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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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김민건 기자] 약국 업종제한 약정 위반을 놓고 벌어진 소송에서 분양계약 시 건물 내 일부 점포에만 업종제한을 지정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이를 지켜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또한, 점포 승계인에게도 이같은 의무 준수 규정이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봤다.

분양계약을 통해 특정 점포 업종을 약국으로 지정했다면 업종제한 범위가 건물 전체에 해당한다는 판결이다. 분양 당시 지정업종이 약국이었느냐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지난 9월 대전고등법원 청주제2민사부는 앞서 해당 상가 4층에서 약국을 운영해오던 A약사(원고)를 상대로 제기했던 1층 점포주(피고)의 항소심에서 약국 영업을 하거나 제 3자로 하여금 약국 영업을 하게 해선 안 된다는 1심 판결을 인용해 피고측 항소를 기각했다. 4층 약국의 독점 권한을 인정한 것이다.

▶부동산으로 지정받은 약국, 약국으로 지정된 약국

이 사건은 지난 2019년 9월 B씨(피고)가 C약사에게 청주시 한 상가건물 1층 점포를 임대하면서 발생했다. 이 건물 4층에는 앞선 2017년 10월부터 A약사(원고)가 약국을 인수해 운영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법원에 선 두 약국의 희비는 최초 분양 당시 지정업종이 무엇으로 되어 있느냐에 따라 갈렸다.

분양사가 최초 계약할 때 A약사 4층 약국은 업종이 '약국'으로 지정돼 있던 반면 C약사 1층 약국은 '부동산'으로 돼 있었다. 부동산 업종으로 지정된1층 점포 자리를 인수한 B씨가 다시 C약사에게 약국으로 임대하면서 한지붕 아래 두 약국이 공존하게 됐다. 이에 A약사는 지정업종을 위반해 영업이 이뤄짐으로써 영업상 이익을 침해당했다며 1층 약국에 영업금지가처분 등을 신청, 1심에서 '1층 약국에서 약국영업을 하거나, 제 3자로 하여금 약국영업을 하는 것을 금지'하는 결정을 받아냈다. 

하지만, 1층 약국을 운영하던 C약사로부터 임대차 계약을 해지당한 B씨가 이같은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소송이 확대됐다. B씨는 분양계약서상 업종란 표시만으로 상가에 업종제한 약정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맞섰다. 아울러, 업종제한 약정이 존재하더라도 4층에 한정되어야 하며, 자신은 해당 약정 존재를 알지 못 했으며, 이에 동의한 사실도 없어 분양계약 당시 효력이 1층 약국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애당초 B씨 또한 제3자로부터 해당 점포를 인수받았던 상황으로 업종제한 효력이 승계인아 자신에게 미치지 않다고 본 것이다.

▶법원이 A약사 손을 들어준 근거...업종제한 의무 준수·영업금지 청구권리 있어

법원은 A약사 주장이 맞다고 봤다. 재판부는 분양사가 상가를 건축해 점포별 업종을 정해 분양했다면 해당 점포의 수분양자, 그 지위를 양수한 자, 임차한 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분양계약에서 약정한 업종제한 등 의무를 상호 묵시적으로 준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더해 분양계약 등에서 정한 업종제한 약정을 위반해 영업상 이익을 침해당한 처지라면 동종업종의 영업금지를 청구할 권리도 있다고 봤다. 

B씨가 주장한 업종제한 효력이 양수인에게 미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도 전체 점포 중 일부만 업종을 지정했다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업종이 지정된 점포의 수분양자, 그 지위를 양수한 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같은 법리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외에도 재판부는 업종제한 약정의 존재유무를 중요하게 봤다. 우선, 분양계약서상 1층 약국과 4층 약국의 지정업종이 무엇인지를 확인했다. 재판부는 분양사가 수분양자에게 특정 영업을 정해 분양한 것은 기본적으로 해당 업종의 독점 운영을 보장한다는 의미가 있어서라고 판단했다.

상가 관리규약도 살폈다. 관리인의 사전 승인없이 전유부분 전부 또는 일부를 지정된 용도와 업종 이외 목적에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문구가 있었다. 재판부는 이 또한 상가의 전부 또는 일부에 업종 제한을 전제로 하는 규정이라는 근거로 여겼다.

약국 점포 분양가도 판단 근거가 됐다. 4층 약국 분양가는 1층 약국을 제외한 상가 내 다른 점포 대비 2~3배 높은 가격이 확인됐다. 업종제한을 통해 독점적 권리를 주지 않았다면 이러한 분양가가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다른 점포들이 분양계약서상 지정업종과 다른 점포를 운영하다고 있다는 B씨 주장에 대해서는 "해당 점포들이 분양계약을 위반한 것일 뿐"이라는 판단을 했다. 또, 상가 분양에서 점포별 시기가 다른 것을 일반적인 만큼 최초 분양 당시 1층 약국 자리가 4층 약국 보다 빨리 계약이 이뤄졌다고 해서 업종제한 효력에서 제외된다고 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원고를 변호한 법무법인 규원의 우종식 변호사는 "업종제한 약정이 있는 분양계약에서 계약서상 일부 업종만 기재되어 있거나, 자신이 지정해 임대한 것이 아닌 다른 업종으로 선임대 되어 있는 점포를 분양받았을지라도 업종제한 효력은 그 승계인에게까지 미친다"며 "소유자가 몇 번이나 변경되어도 약국 입점을 하거나 영업을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우 변호사는 "해당 사건도 마찬가지지만 분양계약서를 쓰기 전에 선임대 되어 있었고 자신은 업종을 정한 적이 없다는 항변은 매우 일반적으로 이뤄지지만 법리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어떤 점포에 약국을 입점할 수 있는지, 독점권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등은 분양계약서와 관리규약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하기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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