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 호르몬 수용체가 발현된 유방암을 치료하거나 재발 방지 차원에서 널리 사용되는 유방암 호르몬제제 '타목시펜'은 그간 폐경 후 여성들이 장기 복용할 경우, 자궁 질환의 위험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다만, 유방암을 앓고 있는 '폐경 전' 여성이 타목시펜을 사용하는 상황에서의 자궁내막암과 같은 자궁 질환의 위험성 증가 유무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았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국내 연구진이 대규모 연구를 통해 폐경 전 여성에 있어 타목시펜과 여러 자궁 질환과의 상관관계를 규명해 주목받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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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 조직에 발생하는 암인 '유방암'은 여성에게는 매우 흔한 암종이다. 국내 여성 암 발병율에서 2019년 이전까지는 갑상선암이 가장 많았으나, 그 이후부터는 유방암이 1위로 등극하며 여성 암 발생률 1위를 차지했다. 한 해 평균 약 2만명의 사람이 유방암으로 진단받고 있다.

건강검진용 X-ray 촬영이나 초음파, 촉진 등에 의해서 주로 발견되며 확진은 조직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이 때 '호르몬 수용체' 발현 여부 등도 함께 검사하게 되는데, 유방암 치료를 위한 약제 선택에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유방암 중에서 에스트로겐 또는 프로게스테론과 같이 호르몬 수용체가 발현된 암세포는 여성호르몬을 먹고 성장한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 환자에게 에스트로겐을 억제하는 기전의 호르몬 제제를 치료법으로 사용하는 배경이다.

가장 대표저인 약제로는 약제로는 '타목시펜(tamoxifen)'이 있으며, 호르몬 수용체가 양성인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 중에서 약 7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타목시펜은 호르몬 제제 특성상 유방암을 억제하는 효과는 갖고 있으나 자궁에는 오히려 여러가지 질환을 일으킬 수 있으며, 특히 '폐경 후' 여성들이 장기간 복용했을 때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돼 왔다.

또한 유방암 환자 중에 '폐경 전'인 여성들도 타목시펜을 사용하면 자궁암이나 자궁내막암 등의 발생률이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논란이 학계에서 지속돼 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근 국내 연구진이 유방암을 앓고 있는 폐경 전 여성 환자를 대상으로 타목시펜 장기 복용과 자궁 질환의 위험성 증가 유무의 상관관계를 입증했다. 고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연구팀은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유방암이 있는 폐경 전 여성에서 타목시펜 치료 후 자궁내막 용종과 암종, 자궁암의 위험'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이번 연구는 7만 8320명의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쳐 폐경 전 여성 유방암 환자들에서의 자궁 질환 발생 증가를 규명했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들과는 차별점이 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바탕으로 2003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유방암 진단을 받은 20~50세의 폐경 전 여성 7만 8320명에 대한 후향적 코호트 연구를 진행했다. 건보공단에 등록된 보험청구를 활용해 자궁 용종과 자궁 내막 증식증, 자궁내막암, 기타 자궁암을 포함한 자궁 질환의 발병률을 확인했다.

환자들은 타목시펜을 투여한 실험군(44.2%, n=3만 4638)과 호르몬 요법을 쓰지 않은 대조군(55.8%, n=4만 3683명)으로 분류했고, 이들에 대한 인구 1000명당 자궁 질환 발생률을 비교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42.1세였다.

실험군은 대조군보다 대체적으로 지질 프로파일이 좋지 못했는데, 평균 연령과 체질량 지수(BMI), 허리 둘레, 혈압, 공복 혈당 수치가 더 높았다. 이들 그룹이 고혈압이나 당뇨병,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병력을 가질 가능성이 더욱 컸다는 의미다.
 

표. 유방암을 앓고 있는 폐겅 전 여성에서 타목시펜 복용과 호르몬 보조요법 없이 치료 받은 환자 간의 자궁 질환 누적 발생률 비교(출처: JAMA)
표. 유방암을 앓고 있는 폐겅 전 여성에서 타목시펜 복용과 호르몬 보조요법 없이 치료 받은 환자 간의 자궁 질환 누적 발생률 비교(출처: JAMA)

실험군의 평균 추적 기간은 6.13년이었고 이 기간 중에 새롭게 진단된 자궁내막 용종 발생률은 1000명당 20.13건, 자궁내막 비대증은 13.49건으로 집계됐다. 또한 자궁내막암은 2.01건, 기타 자궁암은 0.45건으로 확인됐다.

반면 실험군에서 새롭게 진단된 자궁내막 용종 발생률은 1000명당 5.5건, 자궁내막 비대증은 2.06건이었으며 자궁내막암은 0.45건, 기타 자궁암은 0.16건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나이와 체질량 지수, 당뇨병 병력,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다낭성 난소 증후군 등을 보정한 이후 실험군과 대조군의 자궁내막암 위험성을 비교한 결과, 타목시펜 복용군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3.8배(위험비, 3.77; 95% CI, 3.04-4.66) 더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밝혔다.

표. 2003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 NHIS 데이터를 활용한 폐경 전 유방암 여성에서 자궁 질환 발생 비교(출처: JAMA)
표. 2003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 NHIS 데이터를 활용한 폐경 전 유방암 여성에서 자궁 질환 발생 비교(출처: JAMA)

그러면서 "18년의 자료를 바탕으로 진행한 이번 대규모 연구결과를 통해 폐경 전 유방암 여성이 호르몬 보조요법으로 투여 받은 타목시펜이 호르몬 보조요법을 사용하지 않은 환자에 비해 자궁내막 용종과 증식증, 자궁암의 위험성이 유의하게 증가한 사실을 규명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이번 결과를 통해 유방암을 앓고 있는 폐경 전 여성들에게 타목시펜을 치료할 때에는 자궁질환에 대한 예방 및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할 수 있는 진료 프로세스와 가이드라인이 논의되길 희망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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