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협회 원희목 회장
제약바이오협회 원희목 회장

[팜뉴스=최선재 기자] 코로나19 펜데믹 기간이 1년을 넘었다.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이 코로나19 초기부터 경쟁적으로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나섰지만 영국과 미국 글로벌파마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것이 우리 국민 현실이다. 

현실은 예고됐다. 국내 제약바이오사들 중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등 전 세계를 호령할 수 있는 글로벌 빅파마는 없다. 국내 굴지 제약사들 매출액은 1조를 넘긴 상황이지만 빅파마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하다. 블록버스터 배출에 대한 기술 차이가 제약주권 상실 비극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을까.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프레스 웨비나’를 열어 글로벌 신약 강국을 위한 가능성과 해법을 모색한 이유다. 원희목 제약바이오협회 회장 등 주요 연사들의  날카로운 진단과 해법을 소개한다.

# 원희목 “제약주권은 곧 국가안보와 직결”

원희목 회장은 27일 “2010년 4차 산업혁명 초기, 엑손모빌 등 석유 관련 산업이 세계 1위였다”며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변화 속에서 제약 강국들은 최근 R&D 투자 확대에 나섰다”고 밝혔다.

원희목 회장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제약산업의 4대 강국은 미국, 일본, 영국, 중국이다. 미국은 R&D 우선 과제를 선정하고 투자를 확대해서 미래동력산업으로 지정했다. 특히 2016년 21세기 치료법을 제정했고 2019년 5대 R&D를 지정하고 건강 분야에 투자를 시작했다. 

영국은 2017년 바이오헬스분야 포함 미래 산업 전략을 발표했고 이듬해 세계 최대 빅데이터(500만명대) 구축을 추진했다. 일본은 2014년 의약품 기한부 신속 승인제도를 도입했고 2017년부터 국가 미래 투자 전략 수립하고 투자를 확대해왔다. 중국도 2015년부터 바이오의약품 10 육성 분야를 선정해서 지원 중이다.

제약 강국들의 지원 상황을 보면, 2010년 전후로 시작된 4차 산업 혁명의 흐름이 단순히 IT뿐만 아니라 제약바이오산업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게 원희목 회장의 의견이다. 

원희목 회장은 “우리 정부도 2019년 3대 중점 산업 중 하나로 바이오헬스산업을 지정했다”며 “올해 21년 신약개발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데에 7718억 투입할 계획이다. 선진국에 비해 규모가 적은 수준이지만 상당히 의미가 있는 시그널”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신약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우리 산업이 국민건강과 국가경제를 선도해야 하는 이유”라며 “이를 위해 제약주권을 확립해야 한다. 국산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그런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원희목 회장은 “더구나 코로나19 이후 인도, 중국에서 생산하는 원료의약품에 대한 수급 차질도 생겼다”며 “앞으로도 우리가 스스로 원료를 수급하지 못하고 수입에 의존하면 국민이 필요한 의약품을 제때 공급받지 못한다. 이런 측면에서도 신약 개발을 통한 제약주권 확보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원희목 회장이 제시한 비전은 국산 블록버스터 개발이다. 2025년 안에 매출 1조 성과를 낼 수 있는 신약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 2030년까지 연 10조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제약사를 만들자는 것이 두 번째 목표다. 궁극적으로 2035년을 의약품 수출 100조원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것이 원희목 회장의 포부다.

그는 “제약주권 확보는 어떤 안보보다도 굉장히 중요한 국가적 과제다”며 “정부는 이미 국가 주력산업을 제약산업으로 선언한 상황이다. 이에 발맞춰 R&D 투자를 활성화하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신약 개발에 나서는 업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태억 대표
김태억 리드컴파스인베스트먼트 대표

# 김태억 “삼바와 셀트리온, 글로벌 트랜드 대비해야” 

김태억 리드컴파스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바이오시밀러의 쌍두마차,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에 대한 뼈있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김태억 대표는 “두 회사는 바이오 시밀러를 통해 크게 성장했고 시가총액도 매우 높게 평가받는 대표 기업이다”며 “현재까지는 성공했지만 5년~10년 이후에도 이들의 비즈니스가 성공적으로 이뤄질지를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이오 시밀러 의약품이나 위탁생산(CMO) 산업은 자본 집약적과 항체 의존적이란 특징이 있다”며 “항체의 효과적인 생산을 위해 대규모 자본 투입이 이뤄지면서 두 회사의 수익으로 연결됐지만 글로벌 제약산업의 트랜드가 급변하는 중이다”고 밝혔다.

김태억 대표는 “2015년 이후 항체 중심이 아니라 핵산 등 유전자로 이동 중이다”며 “바이오 시밀러 산업도 향후 5~10년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두 회사가 이런 부분을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대응해야 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국내 신약 파이프라인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태억 대표는 “제약기업의 경쟁력은 곧 파이프라인 경쟁력과 동일하다”며 “제가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에 6년간 근무하면서 우리나라 파이프라인을 조사한 결과 560개 중 혁신신약(First in Class, FIC)' 파이프라인은 5% 이내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고(Best In Class) 파이프라인은 자본과 시간 싸움인데 우리는 글로벌 빅파마에 비해 시간과 돈이 부족하다”며 “우리나라 같은 후발주자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최고(Best In Class)보다는 FIC 파이프라인이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태억 대표는 “파이프라인 물질 형태를 보더라도 합성(케미칼) 신약 파이프라인이 상당수다”며 “핵산, 유전자, 세포 치료제 비중은 적다. 중장기적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신약 파이프라인 생산 공장을 만들고 해외에서 질 좋은 파이프라인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정섭 전 KB인베스트먼트 상무
신정섭 전 KB인베스트먼트 상무

# “황우석 사태 이후 기술 수출, 데이터 신뢰 의미 크다”

신정섭 전 KB인베스트먼트 상무는 이날 행사를 통해 ‘황우석 사태’와 ‘기술 수출’ 키워드를 언급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황우석 사태’는 2004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세계 최초 줄기세포 배양’이란 연구 논문이 조작으로 밝혀진 사건이다.   

그는 “황우석 사태라는 매우 불행한 일을 겪은 이후 서양 사람들은 우리나라 제약 바이오 산업에 대한 데이터를 믿지 않았다”며 “10년이 지난 2015년에 절어들어 우리 데이터를 그들이 믿었다. 그 증거가 2015년부터 집중적으로 늘어난 기술 수출이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약품을 필두로 글로벌 기술이전이 연달아 이뤄지면서 우리나라 제약 바이오 산업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다”며 “기술 수출 성공 요인으로 신약개발에 집중했던 리더십.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도 있겠지만 이를 계기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데이터를 미국이나 유럽의 글로벌 기업들이 다시 인정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정섭 전 상무는 “사실, 1조원 규모의 기술이전이 이뤄져도 선급금은 통상적으로 5%에 불과하다”며 “500억~1000억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그 이후 임상비용이 더욱 많이 든다. 그러나 서구권이 기술수출을 통해 우리 데이터를 신뢰한다는 메시지를 준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이번에 개최한 ‘프레스 웨비나’는 줌 라이브로 진행됐다. 언택트  플랫폼 행사인데도 이틀간 150여명이 참석했다. 그만큼 업계의 관심이 상당했다. 유명 연사들의 통찰과 대안 제시를 통해 신약 개발에 대한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 배경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