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지 진자니 이탈리아 볼로냐대학 교수(Prof. Pier Luigi Zinzani)
루이지 진자니 이탈리아 볼로냐대학 교수(Prof. Pier Luigi Zinzani)

[팜뉴스=김민건 기자] 국내 항암치료 전문가들과 최신 치료 지견을 논의하기 위해 방한한 이탈리아의 피에르 루이지 진자니 볼로냐대학 교수(Prof. Pier Luigi Zinzani)는 "치료 반응이 다를 수 있는 말초T세포림프종(PTCL) 아형별로 동일한 치료제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저명한 혈액학자이자 종양학자이다. 현재 유럽종양학회 공식 학술지인 Annals of Oncology 부편집장이며 볼로냐 대학 혈액종양학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진자니 교수는 "상당히 치료가 어려운 단일 질환에서 국가별·대륙별 의약품 승인 상황의 차이로 1차 치료로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다른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우려하며 "정말 의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국내에서 혈액암 환자를 진료해 온 양덕환 화순전남대병원 교수도 "유럽인 60~70%가 역형성대세포림프종(ALCL)이지만, 한국은 혈관면역모세포성 T-세포림프종(AITL)과 NOS(Not Otherwise Specified) 아형도 많기 때문에 CD30이 발현된 환자에서는 치료 성적을 유일하게 올린 애드세트리스 보험 급여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두 혈액암 치료 전문가는 왜 PTCL 치료에서 생존기간 향상을 보인 애드세트리스 사용이 중요한지 강조했을까. 현재 세계적 기준의 치료법은 무엇이며, 국내 치료 환경에서 한계점은 무엇인지 두 교수와 인터뷰를 통해 짚어봤다.

비호지킨 림프종의 약 10~15%를 차지하는 말초T세포림프종(PTCL)은 흔하지 않은 질병이다. B세포림프종 대비 치료 예후도 좋지 않은데 서양 보다 아시아에서 더 높은 발병률을 보인다.

오랜시간 PTCL 1차 표준치료요법은 CHOP 병용화학요법 또는 CHOEP 병용화학요법이었다. CHOP 요법의 3년 생존율은 43~55%이며 화학병용에 실패한 경우 생존기간 중앙값은 약 5.8개월에 불과하다.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이 있지만 재발·불응성이거나 기저질환자는 사용할 수 없다.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약이 있다. 항체약물 결합체(ADC)인 애드세트리스(브렌툭시맙 베도틴)다. CD30 항원에 선택적인 항체와 미세소과 저해제(MMAE), 효소 절단성 링커로 구성된 이 치료제는 CD30 양성 PTCL 환자에서 CHOP 대비 우월한 임상적 혜택을 보였다.

최근 발표된 ECHELON-2 5년 추적관찰 결과에서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 62.3개월로 CHOP군(23.8개월)보다 두 배 이상 길게 나타났다. 5년 무진행 생존율은 각각 51.4%(A+CHP)와 43.0%(CHOP)로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30% 줄였다. 

그러나 애드세트리스 병용 치료에도 문제가 있다. 바로 '약값'이다. 현재 유럽에서는 ALCL에 애드세트리스 병용 요법이 허가돼 있다. 유럽은 ALCL 환자 수가 많지만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한국은 역형성대세포림프종(ALCL) 보다 혈관면역모세포성 T-세포림프종(AITL)과 NOS(Not Otherwise Specified) 환자 아형이 많은데도 건강보험 급여는 ALCL만 적용 중이다.

다음은 진자니 교수와 양덕환 교수와의 일문일답.

▶2023 다케다 온코서밋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진자니: 매년 기회가 된다면 50~60여개 국제 학회에 참여하는 편이다. 여러 다른 국가에 있는 동료, 전문의들을 만나서 지식과 경험을 같이 공유하며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T세포 내지는 B세포, 호지킨 림프종 같은 다양한 림프종들과 혈액학적 암들에 대해 활발한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이런 자리들을 많이 찾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2023년도 다케다 온코 서밋이 상당히 중요한 기여를 하는 자리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자리에 참여함으로써 치료 및 진료와 관련된 여러 가지 논의들을 진행하고, 또 미래에 필요로 하는 상호 협력 프로젝트 등을 논의할 수 있다. 

