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전북대학교 약학대학 정재훈교수

올해 6월 4일에서 7일까지 4일간, Morning Consult가 미국에 거주하는 성인 2,200명을 대상으로 Artificial Intelligence(AI)와 디지털 보건기술(Digtal Health Tools)에 관한 인식을 조사하였다. 그 결과의 오차는 +/- 2%였으며, 그 내용은 크게 두 가지 즉, AI 보건 기술과 디지털 보건 기술에 관한 인식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다수는 AI 기술이 건강관리(Health care)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고, 남성이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AI 기술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신기술을 보건에 활용함에 있어서 우려가 있고, 1/3이 이상이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인식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보건 신기술의 사회적 활용 또는 도입이 일반인 또는 국민들의 이해나 합의에 근거하기 보다는 전문가들의 판단과 상업적 동력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두번째로 디지털 보건기술에 관한 인식이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는 바와 같이 편리하다는 인식이 가장 강하였고 대다수가 안전하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정확하다는 인식과 함께 오류 또는 우려가 상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이러한 판단의 근거까지 추적하진 않았다.

디지털보건 기술에 있어서도 미국과 함께 독일과 한국이 가장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와 부정적 인식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부정적 인식은 구체적 근거에 기초하기보다는 AI가 인간의 연산 능력을 단 순간에 압도하는 현상이나 디지털 기술과 각 개인들의 이해속도의 괴리 등에 따른 막연한 불안감에 기인할 수 있다.
 

이에 필자는 당분간 개발되었거나 개발 중인 디지털치료제들의 기술과 실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서 독자들의 합리적 인식과 개념화에 도움을 주고자한다. 오늘은 그 첫 번째로 reSET의 예를 살펴보고자한다.

▶ reSET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2017년 9월 14일 미국의 FDA는 물질사용장애의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Reset application(reSET, mobile medical application)”을 처음으로 승인하였다. reSET은 소프트웨어 기반 치료제이다. 이를 개발한 PEAR Therapeutics 사는 정신, 신경질환 치료기술에 집중하고 있는 신 개념의 회사로서 처방-디지털치료제 개발의 개척자로 자처하고 있다.

CEO인 Corey McCann은 워싱턴대학에서 MD과정을 이수하고 하버드에서 신경절 분자생물학을 전공하여 Ph D.를 취득하였고 메샤추세스 종합병원에서 박사후과정 동안 뇌영상을 공부한 의과학자이다. 이러한 배경하에 생체 신호와 그 분자 기전에 관한 이해를 바탕으로 IT 신기술을 의약학 분야에 적용한 실무적 선구자이다.

2013년 그는 PEAR Therapeutics를 설립하고 4년 만에 reSET을 출시하였으며, 2018년 12월, re-SET-O를 추가하였고, 2020년 3월에는 한 단계 진화된 Somryst(불면증 치료 보조)를 FDA로부터 승인받았다.

De Novo Summary(DEN160018)에 따르면 reSET은 정신장애(약물사용장애) 치료 기술에 해당하며 다음과 같이 분류되었다. Product Code: PWE; Device Type: Computerized behavioral therapy device for psychiatric disorders; Class: II; Regulation: 21 CFR 882.5801. 제품은 환자 애플리케이션과 임상의 대시보드로 구성되어 있고 물질사용장애(substance use disorder, SUD)를 가진 환자에게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를 제공한다.

CBT는 환자의 사고와 감정, 감각, 행동의 변화에 기초하여 긍정적 사고와 행동을 유도하는 정신·사회적 중재요법으로서 불안과 주요우울증 치료에 활용되어왔다. reSET은 알코올 의존과 코카인중독의 치료를 위해 개발된 커뮤니티 강화 접근방식(community reinforcement approach, CRA)으로 알려진 CBT의 특수 버전에 기초하였다. CBT와 CRA는 기본적으로 검증된 정서장애 또는 약물사용장애의 치료 요법이다.

reSET은 다음의 모듈들 즉, •물질사용을 증가시키는 기폭제와 상황을 확인하는 모듈, •물질사용을 피하는 모듈, •물질 사용에 관한 생각에 대응하는 모듈, •부정적 사고를 인식하고 긍정적 사고로 전환하는 기술을 확인하는 모듈, •약물사용에 관한 의사 결정 모듈, •선택에 대한 책임감과 선택의 결과를 평가하는 모듈로 구성되어 있다.

