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휴온스는 2017년 국내 최초로 주사제 완제품의 FDA 허가를 받아냈다. 이듬해 리도카인 국소마취제는 또 다시 FDA 관문을 뚫어냈다. 2019년, 부피바카인 주사제마저 FDA를 통과했다는 낭보가 전해진 순간 업계가 깜짝 놀랐다. 세계 최고 규제 기관의 엄격하고 깐깐한 심사를 3년 연속으로 뚫어냈기 때문이다.

미국 수출길이 열린 이후, 휴온스는 비약적인 성과를 남겼다. 리도카인을 중심으로 매출 100억달러(지난해 기준)를 돌파했고 미국 최대 의약품 유통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전 세계 의약품 개발 시장을 호령하는 미국 본진에서, 'MADE IN KOREA'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것이다. 

꾸준한 자본 투자와 특유의 전문성 없이 세계 최고의 품질을 요구하는 FDA를 뚫어낼 수 없다. 미국 진출을 꿈꾸는 제약사들이 휴온스를 롤모델 삼아 FDA 문을 두드리는 배경이다. 국산 의약품의 미국 시장 연착륙이 다른 어떤 국가보다도 힘겹고 어렵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휴온스는 미국 시장을 어떻게 선점했을까. FDA 벽을 허문 노하우와 비결은 뭘까. 8일 팜뉴스가 그 답을 얻기 위해 북미 시장 진출을 최전선에서 진두지휘한 산증인, 김태형 해외영업팀 팀장을 인터뷰했다. 김 팀장의 목소리를 통해 '북미 국가대표' 휴온스의 북미 시장 진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한다. 

1일 휴온스 해외영업팀 김태형 팀장이 판교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 중이다. 

# 먼저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린다.  

휴온스 해외영업팀은 제품을 개발하고 수출해서 이익을 창출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해외 거래선들을 발굴한 이후 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전담해왔다. 제품 공급 계약이 체결된 나라를 대상으로 주문 수주, 생산 의뢰, 출고일 확인, 수금까지 꼼꼼히 확인하는 업무다. 

그 외에 홍보자료 제작, 전시회 참가, 파트너링 미팅 이벤트 참가 등 해외 영업에 필요한 마케팅 업무도 진행 중이다. 제 역할은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위한 보고와 팀원들에게 해외 거래처 협의 방향 제안하는 것이다. 팀원들의 사기 보충을 위해 지원도 하고 각종 어려운 상황, 즉 리스크 관리도 맡고 있다.

# 2018년 4월 휴온스는 국소마취제 '1% 리도카인 주사제 5mL 앰플'이 FDA 허가를 받은 이후 약 5년이 흘렀다. 리도카인 등 4개 품목의 미국 수출이 지난해 약 12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이는 전년 대비 69% 급증한 수치다. 비약적인 성장을 보인 이유가 무엇인가. 

기존 FDA 등록 업체의 공급 부족으로 미국 주사제 시장은 고질적인 수급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1% 리도카인주사제 5mL'는 기존 FDA 등록 업체들의 공급이 중단돼 미국 현지에서 심각한 공급 부족을 겪는 품목이다. 이런 점을 활용해서 미국 유통 업체들과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미국 전역으로 '리도카인주사제'를 공급할 수 있었다. 

# 처음부터 지속적인 물량 부족 현상을 예상하고 현지 시장을 공략한 것인가. 

정확히 예상한 부분은 아니다. 다만 저희는 물량 부족 상황 발생 전부터 1% 리도카인 앰플 주사제를 미국 시장에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에 먼저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시장의 니즈를 다른 회사들보다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휴온스 리도카인 미국 수출 제품
휴온스 리도카인 미국 수출 제품

# 리도카인은 2018년 FDA 허가 이후 승승장구했다. 결국 미국 최대 규모 의약품 유통 기업인 맥케슨과 계약에 성공했는데, 수출 초기와 달리 미국의 주요 유통 시장을 선점한 이유가 무엇인가. 

맥케슨은 미국 내 의약품 유통업 1위 업체다. 매출액이 300조에 이르는 기업으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회사다. 저희가 이런 회사와 인연을 맺을지 예상하지 못했지만 사전에 철저히 준비했던 부분이 계약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2009년부터 휴온스는 제천공장 준공하고 미국 시장에 대한 꿈을 그렸다. 특히 휴온스 대표품목 리도카인 제제의 FDA 허가를 받기 위해 수년간 엄청난 투자와 노력을 진행했다.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도 영향을 미쳤다. 모든 노력이 맞물리면서 맥케슨이란 대형 의약품 회사와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 마케팅 활동은 어떤 측면에서 도움이 됐는가. 

