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용당(自用堂)약국]

요즘 문전약국들은 한숨을 짓고 있다. 처방전 300건이 돼도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여건이 되었기때문다. 이는 정부가 상대가평가연구자료를 근거로 내놓은 수가인하 방침에 따른 것이다.

장기처방이 많은 병원 주변 문전약국들의 도산이 우려된다고 입을 모은다. 의약분업이 시행되면서 약국들이 처방전을 쫓아 의원과 병원 앞으로 이동한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약국들은 살아남기 위한 방안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이런한 가운데 이제는 조제에만 의지하던 약국의 형태가 변화되어야 한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처방전 한 건 더 받기 위한 경쟁을 약국이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성남에 위치한 자용당약국(약국장 이혜성 약사)의 사례를 통해 약국들이 조제중심에서 벗어나 다른 경영방식을 모색하는 방안을 고민해 본다.

특색을 창출하는 약국 지향



성남에 위치한 자용당 약국의 주변 지역은 입지조건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주택가가 들어서 있어 단골을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상가지역도 아니다. 의원들도 그리 눈에 띄지는 않는다. 전철역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지만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주변의 특색 없는 입지조건에도 불구하고 자용당 약국만의 독특함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혜성 약사가 이곳에 약국을 개설하면서 생각한 것은 편안함이었다.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도 편하고 그 약국을 방문하는 환자도 편안한 그런 곳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이름도 자용당(自用堂)이라 지었다.

"우주 만물의 원리가 자연의 순리대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듯이 우리 약국에 오는 사람들이 편하게 머물다 가는 곳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 약사는 약국이름에 대한 설명을 이렇게 말했다. 약국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그저 얻어가는 곳이 되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인테리어도 그런 편안함에 맞췄다. 다양화를 추구하기 위해 한곳에 중점을 두고 치중하지 않았다. 대기공간도 넓게 만들어 약국에 오는 손님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이 되게 했다.

다양한 제품으로 고객 구매욕구 자극



"Shop스타일로 약국을 만들고 싶었어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편하게 슈퍼에 들르듯이 인체와 관련된 제품을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그런 곳으로 만들 겁니다."

약국을 새로 개설하면서 드럭 스토아 같은 유럽형 약국을 모델로 삼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편하게 와서 자신이 원하는 물품들을 손쉽게 구입하는 곳이 되었으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이 약사의 의도에 맞게 약국 안에는 많은 약들과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기능성 화장품에서부터 비타민제, 건강보조 식품까지 약사에게 조언을 구하면 더 효과를 볼 수 있는 제품들이 들어서 있다. 그 외에도 혀클리너와 같은 약국에서만 파는 일상제품까지 종합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곳이 되도록 했다. 앞으로 1년 후 단골이 생기면 그때는 예전에 했던 한약도 취급할 생각이다.

처방전은 그리 많지 않다. 이 약사는 처방전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다른 약국처럼 관리약사도 없고 이 약사와 약국업무를 보는 2명의 인원만 있을 뿐이다. 혼자서만 처리할 수 있는 처방전만 받고 있다.

그리고 아직은 주변의 의원들과 사이도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환자들이 처방전을 들고 오면 의원에 전화를 걸어 처방전에 대해 상의를 했다. 이런 전화에 친절한 의사들도 있었지만 어느 의사는 반말을 섞어 가며 말하기 일쑤였고 자신의 처방내역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 같아 못마땅해 하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은 그런 전화를 그만두었다. 이제는 단지 환자에게만 주의를 주고 있다.

"옆 병원과의 관계는 좋아요. 의약분업 후에는 의사와의 관계를 위해 한달에 한번 봉사활동을 합니다."

약국 개설 아직 시기상조

이 약사은 1979년부터 약국을 운영했다. 주택가에 위치해 있던 약국은 동네의 제1차 의료기관으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동네의 모든 사람들이 와서 자신의 일을 상담하고 문의하는 동네의 사랑방이었다.

그런 후 의약분업이 되고 동네약국을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생겼다. 처방전이 거의 없고 재고품만 쌓여 가는 동네약국을 그냥 접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고 그냥 쉬고 싶었다.

그러던 중 지금의 성남 지역으로 이사를 오면서 약국을 다시 열었다. 하지만 처방전을 가지고 경쟁하고 싶지 않았다.

이 약사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유럽여행을 다녀와서다. 약국을 탐방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 것은 아니지만 직업이 약사인지라 약국을 그냥 지나칠 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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