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조선일보 기자 출신들이 제약업계를 주름잡고 있다. 대형 제약사에 합류한 이후 고속 승진을 거듭 중이다. 전무부터 대표이사까지, 면면이 화려하다. 업계에서는 조선일보 출신들의 출세 가도에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 두 기자가 '제약'행 열차를 탔다

2015년 조선일보 기자가 한미약품 홍보실 상무로 영입됐다. 그는 1990년 공채 28기로 조선일보에 입사해 한미약품 입사 직전까지 기자로 일했다. 약 25년의 기자 생활을 접고 한미약품으로 입사한 그의 이름은 박중현이다. 

2016년 또 한 명의 조선일보 기자가 종근당 홍보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조선일보 사회부 차장에 취재본부장까지 지낸 베테랑이었다. 30년 가까운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종근당에 합류한 그의 이름은 최장원이다. 

한미약품과 종근당은 굴지의 제약사다. 두 기업이 나란히 조선일보 출신 기자를 영입했다는 소식은 당시 적지 않은 파장을 끼쳤다. 종합일간지는 물론 통신사 기자들이 제약사 홍보팀으로 합류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조선일보라는 글자가 주는 무게감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 조선일보는?

조선일보는 부수 기준 국내 최대 신문사다. 조선일보의 역사는 100년이 넘고 소싯적에는 서울대 출신만 기자로 뽑을 정도로 엘리트 집단이었다. 기자들이 매일같이 쏟아내는 기사의 파급력은 지금도 막강한 수준이다. 

2019년 당 대표 선거 출마를 결심한 전직 국무총리가 국회 기자실에 방문한 일화는 유명하다. 총리는 수십곳의 언론사 부스를 지나쳐 조선일보 기자들이 모인 곳으로 향했다. 그는 조선일보 기자들의 명함만 받고 빠르게 퇴장했다. 조선일보만 언론사로 인정한 행보였다. 

조선일보 출신 기자들은 그동안 권력의 요직을 차지해왔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조선일보 출신들은 승승장구 중이다. 굴지의 대기업에서도 조선일보 출신이 차고 넘친다. 약 8년 전 조선일보에서 잔뼈가 굵은 기자들의 제약 업계 합류가 꽤나 상징적인 사건으로 여겨진 이유다. 

# 두 기자의 고속 승진

그렇다면 두 기자의 '현재'는 어떨까. 

박중현 상무는 2021년 커뮤니케이션실 전무로 승진했다. 기업공시(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송영숙 회장을 제외한 한미약품 임원 40여명 중 유일한 신문사 출신이다. 임원 대부분은 의사 또는 약사 출신에 글로벌 빅파마 근무 경험을 이력으로 올려놓았지만 박 전무 이력에는 '조선일보 사회부'라는 문구가 박혀 있다. 

한미 입사 이후 약 7년이 지났는데도 박 전무의 대표 경력 사항이 조선일보, 그것도 구체적으로 사회부로 명기된 것이다. 

최장원 상무(인사·홍보총괄)도 전무를 거쳐 2019년 종근당홀딩스의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종근당홀딩스 공시에 의하면, 이장한 회장을 제외한 8명 임원 중 신문사 출신은 그가 유일하다. 최 대표이사 이력 속에도 '조선일보 사회부 본부장'이라는 키워드가 보인다. '조선일보 사회부'에다 '본부장'이란 직함까지 명시한 셈이다.

# 제약과 연관성 없지만...조선은 달라

업계는 이전에도, 지금 이 순간에도 조선일보 기자 출신들을 주목한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일보 출신들이 대형 제약사에서 전무에 대표이사까지 올라갔다"며 "기자 출신들이 일반 기업의 임원까지 승진한 점과는 결이 다르다. 제약 업계는 다른 산업에 비해 진입 장벽이 높아 전문성을 쌓지 않으면 생존조차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제약사와 언론사는 직무의 연결고리가 약하다. 더구나 앞서 두 임원은 기자 시절 굵직한 사건·사고를 다뤄온 사회부 출신이다. 이들의 고속 승진에 업계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조선일보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조선일보의 메인은 정치부와 사회부"며 "조선일보란 이름을 달고 20년 이상 기자 생활을 했다면 정·재계에 상상을 초월하는 인맥을 가지고 있다. 워낙 발이 넓기 때문에 어느 곳에서든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수년이 흘렀는데도 그들이 탄탄대로를 달리고 제약사들이 임원 이력에 조선일보란 간판을 남겨놓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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