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전북대학교 약학대학 정재훈 교수
사진. 전북대학교 약학대학 정재훈 교수

스마트폰에서 방출되는 전자기파가 생명현상에 유해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들이 제기되면서 사람들은 스마트폰이나 전자기기를 심장이나 머리 가까운 곳에 두지 않으려 는 경향이 있다. 2020년 3월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발달위원회는 “스마트폰의 전자파를 조심하라” 정보를 학회 홈페이지에 게재하였다.

전기장은 도체를 통하여 흐르기 때문에 방향을 조절할 수도 있고 차폐도 쉽지만 자기장은 뚜렷한 차폐가 어려워 자기장의 영향에서 피하고 싶다면 자기장 발생원으로부터 멀리 떨어지는 것이 상책이다.

자기장과 전기장은 상호 간섭하여 자기장의 변화가 전기의 흐름과 그 에너지를 변화시킬 수 있고 전기장도 마찬가지로 자기장을 바꿀 수 있다. 생체 내에서 자기장의 변화는 생체 전하(전기)에 변화를 일으켜서 생화학적 변화와 생물학적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 그 변화가 암의 발생이나 생리적 반응의 비가역적 변환을 유도할 수 있다는 가정이 전자기적 조건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자기 에너지가 생체 내에서 유해성 변화를 유발할 수 있는 것처럼, 병적 환경(병태 생리)에서 병을 치료하거나 개선할 수도 있다.

이런 원리에 기초하여 1985년 의료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경두개자기자극(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TMS) 기술이 영국 세필드 대학의 Anthony Barker 연구팀에 의해 개발되었고, 2008년 미국 FDA가 항우울제에 반응하지 않는 우울증 환자에게 선별적으로 사용하도록 TMS를 승인하였다. 2010년 확대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2단계 임상시험 종료 시점에서 그 효과가 30%에 이르렀다.

미국 FDA는 2013년에 편두통에도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확대·허용하였고, 2018년 8월에 강박장애(Obsessive compulsive disorder, OCD) 치료를 위해 Brainway Ltd.가 개발한 Deep 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System(Deep TMS™)의 판매를 허가하였다.

FDA의 당담 책임자인 Carlos Peña 박사는 “경두개자기자극이 우울증과 두통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를 도울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이 허가로 기존 치료법에 반응하지 않은 강박장애 환자들이 또 다른 치료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번 컬럼에서는 전자약의 한 부류이지만 전기 자극과 다른 기작을 가진 자기자극 기술을 소개하고자 한다.

▶ 경두개자기자극(TMS) 기술의 원리

TMS도 뇌에서 전기적 변화를 유도한다는 면에서 경두개전기자극(TES)와 유사하다(그림 1). TES가 직접 전기 자극을 부과하는 반면 TMS는 자기장이 뇌에서 전류를 생성하고 그 전류가 작용하게 하는 것이다.

경두개 자기 자극은 경막외 피질 자극 또는 침습성 신경 자극 기술에 대한 비침습적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Baker 등이 깨어 있는 상태에서 비침습적이고 상대적으로 통증이 없는 뇌 자극 방법으로 이 기술을 소개하였다.

TMS는 표층 신경을 탈분극시킬 수 있는 뇌 전류를 유도할 뿐만 아니라 고통 없이 특정 영역의 피질을 반복해서 자극할 수 있다. 코일 평면에 수직적으로 자기장을 생성하는 와이어 코일을 통해 근처 도체에 전류를 발생시킨다. 즉 뇌와 같은 전도 매체를 자기장에 노출시키면 전류가 발생한다.

두피에 전자기 코일을 설치하여 짧은 시간 동안 대뇌피질 신경을 탈분극시키는 자기장을 부과한다. 신경 자극의 수준은 높은 주파수(10~20Hz) 또는 낮은 주파수(1Hz)로 조절할 수 있다. 이 전류의 방향은 자기장이 흐르고 있는 코일과 평행을 이루게 된다.

유도 전류는 매체의 이방성(異方性)과 비균질 전도성과 같은 특성에 의해 달라지므로 뇌 부위에 따라 자극 강도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자기장은 두피와 두개골을 관통하여 신경을 활성화하거나 억제하는 2차 전류를 생성한다. 단일 펄스나 다중 펄스에 따라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기공명영상(MRI) 스캔 기술에서 안전성이 확보된 강도의 자기장이 사용되고 있다. 이 강도의 자기파는 뇌 속으로 2인치 이상 도달하지 않기 때문에 치료표적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한다.

