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체 편집 치료는 유전자 치료의 한 종류이다. 유전자 치료제는 환자의 유전 정보를 변화시켜 질병을 치료한다. 기존의 유전자 치료제 (1세대)는 세포에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유전자를 추가하는 방식이지만, 유전체 편집 치료제 (2세대)는 세포 내의 유전자를 직접 고쳐서 쓴다. 유전체 편집을 이용한 약물은 아직 허가되지 않았으나, 진행 중인 임상시험은 이미 100개를 훌쩍 넘는다.

사진. 성은아 박사
사진. 성은아 박사

사람의 세포는 DNA 형태의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다. 유전정보란 세포의 구성 요소에 대한 설계도인데, 사람의 경우 60억 개의 코드로 되어 있다. 설계도에 따라 2만 종류 이상의 단백질이 디자인된다.

코딩에 오류가 있으면, 단백질의 생성에 오류가 생겨서 세포에 문제를 일으키고 질병의 원인이 된다. 코딩의 오류 때문에 특정 단백질이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오류를 가진 단백질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일으킨다.

전자의 경우에는 기능을 보완하는 유전자를 주입하거나 잘못된 유전자를 수정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후자의 경우에는 오류가 있는 유전자를 직접 수정해야 문제가 해결된다. 유전체 편집 기술은 기존의 유전자 치료제에 비해서 치료의 영역이 넓다. 유전체 편집 기술은 정확성과 효율성의 면에서 개선이 이루어져 왔으며, 특히 CRISPR(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라는 기술이 나오면서 편집이 보다 용이해졌다. 

유전체 편집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항암 치료제 개발이다. 암세포의 발암 유전자를 무력화하는 방법이 개발 중이다. CAR-T 치료제를 만들 때에 유전체 편집 기술을 이용하여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인다.

CAR-T 치료법은 환자의 면역세포에 암세포의 표면항원을 인지하는 유전자를 도입해서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더 잘 공격하게 하는 방법이다.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하면 암세포와 반응하는 유전자를 세포의 유전자의 특정 부위에 삽입할 수 있어서, 부작용을 줄이고 효율적인 유전자 발현을 도모한다.

암세포와의 반응성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삽입하거나 제거하여 면역세포의 기능을 강화한다. 특히, 현재의 CAR-T 세포는 환자 자신의 면역세포로 만드는 맞춤형이지만,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서 건강한 사람의 면역세포로 미리 만들어 두었다가 환자에게 사용하는 보급형 CAR-T가 개발 중이다. 

적혈구의 헤모글로빈 유전자의 이상 때문에 생기는 유전성 악성 빈혈에 대한 유전체 편집 치료제가 개발 중이다. 치료 방법은 골수이식과 비슷한데, 골수의 공여자는 환자 본인이다. 추출된 골수 세포를 헤모글로빈 생성과 관련된 유전자 부분에서 수정하여, 환자에게 다시 주입한다. 치료의 성공 사례가 알려져 있다.

후천성면역결핍증 바이러스 감염증, 제1형 당뇨병 (소아 당뇨, 인슐린 부족에 의한 당뇨), 선천성 시각장애, 아밀로이드성 신경병증 등에 대하여 유전자 치료제가 개발 중이며 임상시험 단계에 있다.

의외로 유전체 편집이 주로 항암 치료제 개발에 편중되어 사용 중이고, 다른 유전 질환에 대한 치료제 개발에서는 오히려 부진하다. 적게 잡아도 대략 5천 종류의 질병이 단 한 개의 유전자에서의 변이에서 기인하며, 이들 유전병을 한 개의 유전자를 수정함으로써 치료할 수 있을 텐데, 이 분야의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은 이유는 기술적이고 윤리적인 문제들 때문이다. 

알츠하이머병을 예로 들면, 아주 드물게 유전적인 이유로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는 사람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아밀로이드베타 생성에 관여하는 효소인 PS1의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경우이다. 발병하기 전에 PS1 유전자의 변이를 수정하면,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이 뇌에 축적되지 않아서 신경세포의 손상을 막고,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실질적인 문제가 있다. 뇌의 어느 부분에 그리고 언제 유전자 변이를 고쳐야 효과가 있을까? 뇌의 거의 모든 신경세포를 편집하거나 적어도 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의 대부분의 신경세포를 편집해야 하는데, 그러한 효율성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성인이 되어서 치료하기 보다는 뇌가 형성되기 이전, 인간의 발달 과정의 아주 초기에 유전자를 고쳐야 한다. 