결국 환자를 위한 치료를 더욱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대륙별·국가 간 규제 기관의 논의 사항이나 허가에 차이가 있다 보니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는 이런 자리들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에 많은 공헌 기회를 제공했으며 특별한 연이 있다고 들었다

진자니: 약 20년 전부터 림프종 분야에서 훌륭한 한국 의료진들과 교류하며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기회가 될 때마다 한국의 의료전문가들을 볼로냐에서 학회 발표를 하거나 참여할 수 있도록 초대했고, 우리 측도 방한하면서 지금의 좋은 유대관계가 형성됐다.

특히 한국에는 T세포림프종 분야에서 대가이자 전문가인 분이 많다. 한국과 일본, 중국 등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는 T세포림프종 중 하나인 NK-T세포 림프종 부분에 대해서도 세계 1위 수준의 한국 전문가들이 있기에 많은 교류가 가능했다.

사실 T세포림프종은 비호지킨 림프종의 약 10-12% 정도를 차지하는 암종이라 희귀 질환은 아니다. 그러나 적절한 치료제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상당히 높은 분야이기에 신약의 필요성이 크다. 

최대한 단시간 내에 빠르게 신약들을 개발, 환자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유럽과 미국, 아시아 대륙의 여러 전문가들과 업계에서 협업해야 가속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본다.

4~5년 전만 해도 꿈처럼 생각하고 있었던 협업이 하나 있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원석 교수가 제안한 국제 T세포림프종 컨소시엄 구축이다. 북미와 유럽, 한국, 홍콩, 싱가포르, 일본 등이 포함된 아시아 국가들이 컨소시엄을 구축하는 것을 대략적으로 구상했는데 현재 가시화되고 있다.

대규모 제약회사 뿐만 아니라 해당 분야에서 좋은 신물질 또는 신약 후보 물질을 가지고 있는 벤처 기업과 전문의들이 협업, 적절한 치료제 개발을 신속하게 진행함으로써 환자들에게 더욱 빠르게 치료제를 전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내년부터 관련 네트워크가 출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양덕환 화순전남대병원 교수
양덕환 화순전남대병원 교수

▶말초T세포림프종(PTCL)은  비호지킨 림프종에서 약 10-15%만 차지한다. 어떤 질환인가

진자니: PTCL이라는 분류 안에는 여러 아형의 질환이 있고, 조직학적으로 구분이 되는 아형(subtype)이 8-9개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흔한 것이 80% 정도를 차지하는 역형성대세포림프종(ALCL)이다. 이외에 혈관면역모세포성 T-세포림프종(AITL)과 정확히 구분이 되지 않아 NOS(Not Otherwise Specified)라는 약자로 구분하는 별도의 아형이 있다.

10년 전부터 아형별로 특화된 연구를 진행하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현실적으로는 환자를 찾아내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각 아형별 연구를 분류해 진행하기 위해서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아형별 피험자들을 다수 모집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PTCL이 비호지킨 림프종의 10~12% 정도를 차지하기는 하지만, 세부 아형별로 나눈다면 그 비중이 더 떨어진다. 

글로벌에서는 대부분 PTCL 전체 질환에 대해 동일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와 별도로 NK-T세포 림프종에 특화한 연구들도 진행하고 있다.  좀더 공격적인 질환이고 다른 아형들에 비해 조직학적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AITL과 NOS에 해당되는 환자들에게서 20-50%가 CD30 양성으로 나오고 있고, 다른 아형의 경우 세포 표면에 CD30가 발현되지 않는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환자들이 가진 림프종 아형별로 CD30 발현 정도에 따라 1차치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요법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아형별로 치료 반응이 다를 수 있고, 이에 대해 동일한 치료제를 적용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의 PTCL의 치료법은 어떤가. 세계적인 표준 치료법은 무엇인가

진자니: CHOP에서 O에 해당하는 빈크리스틴을 뺀 상태인 A+CHP(애드세트리스 + 사이클로포스파미드 + 독소루비신 + 프레드니솔론, 애드세트리스와 화학요법 병용) 요법이라는 새로운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다. ALCL에 대해서도 글로벌 표준치료(standard of care)가 사용되고 있는데 CD30 양성 환자의 경우 특이적 항체를 가지는 애드세트리스를 사용할 수 있다.