우울증 환자의 경우 TMS는 3~6주에 걸쳐 매일 5회의 치료 세션을 거치며, 총 20~30회의 세션이 주어진다. 자기파 자극이 부과될 때 대부분의 환자들은 머리를 약간 두드리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아직까지 자기 자극 부과 위치에 대해선 연구자들의 견해가 일치하지 않는 면도 있다.

▶ 임상 실례

24세에서 75세까지 16명을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 왼쪽 배외측전저두피질(DLPFC)에 고주파 자극은 우울 증상을 완화하는 반면, 오른쪽 DLPFC에 저주파 자극은 우울증과 불안 증상 모두를 완화하였다. 왼쪽 DLPFC의 자극을 받은 환자는 아침에 타액 코르티솔 수치가 감소하였다.

무작위 임상 시험에서 왼쪽 전전두엽 피질에 매일 TMS를 부과한 결과 30∼40%의 우울 증상 완화 효과가 나타났고 항우울제와 유사하게 그 효과가 지속되었으며, 부작용은 약물복용자에 비해 적었다.

또 다른 무작위 다기관 시험에서도 TMS가 플라시보보다 4배 더 높은 증상 개선 효율을 보여주었다. 307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다기관 관찰 연구에서도 TMS 치료 후 우울증 중증도가 감소하였고 그 치료 효과가 유지되었다.

TMS는 Hamilton 우울증 등급 척도에서 모든 우울증 증상을 유의하게 개선하였다. 전 세계 23개 기관에서 수행된 또 다른 무작위 임상 시험에서도 TMS가 임상적으로 유의한 개선 효과를 보여주었다.

뇌 대사 활동과 TMS 효과 사이의 상관관계가 제안되었지만 그 신경생물학적 기전은 알려져 있지 않다. 15명의 약물 내성 환자를 대상으로 한 탐색 연구에서 TMS 동안 뇌혈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TMS가 효과적이고 안전한 자극 기술로 간주되나 치료 순응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몇 가지 부작용이 관찰되었다. 일시적 및/또는 재발성 두통, 두피와 얼굴의 따끔거림, 자극과 같은 쪽의 눈물 등이 보고되었다.

드물지만 경련도 보고되었고, 난치성 우울증에 반복적 TMS 처치 후에 삼차 자율신경성 두통이 나타났다. 때때로 사람은 자석이 배치된 머리 부위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고, 시술 중 두피, 턱 또는 얼굴의 근육이 수축하거나 따끔거릴 수 있다.

가벼운 두통이나 일시적인 현기증이 나타날 수 있고, 드물지만 발작이 발생할 수도 있다. 치료법이 시행된 지 오래되지 않아서 장기적인 부작용은 알려져 있지 않다.

▶ 경두개자기자극(TMS) 기술의 치료 기작

TMS의 의료적 활용에 관한 수많은 연구들이 수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주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첫 번째는 다양한 정신·신경학적 장애를 치료하는 TMS의 치료 기작이고, 두 번째는 TMS를 중단한 후에도 치료 효과가 장기간 지속되는 이유를 완전히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TMS의 효과가 지속되는 이유는 신경과 신경망, 시냅스, 분자, 유전체의 긍정적 변경 또는 회복의 결과일 수 있다.

기본적으로 TMS는 손가락 움직임이나 억제와 같은 즉각적인 효과를 생성하는데, 이러한 효과는 억제성 또는 흥분성 신경에 대한 직접적인 자극의 결과일 수 있다. 강도와 주파수, 코일 각도를 조정함으로서 서로 다른 신경군 또는 서로 다른 연결 장치를 자극할 수 있고, 이를 세분화하는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일차로 펄스 간 간격(자극 빈도)이나 강도를 달리하여 자극함에 따라 나타나는 즉각적 반응을 관찰한다. 첫 번째 펄스가 두 번째 펄스에 영향을 주는지? 영향이 있다면 억제하는지? 증강시키는지? 그 자극들이 정상상태와 병적상태에서 어떻게 다르게 작동하는지 등을 시험하여 그 기작을 추적하고 있다.