질문하고 응답하며, 실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모든 치료 교육과 지시는 텍스트와 비디오로 실행된다. reSET 내 택스트와 비디오는 영어로 나레이션된다. 총 62개 레슨(핵심 32 + 보충 30)이 제공되었고 주요 카테고리는 생활 방식과 치료, 정서 문제, 사회적 연결, 성 건강, C형 간염, HIV로 나누어져 있다. 그 작동 예시를 아래 그림에 제시하였다. 단순하게 접근하면 기존 전문치료사들이 하던 CBT+CRA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여 디지털화 한 것이다.
 

외래환자를 대상으로 코호트 연구로 임상시험을 시행하였다. 총 방문 참여자는 507명이었고, 일차 아편류 사용자를 제외한 대상자가 399명(코호트 Ⅱ)이었으며 임상시험 중에 아편류 사용자를 제외하면 305명이었다. 이들을 두 군으로 나누어 12주(90일)간 대조군에 표준 community treatment program(CTP)를 시행하고 시험군에는 CTP 시간을 줄이고(2시간/주) 거기에 더하여 reSET 치료(최소 2모듈/방문, 4모듈/주)를 시행하였다.

시험자들이 약물사용 내용을 자가보고하고 관리자는 요를 채취하여 약물 잔류여부를 시험하였다. 그 결과 코호트 Ⅱ의 399명의 환자 중 대조군(CTP 단독)이 17.6%가 약물사용을 중지한 반면 reSET 처치를 받은 사람의 40.3%가 약물사용을 금지하였다. Kaplan-Meier 방법으로 약물사용 유지의 개연성을 평가하였다. 그 결과 코호트 Ⅱ에서 대조군의 개연성이 36.8 %인 반면 reSET 처치군은 23.8 %였다.
 

시험기간 중 위해반응이 발견된 환자의 수는 66명이었고 그 중 29명은 대조군에서 37명은 reSET 처치군에서 나타났다. 그러나 reSET에 의한 인과성과 개선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위해 Risk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어떻든 reSET 사용에 따른 유익성이 위험성보다 더 높다. 90일간 처방비용은 1,665달러로 알려지고 있으나 reSET에 대한 시장의 반응에 관한 구체적 자료가 없다. 다만, 검증되지 않은 온라인 자료에 따르면 2021년 6월까지 약 20,000건이 처방되었고 회사측에서는 2023년까지 150,000건 처방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reSET이 약물중독치료에 있어서 기존 심리·행동 치료보다 효율성이 높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reSET 유사 기술은 정신과 영역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는 심리·행동·교육 치료나 음악 치료, 미술치료를 대체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임상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여 치료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모듈들로 up-grade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환자순응도의 개선이나 맞춤형 치료모듈 개발, 부작용 최소화, 과학적 치료 기전 규명 등 과제도 산재해 있지만 원천 아이디어가 임상시험에서 성공하였기 때문에 나머지 문제들은 돈과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이미 어마 어마한 투자 유치가 이루어지고 있고 유력 다국적 제약사들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어떻든, 최초디지털치료제 개발 Leader가 IT 전문가가 아니라 생체 정보(뇌와 신경)를 잘 이해하고 있는 MD PhD이며 reSET의 개발 파트너로 산도스가 참여하였고, 후속 reSET-O의 개발과 출시에 산도스와 노바티스가 파트너로 참여하였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이디어와 원천 기술의 창출, 그 지원 체계를 제시하고 있다.

뒤늦게 디지털치료제의 개발에 발을 들여놓고 있는 국내의 개발자들이 어떤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지를 볼 수 있는 예이다. 핵심 기술과 아이디어의 창출 배경이 어디인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누구와 협력해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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