휴온스는 매년 미국에서 열리는 제약산업 전시회(CPhI North America)에 참가해왔다. 중국, 일본, 우리나라를 순회하면서 여는 전시회인데 미국 전시회에 꾸준히 참여했다. FDA 승인을 받은 제품이라고 홍보하면 저희 부스로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맥케슨도 그곳에서 만났다.

# 맥케슨 외에도 미국 내에서 공급계약을 맺은 사례가 있는가. 

미국에 GPO(US Government Publishing Office, 필요한 제품을 공동으로 입찰에 붙여 제조업체로부터 물품을 확보해 유통하는 역할)라는 기관이 있다. 미국 종합병원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기관이다. 필요한 품목에 대해서 대량으로 장기간 계약을 맺는다. 지난해 말 저희가 GPO와 6년간의 리도카인 공급 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올해 1월부터 공급을 진행하고 있다. 

1일 휴온스 해외영업팀 김태형 팀장이 판교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 중이다. 
1일 휴온스 해외영업팀 김태형 팀장이 판교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 중이다. 

# 리도카인은 명실공히 '국가대표 주사제'라는 닉네임으로 불려도 무방하다. 리도카인 품목들이 FDA 의약품 품목허가(ANDA)를 취득했을 당시 회사 내부의 분위기는 어땠나.

먼저 훌륭한 닉네임을 붙여 주셔서 감사드린다. 미국 FDA 품목 허가가 확정됐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회사 분위기가 좋았다. 말할 수 없을 정도의 경사였고, 저희 휴온스 위상이 많이 높아진 계기였다. 많은 회사들이 부러운 마음을 표현했다. 

# 팀장은 리도카인 FDA 허가 전반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고 있다. FDA 허가 당시 개인적인 소회를 들어보고 싶다.

저는 휴온스가 첫 직장이다. 미국 시장 진출과 FDA 허가를 위한 모든 노력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지켜봤다. 저로서도 FDA 허가는 남다른 성공사례로 기억에 남아 있다. 

미국 FDA의 현지 실사 당시 통역원으로서 임무를 수행했을 당시 부담감과 책임감이 상당히 컸다. 실사단과 거의 모든 일정을 함께 했기 때문이다. 실사 직전 FDA 출신 컨설턴트들이 저희 공장을 방문했을 때도 통역을 진행했다. 

승인 소식이 알려진 순간 공장 직원분들과 함께 노력했던 순간들이 떠오르면서 말할 수 없이 뿌듯했다. FDA가 우리 휴온스의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했다는 점 때문에 휴온스 일원으로서 자부심도 생겼다. 

# 휴온스는 미국 시장을 넘어서서 이제 캐나다 시장까지 수출 지도를 넓혀갈 예정이다. 최근 국소마취제 2종(1% 리도카인 앰플, 1% 리도카인 바이알)이 캐나다 보건부로부터 공급 허가를 취득했다. 캐나다는 높은 수준의 의약품 허가 시스템으로 유명한 나라다. 캐나다 시장 공략에 나선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부터 캐나다 시장에 꼭 들어가야겠다는 계획은 없었지만 "휴온스의 입지가 북미 시장에서 강화됐으면 좋겠다"는 논의를 이어가는 중, 캐나다 업체 쪽의 요청을 받았다. 리도카인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연착륙했기 때문에 캐나다 쪽도 관심을 보인 것이다. 

언급한 대로, 캐나다 보건청 허가 규정도 FDA만큼 까다롭다. 다만 리도카인이 캐나다 당국의 허가를 받으면 전 세계적으로 품질과 기술력을 더욱 인정받을 수 있다. 캐나다를 참조국으로 두는 나라가 많기 때문이다. 참조국 허가를 받으면 개발도상국에 진출할 때 허가 절차가 간소화된다. 미국 시장 진출 성과로부터 파생된 효과다.  

# FDA는 의약품 품질과 기술면에서 '세계 표준'이다. 미국 허가로 충분한데 캐나다까지 공략 중인 또 다른 이유가 있는가. 

미국은 물론 캐나다 허가까지 있으면 점수가 더 올라간다. 대표적인 참조국은 유럽 미국, 캐나다, 일본, 호주를 꼽는다. 캐나다에서도 허가를 얻어냈다고 하면 혜택이 커지는 효과가 있다. 향후 저희 제품이 중동 등 전 세계로 뻗어 나갈 때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 화제를 돌려보겠다. 저희 팜뉴스(약사신문) 창간 기획 취지는 '국가대표 제약사, 국가대표 의약품'이다. 휴온스가 '국가대표 제약사'란 키워드와 어울린다고 생각하는가.

