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 미국에서 새로 승인된 약물은 37종이다. 백신이나 유전자 치료제 등은 포함되지 않은 숫자이다. 해마다 대략 50종 전후의 신약 승인이 있어 왔는데 확연히 줄었다. 이렇게 신약 승인이 부진한 해에 유독 돋보이는 분야가 있다.

2022년에 무려 4종의 이중항체 약물이 FDA의 승인을 받았다. 중국과 일본에서 승인을 받은 2개를 더하면 모두 6종의 이중항체가 한꺼번에 약물로 세상에 나왔다. 불과 한 해 전만 해도 모두 합해서 3종의 이중항체 약물만이 사용되고 있었다.

지난 한 해 동안 킴트랙(안암), 테크베일리(혈액암), 룬스미오(혈액암), 바비스모(황반변성)가 미국과 유럽에서, 카도닐리맙(자궁경부암)이 중국에서, 나노조라(류마티스성 관절염)가 일본에서 연달아 허가를 받았다.

사진. 성은아 박사

항체는 면역 세포가 만들어서 분비하는 단백질로서, 체내로 들어온 이물질에 특이적으로 결합한다. 항체가 인지하고 결합하는 대상을 항원이라고 한다. 항체가 항원에 결합하면, 면역 물질이나 면역 세포로 하여금 타겟을 제거하게 하는 지표로 작용한다.

1970년대에 실험실에서 대량으로 그리고 순수하게 생산하는 기술이 나오면서 항체를 약물로 개발하게 되었다. 현재 백 종 이상의 항체가 약물로 승인을 받아 각종 질병에 사용되고 있다.

체내에서 만들어지는 항체는 기본적으로 하나의 항원을 인지한다. 약물로 나와 있는 대부분의 항체도 그러하다. 이중항체는 분자생물학적 조작을 통해 구조를 변형하여 두 개의 항원을 동시에 인지하도록 만든 것이다.

두 개의 항체를 하나로 합친 형태이며, 기능적으로도 하나의 항체로 두 종의 항체를 병용 투여하는 효과를 얻고자 한다. 항체 약물 두 종을 사용하는 경우와 비교해서 이중항체는 치료의 효율성, 실용적 편의성, 그리고 경제성의 면에서 유리하다고 기대한다.

이중항체는 두 개의 항원을 인지하여 발병 및 치료와 관련된 두 개의 경로를 함께 공략하므로 치료의 시너지 효과를 나타낸다. 뿐만 아니라 이에 따라 파생되는 부가적인 특징과 장점도 있다.

타겟에 대하여 두 개의 항원을 동시에 인지함으로써 타겟에 대한 특이성을 이중으로 확보하여 원하지 않는 세포나 조직에 대한 부작용을 상대적으로 줄이고 환자가 항체 약물에 대하여 가질 수 있는 내성에 대해서도 저항성을 나타내리라고 기대한다.

아직 파이프라인 단계에 있는 이중항체 약물들을 보면, 대략 85%가 항암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되며, 나머지는 다른 질병을 위한 것들이다. 항암제로 개발되는 이중항체 중에서는 암세포의 항원과 면역 세포의 항원을 동시에 인지하도록 하는 형태가 있다.

2009년 최초의 이중항체로 허가를 받은 카투막소맙(복막암, 2017년 시장에서 철수)이나 2014년에 두 번째로 허가를 받은 블린사이토(혈액암)가 그 예이다. 이런 방식의 이중항체는 면역 세포와 암세포를 근거리에 묶어 두어 면역 세포가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인지하고 제거하도록 한다.

블린사이토가 임상시험에서 환자의 생존에 대한 유효성을 입증한 이후 이중항체에 대한 관심과 개발이 급증했다. 최근 들어서 가장 참신한 항암제 중의 하나로 평가를 받아온 CAR-T 치료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심지어는 이와 경쟁하는 약물이 되리라는 기대가 있다.

2022년에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를 받은 4개의 이중항체 중에서 3개가 항암제이다. 킴트랙은 안구의 암인 포도막 흑색종에 대한 약물이다. 룬수미오는 혈액암 중에서 여포성 림프종에 대하여 허가를 받았다.

테크베일리는 다발성 골수종에 대한 약물이다. 이들은 모두 암세포의 항원과 면역 세포의 항원을 동시에 인지한다. 이러한 종류의 이중항체는 CAR-T 치료제와 작용 방식이 유사하다.