반복적인 자극이 시냅스 가소성을 증가시켜 자극이 중단된 후에도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전전두엽 피질에 대한 TMS의 일일 세션은 피질 활성을 증가시키고 먼 지역의 활성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자극 부위의 대뇌 혈류는 두피에서 외피질까지 코일 거리가 증가함에 따라 감소하였다. 자기뇌파검사(Magnetoencephalography)는 우울증의 TMS 유도 개선에서 신경 회로의 가능한 역할을 보여준다. 우울증에서 TMS의 효과가 부분적으로 변연계와 왼쪽 DLPFC의 기능적 연결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TMS에 따른 신경생화학적 변화들도 관찰되고 있다. 생체 시험에선 TMS가 주로 뇌피질 영역에 적용되므로 흥분성 신경인 감마아미노부티르산(GABA)성 신경과 흥분성 신경인 글루타메이트성 신경에서 변화들이 관찰되고 있다.

GABA성 또는 글루타메이트성 신경의 탈분극과 반복적 방전에 따른 연계 반응들이 관찰되었다. 시험관에서 배양된 신경에서 반복적인 저주파 자극이 세포-세포 간 소통을 장기적으로 억제하는 반면 반복적인 고주파 자극은 세포간 소통을 향상시킨다는 결과들이 있었다.

생체에서 운동 피질에 대한 만성 저주파 자극이 억제 효과를 나타냄이 확인되었다. 이 효과는 자극 후 수 분 동안 지속되었다.

고주파 자극이 즉각적인 흥분 효과를 일으킬 수 있음이 확인되었지만 더 많은 근거들이 필요하다. TMS의 장기적인 효과는 며칠에서 몇 주까지 지속될 수 있고, 항우울 효과는 이 범주에 속한다.

TMS는 피질-변연계 루프에 변화를 일으키고 이 회로의 기능 변화가 항울효과와 관련된다. TMS에 의한 장기간 항경련 효과도 관찰되었다. TMS의 효과는 자극 빈도와 강도의 특정 조합에 의해 결정된다. 연구자들은 자극 부위 신경 집단의 흥분성과 이온 균형의 변동, 이에 따른 시냅스 가소성의 변동을 추적하고 있다.

그 과정에 형성되는 장기 강화(LTP)와 장기 우울증(LTD)이 관련이 있고, 이를 조정하는 해마의 변화에서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LTP는 시냅스 강도를 증가시키고 수일 또는 수개월 지속될 수 있는 반면, LTD에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냅스 강도가 감소되었다.

반복적인 TMS는 다양한 수용체와 신경조절제의 발현에도 영향을 주는데, TMS 후에 전뇌의 부신피질호르몬 수용체가 감소하고 시상과 편도체, 두정피질의 NMDA 수용체 수가 증가하였다.

TMS에 의해 유발된 변화의 분자 기전은 NMDA 수용체에 의해 매개될 가능성이 크다. NMDA 수용체의 흥분으로 세포막의 탈분극이 발생하는데, 이 수용체의 흥분에 이어지는 칼슘 이온의 유입으로 LTP가 유도된다.

초기 LTP 현상은 시냅스 강도의 변화를 특징으로 30-60분 지속되고, 후기 LTP는 유전자 발현과 단백질 합성의 변경으로 수일 또는 수개월 지속된다. TMS의 신경보호 효과도 중요하다.

반복적 TMS가 자극 부위에서 회백질 부피를 증가시키고 시냅스 신생과 혈관 신생, 신경교세포 신생, 신경 발생, 대뇌 혈류의 증가를 유도하였다.

항우울제로서 TMS의 임상적 효능은 잘 확립되어 있는 편이며, TMS는 난치성 우울증 환자를 위한 혁신적이고 유망한 치료법이지만, 현 의료제도 내에선 치료를 받기위해 진료소를 자주 방문해야 하는 불편이 있어서 환자 순응도가 높지 않다.

TMS는 신경발생을 유도할 수도 있어서 그 치료 범위가 확대되고 있고, 효과적인 치료와 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들이 탐구되고 있다. 전문가의 처방과 중재에 따라 각 가정에서 TMS를 실시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들이 경주되고 있다.

아울러 디지털치료제와 전자약과 병용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되고 있다. 그야말로 질병치료와 증상 개선의 신세계가 열리고 있다. 반복되는 얘기지만 안마의자처럼 집집마다 전기치료와 자기치료가 통합된 치료기가 설치될 날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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