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태일 기자]미국에서 K뷰티가 순항 중이다. 미국 주류시장 안착에 성공한 한국은 이제 프랑스, 캐나다에 이어 미국의 3대 화장품 수입국으로 꼽힌다. K-뷰티는 지난 2020년 미국 화장품(HS Code 3304 기준) 수입시장에서 점유율 12.3%를 기록해 중국과 이탈리아를 제치고 처음으로 3위에 오른 뒤 2년 연속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21년 한국 화장품의 대미 수출액은 7억1215만 달러로 전년대비 32.2% 증가했다. 이는 이 기간 미국 전체 화장품 수입시장 성장률인 22.5%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수입 시장 점유율 역시 13.3%로 전년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KOTRA 뉴욕무역관은 중국의존도를 낮추는 대안으로 미 시장을 선택한 K뷰티의 성장을 위해서는  단기적인 수출 실적에 연연하기보다 중장기적 목표 설정과 그에 따른 적절한 준비와 계획, 실행을 통해 브랜드 파워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4월 LG 생활건강은 미국의 색조 화장품 브랜드 ‘더크렘샵(The Crème Shop)’ 지분 65%를 1억2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더크렘샵 인수를 통해 MZ 세대를 공략하고 현지 마케팅 및 영업 역량을 활용해 북미 지역 화장품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아모레 퍼시픽 역시 라네즈∙이니스프리 등 대표 브랜드의 세포라, 아마존 입점을 확대하며 북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뷰티는 한때 주요 유통업체들이 온⸱오프라인 매장에 한국 화장품을 모아 진열한 ‘K-뷰티 섹션’을 경쟁적으로 신설할 만큼 미국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지금은 그 화제성이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소비자들의 높은 호감도와 신뢰도를 기반으로 시장에서 하나의 카테고리로 정착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특히 피부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함유되는 다양하고 이색적인 원료들과 아이디어 넘치고 사용하기 편리한 패키지, 합리적인 가격대는 미국에서 K-뷰티 수요를 유지하고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수년간 미국에서 한국 영화와 드라마, 음악 등 K-콘텐츠가 큰 호응을 얻고 있어 시장 기회도 더욱 확대되고 있다.

K-뷰티 장기적인 성장 위한 브랜딩 작업 필수

전문가들은 미국 시장에서 K-뷰티가 롱런을 위한 브랜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K-뷰티 붐이 불었던 5~6년 전만해도 한국 화장품은 기존 뷰티 제품에 싫증을 느낀 미국 소비자들을 새로움과 신선함으로 사로잡았다. 소셜미디어에는 독특한 원료를 함유한 스킨케어 제품과 마스크팩, 쿠션파운데이션이나 과일모양 핸드크림처럼 혁신적이거나 귀여운 화장품 패키지 소식이 콘텐츠로 제작되어 빠르게 확산됐다. 하지만 K-뷰티라고 하면 한번 더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한국 화장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시대는 저물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국 화장품의 미국 진출을 지원하고 있는 광고⸱홍보대행사 원섬 커뮤니케이션의 비비안 이 대표는 “미국 시장에서 K-뷰티만을 내세워 진출을 모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하며 “K-뷰티가 크게 붐을 일으켰던 당시 대형 유통점 매장 내 K-뷰티 섹션에 진열됐던 일부 제품들이 미국에서 적절한 브랜드 구축에 실패에 결국 매대에서 철수됐다”고 말했다. 또 “K-뷰티의 성공을 위해서는 브랜딩 전략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당장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기보다는 브랜딩을 위해 시장조사를 진행하고 타깃 고객 설정해 홍보⸱마케팅, 유통채널 진입 등 진출 전략을 수립, 수행해야 미국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시장의 원활한 진출을 위해서는 홍보⸱마케팅 비용을 투자로 인식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최근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미국 대형 유통사 A사 입점 불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유통사마다 상이하지만 A사의 경우 입점과 함께 기업측에 일정 금액의 홍보비를 요구한다”며 “하지만 입점을 추진했던 브랜드가 홍보비 부담을 이유로 입점을 포기한 일이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A사 입점에 초기 비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입점 사실만으로 미국 내 시장 확대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며 “대형 유통사 입점 자체가 시장의 평판인 레퍼런스를 형성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샘플마케팅을 통한 성공사례도 있다. 한국 화장품 L사의 스킨케어 제품 13만여 개를 입시(Ipsy, 샘플사이즈의 화장품을 박스에 담아 매달 구독자에게 발송하는 업체)를 통해 미국 소비자에게 제공해 큰 호응을 얻은 케이스다. 이 대표는 “당시 입시에 개당 50센트를 지불하고 샘플을 뿌렸다”며 “이후 해당 브랜드의 아마존 판매는 물론 홈페이지 방문객과 구매가 급증해 샘플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말했다. L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브랜드와 제품 특성에 따라 샘플마케팅을 통한 홍보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다.

KOTRA 뉴욕무역관은 “한국의 제2 화장품 수출국인 미국은 중국 내 K-뷰티 판매액 감소를 경험하고 있는 현 시점에 전략적 가치가 큰 시장”이라며 “미국에서 장기적인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최적화된 브랜딩과 적절한 M&A 전략이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우리 수출기업들도 단기적인 수출 실적에 연연하기보다 중장기적 목표 설정과 그에 따른 적절한 준비와 계획, 실행을 통해 브랜드 파워를 강화해야 한다”며 “미국에서의 브랜드 성공은 중국의 매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브랜딩 투자의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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