ALCL, AITL, NOS 등 PTCL 여러 아형에 대한 연구로 기존에 사용하던 CHOP와 A+CHP 치료법을 비교하는 ECHELON-2라는 임상 연구가 있다. 완전관해(CR) 비율, 전체 반응률(OR), 무진행생존기간(PFS)에 유의미한 개선이 있었고 누적 독성은 없는 상태로 나왔다. 그러므로  PTCL 치료에 있어서 애드세트리스가 상당히 좋은 옵션이라고 볼 수 있다.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은 현재 ALCL 1차 치료로 ALK 양성, ALK 음성 환자들에게 애드세트리스와 화학요법(A+CHP)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돼있다. 다른 조직학적 아형에 대해서는 사용을 못한다. 미국에서는 모두 승인받은 상태지만 EMA는 ALCL만 적응증을 허가했다. 가능하다면 EMA와 회의를 진행해서 AITL과 NOS에 대해서도 A+CHP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적응증 확대를 요청할 예정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미국과 상황을 유사하게 만들어보려 하고 있다. 

한국은 어떻게 결정됐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상당히 치료가 어려운 단일 질환에서 국가별·대륙별 의약품 승인 상황 차이로 환자들이 1차 치료로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다른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높은 재발율이 PTCL 치료 의료진·환자들의 큰 미충족 수요

한국, NOS·AITL 아형 많지만 CD30 발현에도 보험 급여 불가


▶기존 표준 치료제가 가진 한계점은 무엇인가

진자니: 1차 치료에서 좋은 결과를 얻으면 다행이지만, 재발 위험이 상당히 큰 질환들은 1차 치료에서 완전관해를 얻었다 해도 5년 후까지 상태를 유지한 환자는 30~40%에 불과했다. 1차 치료는 그렇다 쳐도 문제가 되는 것이 2차 치료에서 재발 또는 불응하는 환자들의 치료법이다. 60%는 재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높은 재발율이 PTCL 환자들의 큰 미충족 수요(unmet needs)이고, 재발 불응성 환자들에 대해서도 원하는 수준의 좋은 치료제가 없다는 것 또한 큰 미충족 수요(unmet needs)이다. 

2차 치료는 현재 골드 스탠다드라고 생각할 수 있는 치료법이 확립돼 있지 않아 문제다. 재발 환자들에게 젬시타빈 단독 요법을 사용하거나 옥살리플라틴 또는 벤다무스틴을 같이 사용하는 접근법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환자들에게 얻을 수 있는 반응률이 30% 정도 밖에 안 되며 효과 지속 기간이 6~8개월 이하다.

현재 대륙간 사용 가능한 치료나 그 방향에는 차이가 있다. 미국은 5~6년 전 재발불응성 PTCL에 대해서 로미뎁신(Romidepsin), 프랄라트렉세이트(Pralatrexate) 그리고 벨리노스타트(Belinostat) 3가지 치료제를 승인한 상황이다. 이 치료제들을 이용하는 경우 전체 반응률이 30%대, 완전 반응률이 15%대로 나오며 치료 효과 유지 기간은 8~9개월 이하로 나온다. 

2차 치료를 하기 전에 우선  A+CHP 요법을 통해 완전관해를 얻게 되면 자가조혈모세포(ASCT) 이식을 통해 좀더 공고히 하는 접근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재발율을 조금 더 낮출 가능성이 있지만 1차 치료에서 사용한 A+CHP 결과가 완전관해 수준으로 나와야 가능하다. 

전 세계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초기 데이터들이 나오고 있다. 두벨리십 같은 PI3K 억제제들이 나오고 있고, 중국 회사에서는 JAK1 억제제를 개발 중이다. 일본에서는 발레메토스타트(Valemetostat) 같은 EZH1/2 억제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 치료제 자료들을 보면 재발 불응성 환자들의 완전 반응률이 30%이고 전체 반응률이 50%로 나오고 있다. 아주 작지만 터널 끝에 빛이 보이고 있다. 

