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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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김응민 기자] 눈에 직접적인 외상 없이 신체 다른 부위에서 골절이나 손상을 입은 후에 발생하는 '푸르처 망막병증'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이후 발병했다는 사례가 나왔다. 증례 보고 수준이라 아직까지 명확한 인과관계는 규정할 수 없지만, 학계에서는 코로나19 감염과 시간적 연관성이 있고 몇 안되는 희귀한 케이스라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을 감염시킨 코로나19는 확진자수 만큼이나 다양한 증상이 나타났다. 아예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무증상에서부터 경증, 중증 질환까지 발생하며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발열, 기침, 호흡곤란, 피로, 근육통, 두통, 미각 및 후각 상실, 코막힘, 구토, 설사 등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학계에 코로나19가 안구 질환 중의 하나인 '푸르처 망막병증'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 보고됐다는 것이다.

푸르처 망막병증(Purtscher retinopathy)은 1912년 오스트리아 안과 의사인 푸르처(Othmar Purtscher)에 의해 처음 알려졌다. 안구에 직접적인 외상이 없고 신체 다른 부위에서 골절이나 부상을 입게 되면 망막에서 특징적인 삼출물(염증이 생겼을 때 핏줄에서 스며 나온 체액)과 출혈성 변화가 관찰되는 질환이다.

캐나다 서스캐처원 의과대학(University of Saskatchewan) 연구진은 최근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코로나19 감염과 연관 있는 양쪽 안구에서의 푸르처형 망막병증(Bilateral Purtscher-Like Retinopathy Associated With COVID-19 Infection)'이라는 제목의 논문(letters)을 게재했다.

논문에 소개된 사례는 37세 여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지 4일 후에 양쪽 눈의 시력이 흐려져 내원한 케이스였다. 환자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이후 두통이나 발열, 미각 및 후각 상실 등의 경미한 증상이 있었고, 화이자 백신을 2회 접종한 이력이 있었다.

또한 2019년에는 고도 원시(high hyperopia)로 인해 양쪽 눈에 레이저 주변부 홍채 절개술(YAG peripheral iridotomy)를 받은 안과적 병력이 있었다.

최초 내원했을 당시 환자의 시력을 측정해보니, 교정 시력 기준으로 오른쪽눈(OD) 20/150, 왼쪽눈(OS) 20/80이었다.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시력 단위로 환산하면 오른쪽눈 0.13, 왼쪽눈 0.25 정도다. 안압은 오른쪽눈 17mmHg(수은주밀리밀터), 왼쪽눈 15mmHg였다. (정상 안압 범위: 10~21mmHg)

* 북미권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시력검사 단위를 분수로 표기하는데, 20/20은 20피트(feet)에서 보여야 할 것이 20피트에서 보인다는 의미임. 소수점을 쓰는 한국 시력 단위로 변환하려면 분모로 분자를 나누면 됨. ex) 북미 20/15→한국 1.3, 북미 20/20→한국 1.0, 북미 20/40→한국 0.5

사진. 입원 당시 측정한 환자의 망막 상태(출처=JAMA)
사진. 입원 당시 측정한 환자의 망막 상태. 하얀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푸르처 망막병증임(출처=JAMA)

정밀 검사를 실시한 결과, 상대적인 구심성 동공 장애(afferent pupillary defect)가 관찰됐고 안저 검사에서는 신경 섬유층 경색과 망막 내 출혈, 그리고 양쪽 망막에서 푸르처(Purtscher) 반점이 나타났다.

푸르처 망막병증은 일반적으로 1~3개월 이내에 자연스럽게 호전되나, 명확한 발병기전이 밝혀지지 않은 탓에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일부 시력이 회복되지 않는 경우에는 고용량의 스테로이드 약제나 파파베린염산염, 고압 산소요법 등의 치료법이 시행되기도 한다.

이번 증례보고에 소개된 환자 역시 시간이 경과하면서 상태가 좋아졌다. 내원 이후 1달이 지난 시점에서 시력을 측정한 결과, 교정 시력 기준으로 오른쪽눈 20/30(한국 기준 0.6), 왼쪽눈 20/50(한국 기준 0.4)로 확인됐고 망막 내 출혈과 푸르처 반점도 상당히 개선됐다.

연구진은 "코로나19 감염은 혈전 염증이나 내피 손상, 보체 활성화 등과 관련이 있으며, 이러한 요소들은 모두 푸르처 망막병증 발병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례는 코로나19 감염 이후 2차적인 푸르처 망막병증이 보고된 몇 안되는 케이스 중 하나이다"라며 "다만, 코로나19 감염과 푸르처 망막병증 발생 사이에 시간적 연관성에 따른 인과관계는 어느정도 성립되지만, 코로나 외에도 다른 교란변수가 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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