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및 저출산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약사직능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다. 고령 만성질환자가 늘어나 약료 및 약물치료에서 전문성 니즈가 증가하고 있고, 의료비 또한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인 까닭이다.

다만,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체 의료비 중에서 약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부족하며 이는 향후에도 비슷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대한약사회 민필기 약국이사는 '다제약물 관리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일본과 호주 등 해외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 게티이미지

지난 21일, 대한약학회 2022년 추계국제학술대회에서 '통합 6년제 교육과 디지털 헬스시대에서의 바람직한 약사직능 혁신방안'이라는 주제로 대한약학회와 대한약사회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심포지엄이 진행됐다.

이날 '전문약사제도와 다제약물사업으로 본 지역약국의 미래'라는 주제로 발표를 맡은 대한약사회 민필기 약국이사는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사회이며 오는 2025년에 초고령화사회 진입이 확실시되고 있다"라며 "이로 인해 '다발생 질병' 순위에 고령질환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막대한 규모의 요양급여비용이 지출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21년 지출된 전체 요양급여비용은 95조원 가량이며, 이 중 65세 이상에게 지급된 비용은 45조원에 달한다"라며 "오는 2025년이 되면 65세 이상 요양급여비용은 6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러한 증가세를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체 의료비 중에서 약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한정적이며 증가분도 대부분 약품비라는 것이다.

민 이사는 "지난 2020년 약국조제료는 3조 9천억원에서 2021년 4조 2천억원으로 3천억원 증가했다"라며 "같은 기간 병의원 진료행위료는 34조 7천억원에서 40조 3천억원으로 5조 6천억원 가량 늘어났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약국과 병의원 모두 증가했지만 약국의 경우, 증가분의 70% 이상이 '약품비'였다"라며 "다시 말해 전체 증가비 대비 약국의 조제료는 4% 정도 수준이며 기존의 조제 행위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강조했다.

사진. 대한약사회 민필기 약국이사
사진. 대한약사회 민필기 약국이사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민 이사는 '다제약물 관리사업'을 제시했다.

사실 다제약물 관리사업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지난 2018년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진행 중인 시범사업으로, 만성질환자 중에서 복용약 성분이 10종류 이상인 환자에게 약물 점검과 상담 등의 약물관리 서비스를 제공해 중복 복용을 줄이고 약물 간 상호작용 부작용 문제 등을 최소화하는 제도다.

다만,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서 65세 이상 고령층이 복용하는 약물의 개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며 이미 해외에서는 오래 전부터 시행해 온 제도라 벤치마킹할 사례가 다양하다는 것이 민 이사의 의견이다.

실제로 일본은 지난 2015년에 일본 후생노동성은 '약국 및 약사는 의약품 기반에서 환자 기반의 접근법으로 진행해야 한다'라는 인식 전환을 시작해 '단골약사'라는 개념을 등장시켰다. 단골약사는 ▲3년 이상의 실무실적 ▲약사기능인정기관 연수 ▲지역사회 내 의료관련 활동 실적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행정기관에 등록할 수 있으며 별도의 단골약사 복약지도료를 받게 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2021년에는 일본 약사법 개정을 통해 통합 커뮤니티케어 구축을 위한 '중앙허브약국(Central hub pharmacy)'를 구축하고 있다. 중앙허브약국은 지역 내 의료기관과 다른 약국들, 의료종사들과 연계하면서 지역사회 내에서 돌봄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약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중앙허브약국은 환자의 병원 입원과 퇴원 절차에서도 의무를 갖고 관련 병원들과 환자의 대한 정보를 공유하게 돼 있다. 이를 통해 환자가 집에서 머무르면서 사회복지사나 의료진, 약사들로부터 약물관리 및 통합돌봄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영국에서는 지역약국에서 만성 질환자에게 신규 처방약에 대한 복약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6개월마다 복용 중인 약제의 적절성을 검토하는 '처방중재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약사는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전문성 평가과정을 통과해야 하며 적절한 환자상담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약물검토는 1회당 28파운드(한화 4만 5000원)의 비용이 약사에게 지급되며 약국당 서비스 횟수는 연간 최대 400회로 제한돼 있다.

민 이사는 "영국은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환자들이 올바르게 복약할 수 있도록 돕고, 궁극적으로는 국민건강 증진과 약제사용의 적정성을 향상시켜 약제비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이미 이와 관련된 내용들이 약계를 중심으로 논의 중에 있다. 경기도약사회는 올해 7월에 지역약국 약료서비스 모델 및 상대가치항목 개발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새로운 전문약료 서비스 개발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다만, 아직까지 정부의 입장은 미온적이라는 평가다. 민 이사는 "복지부나 심평원은 새로운 약료 서비스에 대한 수가를 신설하려면 의료비 절감이나 투약 안전성 확보, 환자의 부작용 절감과 같은 효과성 입증이 선행돼야 한다는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 좀 더 활발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