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전북대 약대 정재훈교수
사진. 전북대 약대 정재훈교수

2002년 미국 알라바마대학 뇌전증센터의 Burneo 박사 등이 1998년 3월부터 2000년 6월까지 뇌전증 치료를 목적으로 미주신경자극(Vagus Nerve Stimulation, VNS) 시술을 받은 환자 32명을 2년간 추적 관찰하여 그 결과를 보고하였다. 17명의 환자가 시술 전에 비하여 체중이 감소함을 경험하였고, 8명의 환자는 시술 전보다 5% 이상 유의성 있게 체중이 감소함을 경험하였다.

2년 후를 기점으로 보면 6명의 환자에서 10% 이상의 체중 감소가 나타났다. 미네소타대학의 Pardo 등도 뇌전증 환자에게 실시했던 연구와 유사하게 14명의 치료 저항성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2년간 경부 미주 신경 자극(VNS)을 실시하고 그 영향을 추적하였다. 이 환자들이 체중을 줄이려고 식이요법이나 운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유의하고 점진적인 체중 감소가 관찰되었고, 비만이 심할수록 체중 감소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미주 신경은 내장 정보를 뇌로 전달하고 소화기 기능과 섭식행동을 조절하는데, 이 연구 결과는 장기적 목 부위 VNS가 고도 비만의 치료에 유효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이 결과들은 미주신경자극(VNS)이 비만 치료 기술로 적용되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최근 VNS 기술이 비만을 치료하기 위하여 임상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가운데, 최적의 자극 매개 변수의 기여도나 그 미세 작용 기전을 설명하기 위한 연구들이 지속되고 있다.

2007년 폴란드의 Thor 연구팀은 실험동물에서 식이 유도 비만 쥐에게 마이크로칩을 이식하여 100일간 VNS(10ms, 진폭 200mV, 주파수 0.05Hz)를 적용한 결과 부고환 지방 패드 무게가 유의하게 감소하고 체중 증가 비율과 식이 량이 감소하는 것을 관찰하였다. VNS가 미주신경 구심성 신호 전도를 증가시킬 수 있고 이는 포만 신호로 작동하여 음식 섭취 및 체중 증가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설명하였다.

2020년 Johns Hopkins 대학의 Chen 박사 연구팀은 식이 유발 비만(diet-induced obesity, DIO) 쥐의 음식 섭취와 체중에 대한 VNS의 영향과 그 기전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자극을 위한 전극은 목 뒤쪽의 좌우에 위치한 횡격막하 미주 신경에 설치되었다. 심박동변이도(Heart rate variability, HRV)를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 VNS로 교감신경-미주신경 활성비가 감소하고 미주신경 활성이 증가함을 확인하였다. 즉, VNS가 적절하게 작동하였음을 알수 있다. DIO 쥐에 4주간 VNS를 시행한 결과 음식 섭취량과 체중이 대조군에 비해 유의하게 감소하였다.

아울러 식욕감소와 연관된 glucagon-like peptide-1과 polypeptide YY, 췌장polypeptide의 혈장 농도를 증가시켰고, 위 공복 시간을 증가시켰다. Nucleus Tractus Solitarii(NTS)는 구심성 미주신경이 입력되는 1차 위치로서 비만상태에서 이 영역의 미주신경활성이 감소되며, 고지방식이를 지속하면 CCK와 bombesin, 세로토닌과 같은 소화기 호르몬에 대한 미주신경의 감수성이 감소되었다. 식이유발 비만 쥐에서 미주신경의 손상이 관찰되었고 발화 능력의 저하와 렙틴저항성도 나타났다. 이러한 자료들은 비만에서 말초 신호에 대한 미주신경 감각의 장애가 발생하고 음식 과섭취가 나타남을 설명하고 있다. 이상의 자료들은 VNS의 체중감소 또는 식욕억제 효과의 일부 기작을 설명하고 있다.

