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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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의 접종 이후 RNA 약물 개발에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RNA는 유전정보 물질의 한 종류이다.

DNA에 기록된 유전정보를 기초로 RNA라는 복사 물질을 만들고, RNA에 코딩된 정보에 따라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것은 세포에서 일어나는 생명 현상 중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센트럴 도그마' 라고 한다.

도그마(dogma)란 감히 반박하지 못하는 원칙이다. 이유를 불문하고 무조건 믿어야 하는 종교에서나 사용하지 비판과 반론과 검증을 업으로 하는 과학계에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용어이다. 그만큼 생명 현상에서 센트럴 도그마는 중요하고 여기에 RNA의 역할이 분명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이는 RNA를 과도하게 단순화시켜서 말한 것이다. 사실 세포에 존재하는 RNA는 종류도 많고 기능도 다양하다. DNA라는 유전정보에서 단백질이 만들어지기까지 여러 단계의 과정이 필요한데, 다양한 종류의 RNA가 여기에 관여한다.

DNA의 정보를 복사한 물질 자체가 RNA로 되어 있어서 mRNA 라고 한다. 원본인 DNA를 그대로 두고 필요한 페이지만 복사해서 단백질 합성의 설계도로 편리하게 사용한다.

mRNA를 만드는 작업이나 이를 근거로 단백질을 합성하는 반응들을 촉매하고 반응의 여부와 강도를 결정하는 조절 기능에도 RNA가 관여한다. 그래서 RNA 약물은 종류도 기능도 다양하다.
 

약물 개발에서 RNA가 주목받는 이유

사진. 성은아 박사
사진. 성은아 박사

RNA로 약물을 만들려는 이유는 단순하다. 개발하기 쉽기 때문이다. 약물은 타겟에 작용해서 효과를 나타내는데, 대부분의 약물은 단백질을 타겟으로 한다. 하지만 단백질 타겟의 구조상 약물이 작용하기 어렵거나 약물을 만들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럴 때에 굳이 단백질을 타겟으로 하지 않고 단백질이 만들어지기 이전 여러 단계의 RNA 작업을 조작해서 단백질의 합성을 조절함으로써 치료의 효과를 얻고자 한다. RNA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RNA 약물이 제격이다.

사람이 가진 유전자의 85-90 %가 단백질 단계에서 활성을 조작하기 어려운 ‘개발 난제’의 타겟으로 보고 있으며 이들이 RNA 약물 개발의 후보자가 된다.

RNA의 정보를 코딩하는 염기 서열에 따라 논리적으로 추론하여 약물을 디자인하니 결과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고 개발의 불확실성이 적다. 분리나 합성의 과정이 단순해서 약물의 생산과 공정도 유리하다.

특히 mRNA 약물인 경우에 체내에서 단백질이 만들어져서 약물로 작용하기 때문에, 단백질 약물을 만들고 분리하는 과정을 모두 건너 뛰어 시간과 비용의 면에서 아주 유리하다. RNA 약물은 DNA 약물에 비하여 안전하다.

DNA 약물은 세포 내의 DNA의 집합체인 염색체에 끼어들 가능성이 있으며, 이로 인해 체내의 중요한 유전정보가 교란되면 암이나 기타 다른 질병을 유발한 확률이 있다. RNA는 DNA와는 이질적이므로 염색체에 끼어 들어갈 염려가 없다.

하지만 쉬운 것은 여기까지,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현실적으로 RNA 약물 개발에서 어려운 점은 약물을 디자인하고 생산하는 과정이 아니라 목적하는 조직과 세포에 약물이 도달하여 작용하게끔 투여 방법과 제형을 개발하는 데에 있다.

RNA는 불안정하여 쉽게 분해되기 때문에 체내에 지속적으로 존재하기 어렵고, 크기가 비교적 커서 면역 반응을 유도하기 쉽다. RNA 약물은 목적하는 조직과 세포에 효율적이고 특이적으로 도달하기 어렵다. 전신 투여하면 혈중 반감기가 짧을 뿐 아니라 간을 비롯해서 일부의 조직 외에는 약물이 도달하기 어렵다.

아직까지는 약물이 간 질환에 적용되거나 신경계와 눈 등 필요한 조직에 직접 투여하는 방법으로 적용한다. 이런 난관을 뚫고 목표로 하는 조직에 도달해도 RNA는 자체의 물리화학적 성질 때문에 세포막을 뚫고 세포 내부로 들어가지 못한다.