현재 시점에서 휴온스와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부정하기 어려운 타이틀이다. 미국 최초로 대한민국 국소마취제 FDA 허가 보유자로서 공급난 속에서 열심히 공급해왔고 이를 계기로 대한민국 의약품의 위상을 높일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개인적으로도 '국가대표 제약사'의 위상을 여실히 체감하고 있다. 저희는 제네릭 의약품 액상 주사제로 미국 FDA 허가를 국내 최초로 취득한 기업이다. 그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품목 허가를 받았다. 

사우디 역시 중동에서 허가받기 어렵기로 유명하다. 미국과 중동 지역에 대한 실사 경험 때문에 실제로 다른 회사로부터 해외 시장 진출을 문의하는 전화도 많이 받는다. 그런 자부심을 바탕으로 신규 파이프라인을 늘리고 사업을 더욱 키워서 타이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마지막 질문이다. 국내 제약사 대부분이 '국가대표 제약사'로 거듭나기 위해 '국가대표 의약품'을 생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험난한 길을 개척한 선구자로서 의약품 수출을 꿈꾸는 국내사 제약 기업에게 특별히 조언해야 할 내용이 있다면.

저도 아직 배워가야 할 부분이 많은 입장이라 다른 회사에 조언하는 것이 조심스럽다. 다만 미국 허가를 진행하면서 중요하다고 느꼈던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먼저 미국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초기 투자에 대한 경영진 의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제품 개발 및 허가 진행 시 높은 금액의 투자비가 발생한다. 회사의 강한 투자와 지원이 없이는 사업을 일으켜낼 수 없는 이유다. 

# 미국 수출에 회사의 강한 투자와 지원이 절실한 이유가 무엇인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저희가 미국에서 FDA 허가 컨설팅을 위한 비용이 많이 들었다. 허가 서류를 제출하기 위한 수수료도 상당하다. FDA 허가를 유지하고 GMP 수준을 관리하기 위한 비용도 매년 들어간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같은 내용을 보고 받으면 단칼에 "진행해!"라고 할 수 있는 회사는 거의 없을 것이다. 십중팔구 차라리 미국 진출을 포기하고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제약사 경영진의 강력한 투자 의지와 지원이 중요하다. 

# 현지 컨설팅 업체 선정 측면에서 주의할 점은 없는가. 

cGMP(Current Good Manufacturing Practice, FDA 의약품 품질 관리 규정)에 대한 FDA 규정을 잘 이해하고 있는 컨설팅 회사와 협조를 잘해야 한다. 휴온스의 경우 FDA 실사 진행 전, 컨설팅 회사를 통해 최소 10회 이상 모의 감사를 진행했다. 

특히 회사 시스템 개선을 위한 지적사항을 받아들이고 바꾸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지적 사항에 대해 자기 방식을 고집하면 FDA 관문을 뚫어내기 힘들다.

해외 허가를 진행하기 위한 등록 업무 인력도 필요하다. 휴온스에는 미국 FDA 규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FDA 측과의 의사소통에 능통한 RA 인력이 있다. 공급 내역 보고 등 리도카인 등 미국 허가 제품을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데 전문 인력 확보도 중요하다. 

# FDA 허가를 위해 현지에서 의약품 인허가(RA) 전문가 또는 업체와의 협업도 중요하다고 들었다. 

실제로 FDA는 RA 에이전트가 필수다. 저희가 허가 관련 서류를 준비하면 에이전트가 서류를 가져간다. 그 이후 허가 서류를 작성하다가 궁금한 부분을 물어보면 저희 RA 부서가 답변해왔다. 그런 식으로 서류를 제대로 준비해서 FDA 접수까지 에이전트가 대행한다. 

# 결국 휴온스가 미국 시장을 꾸준히 두드린 힘이 FDA 허가 시점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 아닌가. 

그런 셈이다. 심지어 FDA 실사 과정에서 나온 지적 사항에 대해서도 RA에이전트가 컨설팅을 해준다. 미국에는 유능한 RA 에이전트들이 많다. RA 에이전트와 긴밀하게 협조하는 것이 FDA 허가 진행과 GMP 실사에 워낙 중요하다. 

# 향후 비전은.

앞으로 리도카인뿐 아니라 다양한 제품 라인 증설로 미국 내에서 휴온스의 위상을 더욱 높이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에서 '휴온스USA' 법인의 역할을 더욱 확장해서 자사 생산 제품을 직접 유통까지 맡는 회사로 성장시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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