2017년 미국 퍼듀대학의 Liu 연구팀은 쥐에서 VNS가 영향을 주는 20개의 뇌 영역들을 fMRI 자료(7-Tesla blood oxygenation level dependent fMRI data)로 확인하였다. VNS가 20개의 뇌 네트워크 중 15개를 활성화했으며 활성화된 영역이 뇌 전체의 76%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활성화는 구역과 네트워크 전반에 걸쳐 복잡하게 얽혀 있었지만 네트워크-네트워크 상호작용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변연계와 연계되어 있었다. 쥐를 이용한 시험에서 미주신경 자극은 청반의 노르아드레날린성 신경의 약화를 개선하였고 도파민성 신경의 활성을 증가시켰다.

실험동물로 쥐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비만 연구에서 소형 돼지도 중요하다. 소화기에서 발생하는 신호가 음식물 섭취 조절에 필수적이며, 특히, 포만감 정보는 미주신경 구심성 신경에 의해 부분적으로 뇌에 전달된다. 식이와 비만에 있어서 사람과 유사성이 높은 돼지 모델이 중요한 정보들 특히, 음식 섭취 조절에 대한 미주신경 매개 소화기-뇌 연관성에 관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다. 비만 형성에서 소화기 정보가 암호화되어 구심성 미주신경(vagal afferents)을 거쳐서 뇌에 도달되고 처리된다.

관련 연구에서 변연계 도파민 보상계(mesolimbic dopamine reward system)가 섭식 행동 조절의 중심으로 작동하고, 병적으로 비만인 사람에서 도파민 수용체 가용성이 감소된 것으로 보고되었다. VNS에 의해 유도된 음식 섭취 감소도 도파민 보상시스템의 조절에 기초하고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쥐 모델에서 관찰된 것과 근본적으로 다른 조건인 돼지와 인간 사이의 미주신경 조절의 유사성이 혁신적인 전자약 개발의 추진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주신경 조절을 통한 비만 치료 연구의 대부분은 상행성 미주신경에 저주파(<30Hz) 자극을 사용했다. 저주파 VNS는 미주신경 섬유에서 활동 전위를 유도하지만 고주파는 활동 전위를 가역적으로 차단하기 때문이다. 2011년, 미네소타대학 Billington 박사 연구팀은 Maestro 충전 시스템(고주파)의 효과를 평가하는 다기관 임상 시험(NCT01327976)을 실시하였다. 복강 내 미주신경에 간헐적 전기 신호(5kHz)를 부과하여 신경 신호를 차단하였다.

12개월 후, 미주 신경 차단 군(24.4%)에서 대조군(15.9%)에 비하여 유의적인 체중 감소효과가 나타났다. 이 효과는 18개월 후까지 지속되었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2015년 FDA는 비만 치료에 이 장치의 사용을 승인하였다. 그러나 시험군과 대조군 간의 10% 이상의 효력을 유도하는데 실패하였다. 연구자들은 하행성 미주신경의 차단이 비만 치료에 주요 역할을 하지 않으며 더 많은 피험자를 대상으로 장기간 추적하는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평가하였다.

날이 갈수록 비만은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주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고 2030년 전세계인의 60%가 과체중이 될 수 있다고 WHO는 경고하고 있다. 음식 섭취를 조절하고 지방 대사를 촉진하는 것은 비만 치료를 위한 두 가지 중요한 옵션이다. 그 방법으로서 VNS는 여전히 높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는 경피적 미주 신경 자극(transcutaneous auricular VNS, TENS)이 주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TENS는 이갑개정(cymba concha) 부위에 있는 미주신경의 좌우 가지에 저주파 전기 자극을 가하는 것이다.

이부위의 미주 신경 귀 가지는 피부층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어서 비침습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유리한 표적이 된다. 당연히 부작용도 적고 자극 비용도 저렴하다. 그러나 여전히 그 작동 기전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만 치료를 위한 TENS의 임상시험들(NCT05230628, NCT04926415, NCT05230628)이 미국 FDA 승인 하에 수행되고 있다. 각 시험에서 다르게 적용되는 신경 자극 방법들의 결과가 조만간 최적의 치료법과 치료 기전을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비만 치료를 위한 미주신경 자극술이 뇌전증과 우울증 치료를 위한 VNS와 함께 전자약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이 될 날이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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