그래서 약물이 체내에서 충분히 안정하고 세포 안으로 침투가 가능하도록 약물을 만들어야 한다. 대부분의 RNA 약물은 자체의 구성 성분을 화학적으로 변화시키거나 구조를 변형시켜 안정성을 높이고 체내의 체류 시간을 늘리도록 만들어진다.

RNA에 세포가 인지할 수 있는 마커를 붙여서, 세포가 약물을 내부로 받아들이게끔 만든다. mRNA 약물은 크기가 아주 커서 포장재로 포장을 하여 투여한다. 지금 가장 많이 사용되는 포장재는 비누 방울과 같은 리포좀을 기본으로 한다.

이를 나노 입자의 크기로 포장을 하면 세포가 입자를 통째로 흡수하므로 RNA가 세포 내부로 침투할 수 있다. 모더나와 바이오앤텍의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이 이런 방식을 사용한다.

개발 중인 약물들 중에서는 RNA를 원형으로 만들어서 안정하게 만들거나, RNA가 체내에서 복제 증식하도록 하여 보다 효율적이고 지속적으로 작용하도록 하는 방법들이 시도된다.

약물의 포장재로 사용되는 나노 입자는 입자 자체의 반응성이 아주 커서 반복적으로 투여하면 비특이적 독성을 나타낼 수 있으므로 체내 시스템에 보다 부합하는 포장재인 엑소좀 등을 사용하는 방법이 시도된다. 전신 투여나 국소 투여의 방법으로 간 외에도 신장, 폐, 심장, 중추신경계 질환과 암에 적용하고자 개발 중이다.
 

코로나19 이전에 이미 활용되던 RNA 약물들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이 나오기 이전에도 실제로는 RNA 약물 10여 종이 이미 사용되고 있었다. 허가 받아 사용되는 대부분의 RNA 약물은 ‘안티센스(ASO)’ 나 ‘간섭 RNA(RNAi)’ 라는 종류로서 단백질의 합성을 억제하거나 증가시키는 약물이다. 변이 등의 이유로 문제를 일으키는 단백질의 합성을 억제하거나 결핍된 과정을 보완한다.

주로 희귀 질환에 적용된다. 예를 들면 척수성근위축증에 사용하는 스핀라자가 있다. 척수근위축증은 SMN1이라는 유전자 변이 때문에 단백질이 기능을 하지 못하여 환자의 운동신경에 이상이 생기고 근육이 손상되는 병이다. 스핀라자는 환자에게 필요한 단백질이 충분히 생산되도록 RNA 단계에서 효율을 높여 준다.

단백질의 기능을 직접 조절하는 RNA 약물도 있는데, ‘압타머’라는 종류이다. 이들은 항체처럼 단백질에 직접 결합한다. 안과 질환 중에서 비정상적인 혈관신생이 원인이 되는 습성의 황반변성에 대하여 혈관신생억제제를 투여하는데 그 중에서 페가타닙은 압타머 약물이다. 다른 단백질 항체 약물에 밀려서 지금은 별로 사용되지는 않는다.

바이오앤텍과 모더나의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은 최초의 mRNA 약물로서 바이러스의 외피에 있는 단백질에 대한 유전정보를 제공하는 약물이다. 체내에서 이를 근거로 단백질이 합성되고 이를 통해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

이들 회사는 각각 맞춤형 항암 백신을 개발 중이다. 환자 개인의 암에 있는 유전자 변이를 총체적으로 분석해서 여러 종류의 암항원을 mRNA 형태로 투여함으로써 복합적인 면역 반응을 체내에서 유도하여 환자에게 특화된 치료를 하고자 한다.

한참 관심이 높은 유전자 교정 치료에도 RNA 약물이 필요하다. 이전까지는 ‘생체 외 유전자 교정’만이 사람에게 수행됐다. 혈액 질환이나 암에 걸린 환자에게 실험실에서 유전자 교정한 조혈 세포나 면역 세포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2020년에 영국에서 환자에게 직접 유전자의 특정 부분을 수정하도록 하는 가이드 RNA와 유전자 교정을 매개하는 효소의 mRNA를 정맥 주사하여 간에서 유전자 교정이 이루어지도록 했다.

‘인텔리아’ 회사가 아밀로이드성 다발신경증의 환자에게 수행한 최초의 ‘생체 유전자 교정’이다. 이 외에도 여러 회사가 희귀 질환과 암에 대한 생체 유전자 교정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성은아 박사 약력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학사
미국 뉴저지 주립대 박사
1998-2011년 미국 반더빌트 대학교/ 예일 대학교- 뇌신경계 작용 약물 기전 연구
2011-2015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뇌신경전달 회로 연구
2018-2022년 2월 메디헬프라인(주) 약물 개발 연구, 메디헬프라인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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