많은 국가에서 생식세포 (정자와 난자)에 대한 조작은 유전자 치료제의 개발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된다. 따라서, 질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변이를 고치기 위해서는 인공 수정 직후의 배아를 유전자 조작하고 이를 모체의 자궁에 착상하는 과정을 거친다.

현재 배아 상태에서의 유전자 조작은 아주 제한되어 있으며 유전자 조작한 배아를 자궁에 착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유전자 편집에 대한 국제적인 협약이나 가이드라인은 없으나 기술의 적용 범위에 대한 논쟁이 윤리적 또는 과학적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각 나라마다 생명 윤리에 관하여 다소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용어로 된 법규로 제한하며 학계에서는 과학적인 의견과 윤리적 견해에 따라 연구를 자율 규제한다.

그런데, 2018 년 중국 선전의 대학 교수인 허젠쿠이가 배아를 유전자 조작하고 모체에 착상시켜서 아기가 태어났다고 발표하여 세상을 경악시켰다. 루루와 나나라고 하는 쌍둥이 여자 아기와 또 한 명의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났다는 것 외에는 알려진 바 없다.

그가 조작한 유전자는 CCR5로서, CCR5는 후천성면역결핍증 바이러스가 면역세포에 침투할 때에 침투 경로가 되는 단백질이므로 유전자 조작한 아기는 바이러스에 저항성을 가질 것이라는 논리를 근거로 했다.

허젠쿠이는 ‘비윤리적’ 행동을 했으며 ‘문서를 조작’했다는 이유로 3년형을 받았으며, 2022년 봄에 형기를 마쳤다. 허젠쿠이의 사건이 왜 문제인가? 바이러스에 저항성을 가지고 태어나면 다른 사람들보다 신체적으로 우수하지 않은가?

허젠쿠이가 비난을 받은 것은 그가 시대를 너무 앞서 갔고 금단의 열매를 따먹었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배아의 유전자 조작은 기술적으로 아직 문제가 많고 불완전한데 사람에게 무책임하게 적용했기 때문이다. 

유전체 편집 기술을 유전자 가위라고도 부르는데, 목표하는 유전자 부위를 정확하게 자르고, 잘린 부분을 수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유전체 편집 기술이 정확하다고 해도, 목표하지 않는 부위를 잘라 내어 편집의 오류가 생길 수 있다.

잘린 부분을 수정하는 과정에서도 크고 작은 오류가 도입될 수 있다. 배아 상태에서 도입된 오류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신체 전역에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또한, 배아를 조작할 때에 모든 세포가 편집되지 않고 문제가 제거된 세포와 제거되지 않은 세포가 혼재하며 (모자이크라고 한다), 배아가 발달하여 신체 여러 기관을 형성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혼재는 계속되니, 치료 효율이 높지 않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조작하려는 유전자의 기능이 철저하게 파악되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후에 예기하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허젠쿠이의 경우 CCR5가 면역세포 외에도 신경에서 기능을 한다는 보고가 있으며, CCR5 유전자 편집으로 아기들의 뇌의 발달에 영향이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유전체 편집 기술이 배아 편집을 하기에는 아직 불완전하나, 기술은 계속 발전한다. 유전체 편집 기술이 충분히 성숙하고 안전하게 되면,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도록 배아 유전자를 편집하는 것이 가능할까?

미국의 사회 문제 여론 조사 기관인 퓨 리서치센터가 2020년에 한국을 포함하여 20개 국가 (중국은 포함되지 않았다)에서 18 세 이상의 성인에 대하여 유전체 편집에 관한 의견을 조사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대체로 ‘치료’ 목적의 유전자 조작을 지지하며 ‘개선’의 목적의 유전자 조작에는 부정적이다.

구체적으로 60%의 사람들(한국인은 58 %)이 유전병을 고치기 위하여 배아(설문에서는 ‘아기’라고 질문했다)를 유전자 조작하는 것에 찬성했으며, 82%의 사람들(한국인은 83 %)이 유전자 조작으로 아기의 지능을 개선하는 것을 반대했다.

흥미롭게도 아시아 국가들은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고는 ‘개선’ 목적의 유전자 조작에 찬성하는 경향이 다른 문화권에 비해 월등히 높았으며, 특히 인도는 64%의 사람들이 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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