우리 센터는 PI3K 억제제인 중국 회사의 린펄리십(linperlisib) 2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전체 반응률 값이 40% 가까이 나오고 완전 관해 비율 값은 20%대로 나오고 있다. 새로운 방법을 이용한 치료제 개발을 시작하고 있다. 

한국 의료진들이 이 분야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연구를 진행해 환자들 치료도 많이 개선된 상황이다. 이 얘기는 양 교수로부터 듣고 싶다.

▶국내에서 PTCL 치료법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글로벌 표준치료와 비교했을 때 한계는 무엇인가

양: 한국은 유럽과 미국의 하위 그룹 차이도 있고 글로벌 상황과 다르다. 일반적으로 서양은 PTCL이 10~15%를 차지한다고 했는데, 한국에서는 전체 림프종을 기준으로 통계적으로 진단된 환자를 분석하면 PTCL이 20~30% 정도다. 유럽보다 한국의 PTCL 환자들이 많은 것이다.

CD30이 발현되는 암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ALCL이다. 유럽은 ALCL이 많지만, 한국은 NOS가 가장 많은 아형이고 두 번째가 AITL, 세 번째가 ALCL이다. 또한 NK-T세포 림프종이 ALCL과 비슷하게 6~7%로 나온다. T세포림프종에서 CD30이 중요한 하나의 마커가 된 이유는 애드세트리스라는 약제가 다른 T세포림프종 치료제보다 생존기간(survival)을 2배 이상 늘릴 정도로 훨씬 더 효과가 좋았기 때문이다.

한국은 건강보험 급여가 굉장히 중요한 나라다. 현재 ALCL 1차 치료에서 CD30 발현이 중요한 요소로 양성이 나오면 건보 급여로 치료받을 수 있다. ALCL은 보험 급여가 됐지만 한국에서 가장 많은 아형인 NOS과 AITL은 CD30이 발현해도 보험 급여가 안 되고 있다. 고가의 약을 돈을 주고 사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 치료가 어렵다. 이 문제가 현재 한국에서 대두되고 있고 제약회사에서 후원과 지원 프로그램을 하지만 한계가 있다.

유럽과 한국 모두 애드세트리스를 쓰지 않는 환자들의 재발율이 높다. 2차 치료가 중요하다고 계속 강조한 이유는 재발이 많아 사망률이 높고, 재발했을 때 치료할 글로벌 표준치료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약들이 계속 제시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약 하나로는 해결이 안 되기 때문에 여러가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현재까지 많은 연구자들이 T세포림프종을 치료했을 때 재발이 많았고 그 이후 치료 성적이 매우 불량했으나 애드세트리스를 쓴 이후에는 재발율이 굉장히 줄었다.

아까도 언급했듯이 유럽인들의 60~70%가 ALCL이지만, 한국은 NOS과 AITL도 많기 때문에 CD30이 발현된 환자에서 치료 성적을 유일하게 올린 애드세트리스 보험 급여 확대가 필요하다.

2023년 3월 20일 기준. 국내 애드세트리스 허가 적응증과 급여 범위
2023년 3월 20일 기준. 국내 애드세트리스 허가 적응증과 급여 범위

▶한국은 현재 PTCL 중 국내 환자 비율이 가장 적은 ALCL에만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치료자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나

진자니: 유럽 같은 경우 많이 발생하고 있는 ALK 양성, ALK 음성 ALCL 환자들에 대해서는 이미 급여 승인을 받아 애드세트리스를 사용하고 있고, 더 적은 비중의 나머지 2가지 아형에 대해서도 승인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반대로 한국은 나머지 2가지 아형인 AITL과 NOS 비중이 사실 더 높은데, 그 두 가지 아형에 대해 급여가 안 된다는 것은 믿기 힘든 상황이다. 정말 의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서 이 부분에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 

전 세계 어떤 대륙에 살든지 환자들이 공통적인 질환을 가지고 있으면 공통적인 최상의 치료법에 대한 접근성을 가져야 한다. 국가별 허가 사항에 격차가 있다는 것은 매우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모든 환자가 어디에 있든 최고의 치료제에 원활한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국가별 격차가 있는 상황이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 한국은 약제 선택에 있어 보험 급여가 매우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나라이고, 이것에 부합되지 않으면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국은 ALCL 1차 치료에만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가장 많은 아형인 NOS과 AITL에서는 CD30이 발현이 돼도 애드세트리스 급여 적용이 안돼 환자들의 경제적인 부담으로 이어진다. 다케다에서 재정적인 후원 및 지원 프로그램을 하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치료적인 접근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세부 아형과 상관없이 CD30이 발현된 PTCL 환자에 대해 포괄적인 보험 급여 확대가 필요하다.


