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분산형 임상시험(Decentralized Clinical Trials, DCT) 도입에 대한 업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DCT를 도입하지 않으면 다국가 임상시험에서 '코리안 패싱'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들린다. 업계가 수년째 도입을 촉구하고 있지만 제자리 걸음 중이다. 

# DCT 답보 '규제개혁 100대 과제'에서 누락

분산형 임상시험(이하 DCT)은 전통적인 임상 시험과 달리, 대상자가 직접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아도 임상이 가능한 제도다. 시간과 비용을 대폭 아낄 수 있기 때문에 업계는 식약처 등 보건당국에 DCT 도입을 요청해지만 답보 상태다. 

식약처는 그동안 DCT 가이드라인 발간을 위해 협의체를 열고 업계 의견을 받았다. 그러나 정작 '식의약 규제 혁신 100대 과제'에선 분산형 임상시험이 빠졌다. 오유경 식약처장이 부임 초기부터 강력 드라이브를 걸어온 핵심 정책에서도 DCT란 키워드가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최근 식약처가 개최한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 성과 보고회' 자리에서도 식약처는 DCT 도입에 대해 원론적인 모습을 보였다. 

행사 당시 업계 관계자들은 "임상 환경의 변화(병원중심->환자중심)때문에 DCT로 전 세계 트랜드가 변하고 있다. DCT를 조속히 도입해달라"고 식약처에 요청했다.

그러나 식약처는 "DCT는 의약품뿐 아니라 의료계, 복지부와도 연관이 있다. 협업을 하면서 개선 사항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는 입장만 전달했다. 100대 과제 추진 성과 홍보에 열을 올리면서도 DCT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는 후문이다. 

# DCT 흐름 '못' 따라가 '코리아 패싱'

문제는 DCT 도입에 주저한다면 '코리아 패싱'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형 제약사 임원은 "코리아 패싱은 글로벌 빅파마들이 DCT 기반의 다국가 임상을 진행하면서 한국을 배제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단순 우려가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다. 코리아 패싱 현상이 가속화된다면 우리 임상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화이자는 2011년 100% 원격으로, 세계 최초로 임상 연구를 진행했다. GSK도 2016년 모바일 앱 개발을 통해 대상자를 모집해서 앱을 통해 임상 시험을 했다.

팬데믹 이후에는 DCT를 적용한 신약도 출시됐다. 미국의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을 DCT로 진행하면서 12주만에 3만명의 참가자를 모집하고 스마트폰으로 임상 데이터를 수집했다.

펜데믹을 계기로 분산형 임상시험이 새로운 옵션으로 각광받고 있는데도 식약처 등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 때문에 '코리아 패싱'이 현실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 

# '원격 의료' 허용 맹점. 한발자국도 못 나가

그렇다면 식약처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뭘까.

앞서 언급한 식약처 입장을 살펴보면 힌트를 찾을 수 있다. 바로 '의료계'란 키워드다. 

앞서의 임원은 "DCT는 결국 원격 의료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느냐는 문제"라며 "현행법이 원격 의료를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DCT가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 반대가 있기 때문에 식약처도 따로 협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정부 부처와 이해관계자들이 대립하는 사이 업계의 고충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코리아 패싱 뿐 아니라 아주 간단한 부분부터 답답한 경우가 많다"며 "우리나라는 임상 동의서를 직접 만나 설명하고 친필 서명을 받아야 한다. 원격이 불가능하다. 그 외에도 직접 방문하고 서명해야 하는 것들이 꽤 있어서 답답한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정부가 현행법 체계 전체를 뜯어 고치기 위한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업계는 계속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법부터 가로막혀 있는데 어떻게 임상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겠나. 코리아 패싱도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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