인 편두통 때문에 고생을 했다. 주치의로 있던 화타가 침술로 통증을 완화시켜 주곤 했다.

그래도 조조의 편두통은 계속 재발했다. 매사 의심이 많던 조조는 명의라고 소문이 난 화타가 자신의 병을 못 고치는 것이 아니라 안 고치고 오히려 악화시킨다고 생각해서 그를 죽여 버렸다.

화타의 시대를 지나서 지금도 편두통을 근원적으로 치료하지 못한다. 약물 치료는 편두통이 발작할 때에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또는 미리 투여하여 편두통의 빈도와 정도를 경감시키도록 예방의 목적으로 한다.

편두통이 일어나는 기전에 대하여 뇌혈관의 수축과 이완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설과 신경의 염증성 질환이라는 설이 비교적 최근까지도 있었으나, 이러한 가설들은 편두통이 일어날 때의 증상적 단면만을 설명할 뿐이다.

실제로 편두통 발작은 여러 단계의 과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일어난다. 편두통은 어떤 이유로 인하여 신경 흥분의 불균형이 유도되어 발생한다고 보고 있으며, 특히 삼차신경혈관계가 관련된다.

편두통의 발생 과정 중에 CGRP가 직접적인 역할을 한다. CGRP(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 calcitonin gene-related peptide)는 인슐린보다 작은 크기의 물질이다. CGRP는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에서 다양한 작용을 하는데, 예를 들면 강력한 혈관 이완 작용이 있고, 신경계의 염증을 일으키고, 통증을 유발한다.

삼차신경에서 분비된 CGRP가 신경계와 혈관세포, 비만세포 등에 발현된 CGRP 수용체에 결합함으로써 편두통과 관련된 증상을 나타낸다. 그래서 이 과정을 차단함으로써 편두통의 증상을 완화하거나 발작을 억제하고자 약물이 개발되었다.

CGRP 억제제는 항체 약물과 저분자 화합물 두 종류가 있다. 항체 약물로서, 2018 년에 CGRP 수용체에 대한 항체인 에레네주맙과 CGRP 항체인 프레마네주맙, 갈카네주맙 등 무려 3 개가 한꺼번에 승인이 되었고, 2020년에 CGRP 항체인 엡티네주맙이 추가되었다. 편두통의 발작을 사전에 억제하는 예방의 목적으로 사용한다.

CGRP 항체가 나오기 이전에 만성 편두통의 발작을 예방하도록 사용되어 온 약물로서 2010년에 승인을 받은 오나보툴리눔독소A가 있다. 이 약물은 CGRP 항체와 작용 방식이 다르다. 신경을 마비시켜서 말단부 세포의 긴장도를 완화한다. 미용 목적으로 사용하는 보툴리눔 독소 약물과 유사하다.

CGRP를 억제하는 화합물들은 삼차신경에 있는 CGRP 수용체에 결합하여 CGRP가 작용하지 못하게 한다. 유브로게판트가 2019년 말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두고 승인을 받은 이후 리메게판트, 아토게판트도 연달아 나왔다. 이들 저분자 화합물은 경구 투여가 가능하다.

2023년 봄에는 스프레이식으로 비강에 분무하여 투여하는 자베게판트가 승인을 받았다. 약물에 따라 편두통의 증상을 완화하거나 예방하는 목적으로 사용한다. 승인된 게판트 약물들은 2세대 또는 3세대 화합물로서 1세대 화합물에서 문제가 되었던 간독성을 나타내지 않았다.

CGRP가 전신에서 다양한 작용을 하는 물질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타겟으로 하는 게판트 약물은 크게 문제가 되는 부작용을 나타내지 않는다. 장기 독성의 여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아직까지 편두통 치료의 중심은 트립탄 계열 화합물들이다. 수마트립탄이 1991년 처음 약물로 승인을 받은 이후 나라트립탄, 졸미트립탄 등 7종이 나와 있으며 거의 30년 동안 편두통의 증상을 완화하도록 사용되어 왔다.

트립탄은 세로토닌 수용체에 작용한다. 세로토닌은 그 이름(세로= 혈액, 토닌=긴장 조절)이 시사하는 것처럼 혈관수축 작용이 있다. 세로토닌은 우울증 약물의 타겟이 되는 물질이기도 하다. 세로토닌은 직접 편두통 치료제로 사용되지 않았다.

대신, 다양한 종류의 세로토닌 수용체 중에서 특정 수용체에만 작용하도록 트립탄 화합물이 개발되었다. 트립탄은 세로토닌 수용체 중에서 특히 1B/1D형의 수용체에 작용하여, 혈관 수축을 유도하고 3차 신경세포에서 CGRP의 분비를 억제한다.

트립탄 계열 약물의 가장 큰 문제는 타겟이 되는 세로토닌 수용체 1B가 혈관 세포에 발현하기 때문에 심혈관계 부작용이 따른다는 점이다. 그래서 라스미디탄이 개발되었다.

라스미디탄은 세로토닌 수용체 1F형에 작용한다. 이 수용체는 혈관세포에 발현하지 않으므로 트립탄과 달리 심혈관계 부작용이 없다. CGRP의 분비를 억제하고 편두통의 증상을 완화한다. 라스미디탄은 2019년에 유브로게판트보다 2달 먼저 약물 승인을 받았다.

기존의 약물인 트립탄과 신약인 게판트 및 디탄 (라스미디탄)의 효능과 부작용을 비교한 연구가 있다. 2021년 미국의학회지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모두 64개의 임상시험 자료를 검토해서 거의 5 만 명의 환자에 대한 약물의 반응을 비교했다.

정리하면 트립탄 계열 약물이 신약인 게판트 계열과 디탄 화합물에 비해서 효과가 높다. 부작용의 빈도는 게판트 계열이 가장 적었으며, 디탄이 가장 높았다. 트립탄이 심혈관계 부작용을 나타내어 문제가 되지만 게판트나 디탄은 심혈관계 부작용이 없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