완전관해 비율 2년 유지, 유럽에서 믿기 어려울 정도로 효과 보여


▶유럽에서 PTCL에 애드세트리스를 처방했을 때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나

진자니: ECHELON-2 연구에 참여했을 당시 15명 정도의 피험자가 등록됐다. 환자 대다수가 완전관해를 달성하고 4년까지 계속 유지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애드세트리스가 대단한 치료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재발 불응성 환자들에게 애드세트리스를 단독 요법으로 사용했을 때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물론 CD30 양성이어야 하겠지만, 재발 내지는 1차 불응성 환자들에게 애드세트리스를 사용했던 사례들을 보면, 반응을 하는 일부 환자들이 아주 '판타스틱하다'고 표현했다. 

완전관해를 달성하게 되면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혈모세포이식이라는 공고 요법을 할 수 있다. 이런 환자가 3명이 있었는데 그 환자들이 계속 완전관해 비율을 2년까지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단독 요법으로 환자들에게 사용했을 때도 '언빌리버블'이라고 표현할 만큼 믿기 어려운 효과를 보여주는 치료제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국내는 현재 PTCL 중 ALCL 일부 환자에게서 애드세트리스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 약 2년간의 임상 경험이 쌓인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확인한 치료 성적은 어떠했나

양: ALCL 환자들의 1차 치료에서 애드세트리스에 CHP를 병용 사용한 결과  치료성적이 이전 보다 향상되는 것을 체감할 수 있고 추가적인 부작용도 크지 않음을 느낀다.

▶ECHELON-2 3상 연구에서 기존 표준요법인 CHOP 대비 우월한 임상적 유용성을 좀더 자세히 말해달라

진자니: 이 임상연구의 승자는 A+CHP을 사용했던 군이었다. 이 군이 CHOP을 사용했던 군과 대비해 무진행 생존기간(PFS) 값이 훨씬 더 좋게 나왔고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보였다. 완전관해와 전체 반응률 모두 통계적 유의성 있는 차이를 보였다. 기존에 쓰던 화학요법에 애드세트리스를 더했는데 독성이나 안전성 문제에서 더 추가된 것이 없었다. 즉, 누적 독성값이 없다는 것도 확인됐다. 

이 연구를 기반으로 수년 만에 처음으로 1차 치료에서 화학요법과 애드세트리스 병용요법(combination therapy)을 통해서 더 개선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5년 업데이트 결과가 발표됐는데 CHOP 군 대비 A+CHP 군에서 무진행 생존기간(PFS)의 곡선 커브가 통계적 유의성 있게 벌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CHOP과 CHP 요법의 차이는 무엇인가

진자니: 사실 CHOP은 ECHELON-2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PTCL 표준요법으로 사용하고 있었던 병용 화학요법이다. CHOP은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C), 독소루비신(H), 빈크리스틴(O), 프레드니손(P)의 약자이다. 빈크리스틴 자체가 말초 신경 독성이 좀 나타나는 제제이고 애드세트리스 같은 경우 비율은 낮은 편이지만 말초 신경 독성이 있는 치료제이다. 그래서 신경 독성이 중복 발생하거나 누적될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애드세트리스가 들어가는 군에서는 빈크리스틴(O)을 빼기로 결정했다. 

결론적으로 ECHELON-2 연구 결과를 보면 3, 4등급에 해당하는 말초 신경 독성이 CHOP군과 A+CHP 군에서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즉, 브렌툭시맙이 빈크리스틴을 대체했다고 봤을 때 안전성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ECHELON-2 결과에 따르면 애드세트리스와 CHP 병용요법 환자군의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은 62.3개월로 CHOP군의 23.8개월보다 두 배 이상 길었다. 5년 무진행 생존율은 각각 51.4%(A+CHP)와 43.0%(CHOP)로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은 30%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유럽, 이탈리아 그리고 한국에서 애드세트리스를 병용했을 때 어떠한 치료적 가치를 기대할 수 있나

진자니: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최대한 많은 환자가 완치를 달성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겠지만, 환자들의 상태를 살펴봤을 때 5년이나 7년 후에 계속 치료를 진행해보며 과거 사용해 왔었던 CHOP 요법 대비 A+CHP 요법이 더 많은 환자의 완치를 얻어낼 수 있는지가 우리의 큰 관심사이다. 

