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전북대학교 약학대학 정재훈 교수
사진. 전북대학교 약학대학 정재훈 교수

미주신경(Vagus Nerve, VN)은 신체에서 가장 긴 뇌신경(제10 뇌신경)으로서 그 연결은 복잡하다. 구심성(80%)과 원심성(20%) 신경 섬유로 이루어져 있어서 뇌와 신체 사이의 양방향 통신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원심성 미주신경은 연수(nucleus ambiguus과 dorsal motor nucleus)에서 시작하여 목부위 구멍을 통해 두개골을 빠져 나와 흉부와 복부까지 내려가서 호흡기와 심혈관, 소화기, 면역, 내분비의 기능을 조절한다.

구심성 미주신경은 일반 체성-과 일반 내장-, 특수 내장-미주 신경으로 분류할 수 있고 이들은 4개의 미주신경 핵으로 정보를 전달한다. 미주(vagus)라는 단어는 ‘wandering’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로서 그 이름값을 충분히 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전기적 자극을 통하여 질병의 치료 방법을 모색한다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할 표적이 미주 신경이다.

최근 동경의학전문대학원의 Shinji Tanaka 교수가 Clinical Science에 미주신경 자극을 설명하는 review 논문을 발표하였는데, 이번엔 이 논문을 중심으로 미주신경 자극 전자약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오래 전 1880년대에 미국의 신경과 의사였던 Corning이 뇌전증 치료를 위하여 미주신경 자극을 시도하였다. 그의 아이디어는 뇌혈류량 증가가 발작을 일으킨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시도는 재현성 있는 결과를 얻지 못하였고 한동안 미주신경자극(Vagus Nerve Stimulation, VNS) 요법의 임상적 적용은 금지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는 지속되어 미주신경자극이 뇌전도도를 변화시킨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1988년 이식형 미주신경자극 장치가 사람에게 적용되었고 1997년 미국 FDA는 불응성 뇌전증 치료를 위한 이식형 미주신경자극 장치의 사용을 승인하였다. 그 이후 그 용도를 우울증과 편두통, 군발 두통, 비만까지 확대하였다. 

▶뇌전증 치료를 위하여 미국 FDA가 승인한 미주신경 자극기

1997년 미국 FDA는 12세 이상의 불응성 부분발작 치료를 위한 미주신경 자극기(VNS Therapy®)를 승인하였다. 자극기는 펄스 발생기와 리드 와이어, 외부 리모콘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와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시한 전임상 시험에서 유효성이 확인되었고, 67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14주간 임상시험을 실시하였다.

고준위 자극을 받은 환자의 38.7 %에서 50 % 이상의 발작 감소 효과가 나타났고, 저준위 자극을 받은 환자의 19.4 %에서 50 % 이상의 발작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기침과 발성 장애, 쉰 목소리, 수술부위 감염 등과 같은 부작용이 있었다. 후에 4세 어린이까지 확대되었고 적응증도 국소발작에서 시작하여 전신발작까지 확대되었다. 약물 저항성 뇌전증 또는 수술할 수 없는 뇌전증에 활용가치가 높다. 

    다나카 교수가 30년간의 보고 내용들을 고찰하여 제시한 최적 유효성은 6개월 치료이며, 그 때 발작 빈도가 50∼100 %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0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후향적 연구에서 치료 3개월 후에 유효성을 나타낸 환자(50 % 이상의 발작 감소 효과를 나타낸 환자) 중 44%가 발작빈도에서 46%의 감소 효과를 나타내었다.

2년 추적 연구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그 효과는 증가되었다. 미주신경 자극의 가장 큰 유익은 단순 부분발작의 해소에 있다. 오랜 연구에도 불구하고 미주신경 자극의 발작 해소 기전은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다양한 뇌 영역에서 전기적 흥분성 감소 작용과 신경전기생리적 역할, 신경전달물질의 유리에 대한 작용이 복합적으로 작동하여 발작을 완화시키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에 뇌전증에서 신경 염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와 함께 미주신경 자극의 항염작용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더하여 자율신경 기능과 연관된 심장박동의 다변성도 발작 억제와 연관이 있다는 주장이 있다. 

▶우울증 치료를 위하여 미국 FDA가 승인한 미주신경 자극기

2000년 Rush 등이 사람에서 우울증상 개선을 위한 미주신경 자극에 관한 연구 결과를 보고하였다. 2005년 미국 FDA는 우울증 치료를 목적으로 Cyberonics가 제조한 미주신경 자극 장치를 승인하였다.

이 장치에 의한 미주신경 자극은 12주간의 무작위 대조 급성 시험에서 유효한 결과를 나타내었고, 12개월간의 전향적 연구에서 치료 저항성 우울증의 개선에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우울증에서 미주신경 자극의 효능을 뒷받침하는 많은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었다.

HRSD28(Hamilton Rating Scale for Depression) 점수가 50% 이상 감소하는 반응을 기준으로 관찰한 Bajbouj 등의 연구에서, 미주신경 자극을 받은 만성 치료 불응성 우울증 환자의 53.1%가 우울증 감소 반응을 나타내었다. 최근 메타 분석에 따르면 미주신경 자극은 치료 저항성 우울증에 효과적이고 비교적 안전하며 낮은 내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임상에서 활용이 확대되려면 보다 많은 임상 근거들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대규모 5년 무작위 대조 시험이 진행 중이어서 이 결과가 도출되면 우울증에서 미주신경 자극의 효용성이 명확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우울증에서 미주신경 자극의 작용 기전을 밝히기 위해 fMRI와 PET, SPECT 등의 뇌영상 기술들이 동원되고 있다. Conway 등은 방사성 동위원소 적용 PET 영상에서 미주신경 자극이 우울증과 관련된 뇌 영역의 혈류를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관찰하였다.

안와전두피질과 전대상피질, 우상전두피질, 내측전두피질의 혈류가 증가한 반면 측두피질과 우두정영역의 혈류는 감소하였다. Nahas 등도 fMRI 영상에서 미주신경 자극이 전전두엽 피질과 전방섬상세포군피질에서 혈류를 활성화함을 확인하였다.

이 반응들은 우울증상과 상관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미주신경 자극이 노르아드레날린과 세로토닌 신경 전달을 강화함도 확인되었다. 이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항우울제의 작용과 일치한다. 쥐를 이용한 시험에서도 미주신경 자극은 청반의 노르아드레날린성 신경의 약화를 개선하였고 도파민성 신경의 활성을 증가시켰다.   

미주신경 자극은 뇌전증과 우울증, 편두통, 군발 두통, 복부 비만의 치료 기술로서  이미 FDA의 승인을 받은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최근의 전임상 연구와 임상 시험 결과들은 훨씬 더 광범위한 질병에서 이 기술의 잠재적인 이점을 제시하고 있으나 그 작동 기전을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고 편이성과 경제성을 보장할 수 있는 연구 결과들도 충분하지 않다.

처음에 제시되었던 두통과 비만을 포함하여 최근에 연구되고 있는 염증성 질환과 심질환 등에 미주신경 자극의 적용 가능성을 다음 컬럼들에서 순차적으로 정리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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