CAR-T 치료제는 면역 세포에 암항원을 인지하는 인위적인 유전자인 CAR를 도입해서 만든 세포 치료제이고 이중항체는 단백질을 분리해서 만든 약물이니 아주 다른 듯하지만, 체내에서 결국 암세포와 면역 세포를 서로 근접하게 하여 면역 세포가 효율적으로 작용하게 하는 약물들이다. 항체나 CAR 수용체가 브릿지처럼 암세포와 면역 세포를 연결한다. 부작용의 양상도 유사하다.

CAR-T 치료제의 경우, 싸이토카인 폭풍과 뇌신경계 부작용이 문제가 되며, 혈액 세포의 감소로 환자가 감염에 취약해지는데, 암세포와 면역 세포를 연결하는 이중항체도 비슷한 부작용을 나타낸다.

암세포와 면역 세포를 동시에 인지하는 이중항체를 개발하려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CAR-T 치료제는 치료의 효율이 높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치료를 받은 환자의 절반 정도가 재발한다. 이중항체 약물을 CAR-T 치료제 대신 사용하거나 더 이상 듣지 않는 환자에게 치료의 기회를 줄 수 있다.

현재의 CAR-T 치료제는 환자 자신의 면역 세포로 만드는 맞춤형이다. 중증의 환자에게 약물을 당장 쓰지 못하고 2-4주의 시간을 들여서 만들어야 한다. 만들 때마다 약물의 품질 관리가 문제가 되며, 환자마다 제조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투약하는 과정도 복잡해서 환자가 쉽게 약물에 접근하지 못한다. 이중항체 약물은 이런 과정이 불필요하여 의사의 처방에 따라 환자에게 투여하면 된다.

현재 나와 있는 CAR-T 치료제는 모두 혈액암에 대한 약물이다. 대부분의 암은 고형암이지만 이에 대한 CAR-T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못했다. 고형암은 면역 세포가 접근하기에 물리적인 난이도가 있고, 암세포의 주위는 면역 세포가 작용하기 어려운 환경이어서 CAR-T 치료제의 효과가 낮다.

고형암에 대해서 암세포와 면역 세포를 동시에 인지하는 이중항체 약물을 개발하는 노력이 활발하다. 실제로 현재 개발 중인 이중항체 약물들 중의 삼분의 2가 고형암에 대하여 적용하고자 한다. 허가를 받은 이중항체 약물들 중에서는 카투막소맙이나 킴트랙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바비스모는 안과 질환인 황반변성에 사용하도록 허가를 받았다. 안구에 비정상적인 혈관신생이 원인이 되어 황반변성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혈관신생이란 새로운 혈관이 생기는 과정이다. 건강한 성인에게서 혈관신생이 일어날 일은 상처가 나서 치유될 때 말고는 별로 없다. 눈의 황반 부분에 혈관신생이 일어나면, 새로 생긴 미세 혈관이 손상되기 쉬워서 질환의 원인이 된다. 바비스모는 두 개의 혈관신생 유도 인자들을 함께 인지한다. 혈관신생에 관한 두 가지 경로를 함께 억제하여 치료의 효율성을 높인다.

중국에서 자궁경부암에 사용하도록 허가를 받은 카도닐리맙은 CTLA-4와 PD-1 두 개의 면역관문 단백질을 인지한다. 관문억제제는 면역 세포를 활성화하는 항체 약물이다. 전형적인 관문억제제는 한 개의 면역관문 단백질을 인지한다. 항암치료에서 두 종류의 관문억제제를 병용 투여하는 경우가 있다.

카도닐리맙은 두 개의 면역관문 단백질을 인지하여 병용 투여의 효과를 내고자 한다. 참고로, 역시 2022년에 미국에서 허가를 받은 ‘옵두알라그’라는 관문억제제가 있다. 간혹 자료에 따라 이중항체로 소개하는 경우가 있으나, 옵두알라그는 니볼루맙(상표명 옵디보)과 렐라틀리맙 두 종의 관문억제제 항체를 일정 비율로 혼합한 복합제이다.

나노조라는 류머티스성 관절염에 대하여 염증을 완화하는 목적으로 일본에서 허가를 받았다. 염증 인자와 결합하고 제거함으로써 염증을 완화시키는 약물이다. 염증 인자 한 종류와 혈중 단백질 알부민을 인지한다. 형태로는 이중항체이지만 기능적으로는 이중항체가 아닌 특이한 형태이다. 약물의 안정성을 높이고 혈중 반감기를 늘리며, 체내 조직에 침투하기 쉽도록 디자인했다.

△성은아 박사 약력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학사
미국 뉴저지 주립대 박사
1998-2011년 미국 반더빌트 대학교/ 예일 대학교- 뇌신경계 작용 약물 기전 연구
2011-2015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뇌신경전달 회로 연구
2018-2022년 2월 메디헬프라인(주) 약물 개발 연구, 메디헬프라인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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