애드세트리스가 그런 가치를 가져다 줄 수 있을지 살펴볼 것이며 환자들의 삶의 질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환자들이 겪게 되는 삶의 질 저하 없이 완전관해 비율, 전체 반응률, 완치율을 높이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가 주요 관심사가 될 것이다. 쉽게 말해서 더 좋은 효과에 더 적은 부작용과 독성 상태를 얻을 수 있는지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요소이다. 애드세트리스가 그런 결과를 가져다주길 기대한다.

양: 기존에 애드세트리스를 제외한 모든 치료 연구들이 CHOP에 비해서 나은 부분이 없었다. CD30이라는 타겟 요법에서 애드세트리스와 병용치료하는 임상연구를 진행했고 1차 평가변수는 무진행 생존기간이였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애드세트리스라는 약이 장기적으로 질환이 재발하지 않도록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3상 연구에서 무진행 생존기간이 거의 두 배 가까이 올랐지만, 독성 자체는 별 차이를 보이지 않으면서 기존 치료법보다 애드세트리스라는 새로운 약을 썼을 때 더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앞서 환자 삶의 질도 얘기했지만, 장기적으로 질환이 재발하지 않고 전체생존기간도 향상시키면서 T세포림프종에서는 유일한 치료제임을 증명했다. 아시아인과 유럽인 간에 독성 차이와 반응 차이도 없는 것으로 보아 인종에 상관없이 애드세트리스가 더 나은 치료 효과를 보였다.

양덕환 화순전남대병원 교수와 루이지 진자니 교수
양덕환 화순전남대병원 교수와 루이지 진자니 교수

▶PTCL 신약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향후 치료제의 발전 방향을 어떻게 보나. 이와 관련해 한국 보건의료전문가와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진자니: 미래의 신약들은 현재 타겟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어떤 경로나 표적들을 대상으로 해서 환자에게 더 좋은 치료법을 발굴해 나가야한다. 약 2년 전에 상당히 중요한 예비 문헌 자료가 미국에서 발표된 적이 있는데, HDAC 억제제인 로미뎁신과 5-아자시티딘를 같이 사용했던 치료제에 관한 것이다. 

재발 불응성 PTCL 환자들에게 이것을 사용했을 때 전체 반응률 70%, 완전관해 비율  50%로 나왔다. 이 데이터를 기준으로 지금 미국에서 3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유럽에서는 볼로냐 대학이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다. 로미뎁신과 5-아자시티딘을 같이 사용한 치료제를 기존에 사용하고 있었던 벤다무스틴, 젬시타빈, 비노렐빈 이 3가지 제제가 들어있는 화학요법과 비교하고 있고, 좋은 데이터가 나오게 되면 2~3년 이내에 좀 더 규모가 큰 3상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렇게 된다면 CD30 양성 환자들을 대상으로 A+CHP을 이용했던 요법과 로미뎁신과 5-아자시티딘을 이용해 화학요법이 가지고 있던 독성을 뺀 상태로 비교하는 연구도  시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제제에 대한 연구가 끝나고 나면, 그 다음 단계로는 2제요법(dual therapy)이 아니라 신약 3제요법(three-way therapy)을 시도할 것으로 본다. 그래서 펨브롤리주맙과 같은 면역관문억제제를 이용해서 환자들이 얻을 수 있는 완전관해율을 더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3년 후에는 이런 연구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희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JAK1 억제제, EZH1/EZH2 억제제, PI3K 억제제 같은 기존 약물들에 대해서도 새로운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데이터만 봐도 과거 완전관해율이 10%였다면 현재 30%대가 나오고 있고, 전체 반응률이 30%대 밖에 안 됐다면 요즘엔 50%까지도 데이터가 나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환자들에 대한 반응률을 높일 수 있는 치료제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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