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존슨(Johnson&Johnson)이 화이자, MSD, GSK 등에 이어 컨슈머헬스사업부(Consumer Health business)를 떼어내기로 했다. 타이레놀, 지르텍 등 일반의약품과 구강청결제 리스테린 같은 헬스케어 대표 품목이 새로운 간판을 달 예정이다. 

존슨앤존슨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최대 10억달러(약 1조원)를 들여 2년 이내에 제약과 의료기기 사업부는 존속시키고 컨슈머헬스케어 사업부를 분사해 신규 회사를 설립하는 전략적 사업 결정을 발표했다.  

 

비즈니스 전략 세분화와 성장 가속을 위한 의약품, 의료기기 개발에 주력한다는 이번 결정으로 컨슈머헬스케어 사업부는 일반의약품, 여성과 아기 건강 제품 등 10억달러(1조원) 매출을 올리는 4개의 제품과 20개 브랜드로 구성된 회사로 재탄생한다.

다만, 밑그림은 환자와 소비자를 위한 혁신적 선택이지만 큰그림은 제약과 의료기기 사업부 가치를 높이려는 속셈이다. 이는 최근 글로벌 기업 행태와 같다. 글로벌 기업은 코로나19 이후 불확실한 경영 환경 타개를 위한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수익성 향상에 거치적거리는 큰 몸집을 줄이려는 선택과 집중이다. 경쟁사 화이자와 GSK, MSD 뒤를 따르는 행보이기도 하다. 발목을 잡는 모래주머니를 떼어내 가벼운 몸으로 달리기 시합에 나서겠다는 전략적 의도다.

존슨앤존스의 새로운 컨슈머헬스케어 회사는 타이레놀, 뉴트로지나, 아비노, 리스테린, 반창고 같은 소비자에게 친숙한 건강, 피부 관련 제품이 포진해 있다. 품목으로는 통증 완화제, 금연치료제, 알레르기제, 지사제, 제산제, 기침, 감기치료제 등이다. 

대표 의약품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타이레놀이다. 타이레놀은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두통, 근육통, 관절염, 부비동, 감기약이다. 경구용 항히스타민제 지르텍도 유명한 품목이다. 지르텍은 재채기, 콧물, 가려움, 눈물 등 알레르기 증상에 쓰인다. 건강 품목에서는 베이비로션, 베이비파우더, 뉴트로지나, 아비노, 리스테린, 아큐브, 벤드에이드 같은 이름만 들어도 아는 제품들이 있다.

타이레놀
타이레놀

 

존슨앤존슨은 해당 품목군 판매를 통해 약 37억달러(4조300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벌어들였다. 그러나 제약과 의료기기에 비하면 약과다. 현재 존슨앤존슨 매출 비중을 보면 제약사업 50%, 의료기기 30%, 컨슈머헬스케어 15%로 구성돼 있다. 제약사업과 의료기기는 이익률은 높지만 향후 사업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 이에 반해 컨슈머헬스케어 사업은 안정적이지만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존슨앤존슨은 사업부 분사 발표를 통해 “제약사업은 강력한 포트폴리오와 제품 파이프라인을 발전시켜 종약학과 면역학 같은 핵심 치료 영역을 가속화하고, 세포와 유전자치료제 등을 통해 지속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 존슨앤존슨은 왜 자신들의 아이콘 ‘컨슈머헬스케어’와 이별할까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로이터 등 해외 주요 언론과 통신사에 따르면 존슨앤존슨에게 있어 컨슈머헬스케어 사업은 아픈 손가락이다. 컨슈머헬스케어는 지금의 존슨앤존슨이 있게 한 존재이지만 현재는 매출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컨슈머헬스케어는 140억달러(16조5000억원) 매출을 올렸다. 최근 10년간 큰 변동이 없는 기록이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최대 25억달러(약 2조원)에 그쳤다. 반면 제약사업(456억달러, 53조원)과 의료기기(230억달러, 27조원)는 성장했다. 사업 위험성은 높지만 수익도 큰 사업들이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써 존슨앤존슨을 지탱하는 버팀목 역할을 했다.

존슨앤존슨은 분사 결정을 통해 화이자, GSK, MSD, 사노피와의 경쟁 대열에 합류할 수 있게 됐다. GSK와 화이자는 지난 2019년 컨슈머헬스케어 사업부를 별도 설립해 ‘GSK컨슈머헬스케어’를 만들었다. GSK는 올해 6월 신약 개발을 위해 컨슈머헬스케어를 매각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지난해 연말 화이자는 마일란과 합병을 통해 특허만료 의약품 위주의 비아트리스를 설립했으며, MSD는 올해 2월 여성건강과 특허만료 의약품 중심 제약사 오가논을 신설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컨슈머헬스케어와 특허만료 제품을 별도 관리함으로써 신약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단 것이다. 기업 가치를 최대한 높이고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다. 존슨앤존슨 분사 또한 성장률이 높고 고수익을 내는 매력적인 회사로 살아남기 위한 결정으로 볼 수 있다. 

존슨앤존슨이 컨슈머헬스케어와 이별하는 또 다른 추정도 있다. 바로 베이비 파우덤에 암을 유발하는 석면이 포함돼 있다는 소송이다. 이 소송은 새로 설립된 컨슈머헬스케어 회사가 떠안을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 비용은 39억달러(4조6000억원)에 달한다. 존슨앤존슨에 도의적 책임은 있지만 일단 법적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주요 해외 언론 분석이다. 워싱턴 포스트 등은 “존슨앤존슨은 베이비 파우더와 석면 함유 탈크 제품 등이 여성 난소암을 유발한다는 주장으로 소송에 휩싸였지만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새 시대, 새로운 경영진 맞이하는 존슨앤존슨
 
컨슈머헬스케어 분사 소식 이면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현 회장인 알렉스 고르스키(Alex Gorsky) 최고경영자(CEO)가 물러나고 내년 1월 3일부터 호아킨 두아토(Joaquin Duato) 집행위원회 부회장이 선임된다. 호아킨 두아토 부회장 임무가 ‘새로운 시대의 존슨앤존슨’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이다.

2012년부터 회장직을 역임한 알렉스 고르스키 CEO는 지난 10년간 존슨앤존슨 R&D 투자를 대폭 늘리고, 헬스케어 분야 발전을 이끈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R&D 투자액을 120억달러(60%↑, 14조원)까지 늘렸다. 제약사업, 의료기기, 컨슈머헬스케어 분야 이익은 최대 85% 늘었다.

그런 그가 물러난다. 알렉스 고르스키 CEO는 차기 CEO인 호아킨 두아토 부회장에 대해 “제약과 컨슈머헬스케어 사업 성장과 수익성을 가속화하는 것 외에 회사의 모든 사업을 포함하는 전략 수립을 이끌며 지난 1년간 존슨앤존슨 전반에 걸쳐 핵심적인 기술 혁신을 주도했다”고 평가했다. 

호아킨 두아토 부회장은 존슨앤존슨에서 30년 이상 근무했다. 그는 의약품과 컨슈머헬스케어 사업 전략을 제시하는 역할을 했다. 호아킨 두아토 부회장은 컨슈머헬스케어 분사에 대해 “재정적으로 강력하며 제약산업을 이끄는 두 개의 비즈니스 리더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새로운 존슨앤존슨과 신설되는 컨슈머헬스케어 회사는 각각  효과적으로 자원을 할당해 상당한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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