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창궐하며 각 국가와 제약사들이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백신개발과 관련, 여론과 언론에 자주 등장한 국가가 있다. 바로 러시아다. ‘백신 개발에서 앞서고 있다’ 등 얘기들이 여론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면서 코로나 백신과 관련해 러시아는 항상 화제 중심에 섰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미국 유럽 등 제약바이오산업 선진국과 유수 다국적제약사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백신을 개발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만큼 백신 개발에 집중적으로 나섰다는 점을 반증한다. 

러시아가 코로나 백신 개발에 집중했던 가장 큰 이유는 뭘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모스크바무역관(최진형)은 16일 ‘러시아가 코로나백신에 집중한 이유’를 분석하는 리포트를 냈다. 

러시아의 코로나 백신 개발 추진과정= 리포트에 따르면 러시아의 면역생물학 백신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300억 루블(4억2200만 달러)로 추정된다. 러시아 백신 시장은 제약산업과 별도로, 정부 구매(정부 조달)가 수익 창출과 유통구조에서 지배적이다. 러시아 연방은 매년 '국가 백신(예방접종) 계획(The National Schedule of Preventive Vaccinations)' 하에 연간 예산(정부 입찰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

러시아 연방 산업통상부 발표 내용을 인용한 현지 언론 기사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의 '국가 백신 계획' 예산이 2020년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2012년 해당 예산은 56억 루블이었으며 2020년은 266억 루블(약 3억7400만 달러)로 루블 기준 375%가 증가했다. 

러시아 현지 제조 백신은 전체 시장(금액)의 84%(수량 기준으로 94% 비중)를 차지하고 있어 수입 의존도는 매우 낮다. 이는 소비에트 시절부터 보유한 기초과학 기술력을 기반으로 개발하기 때문에 백신 시장은 국가 전략 분야라는 것을 증명한다. 실질적으로 러시아 백신 시장(금액) 중 72%가 연방정부 구매와 지방정부 구매로 수익을 얻고 있고 시중 판매 수익 비중은 2%에 불과하다.

러시아 연방 ‘국가 백신 계획’의 개발 대상은 12개 감염병으로 B형 간염, 결핵, 감염성 폐렴, 디프테리아, 백일해, 파상풍, 급성 회백수염(척수성 소아마비), 감염성 혈우병, 홍역, 풍진, 볼거리, 독감(인플루엔자) 등이다. 해당 개발 계획은 러시아 연방 보건부 명령법 #125n(2014년 3월 21일 수립, 2020년 12월 개정)에 근거한다. 

그리고 코로나19(SARS-CoV-2 virus)와 같은 동물병원소 접촉 또는 생물테러감염 등으로 급속도로 전염되는 병인 야토병(Tularemia), 페스트(Plague), 브루셀라(Brucellosis), 탄저병(Anthrax), 광견병(Rabies), 렙토스피라증(Leptospirosis), 진드기 매개 바이러스뇌염(tick-borne viral encephalitis), 큐 열(Q fever), 황열병(Yellow fever), 콜레라, 장티푸스(Typhoid fever), 바이러스성 A간염, 세균성 이질(Shigellosis), 수막구균병(Meningococcal infection), 로타바이러스 감염병(Rotavirus Infection), 수두(Chickenpox), 헤모필루스 독감(Haemophilus Influenza) 등도 ‘국가 백신 계획’ 대상이다.

2020년 2월 12일(러시아 코로나19 방역 의무격리 시작 전) 기준, 러시아 정부 제약 등록청 자료상 111개 백신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 중 92개 백신이 러시아에서 개발됐다. 

코로나19의 2차 확산이 본격화되면서 러시아 정부는 2020년 9월, ‘감염성 질병 예방 면역 2035 전략 2035(정부 명령법 #2390-r, 2020년 9월 18일)’을 발표했다. 해당 전략은 제약 및 의료 산업 분야 정부 발전 프로그램(2014년 4월 수립)과 정부 보건 발전 프로그램(2017년12월 수립)을 포괄했고 ‘국가 백신 계획’ 실현을 위해 2025년까지 백신 분야 100% 현지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러시아 코로나 백신 개발 기관 및 상용화= 2020년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러시아 정부는 코로나 바이러스(SARS-CoV-2 virus) 백신 개발을 방역의 최전선 무기로 설정, 가멜리아 연구센터가 개발한 스푸트닉V가 세계 최초로 정부 등록을 완료했다. 가멜리아 연구센터에 이어 추마코프 연구센터와 벡터 정부 과학센터 또한 자체적인 백신을 개발하고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2020년 기준 러시아 면역생물학적 백신 개발 및 생산 기업은 총 24개사로 파악된다. Rostec(러시아 기술청) 계열사이면서 정부 지정 백신 개발사 Nacinbio가 대표적이며 해당 사는 ‘국가 백신 계획’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다. Nacinbio의 계열사인 NPO Microgen Complex R&D및 Industrial Works 사(1개사)는 ‘국가 백신 계획’ 목표 달성을 위해 러시아 현지 백신의 70%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리포트에 따르면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백신 개발은 전략적인 현지 제품으로 개발했다. 그동안 외국 백신이 러시아 시장에 진출하는데 실패하는 배경은 현지산 대비 가격이 높고 정부 구매 입찰에 참여 권한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Bilthoven Biologicals(네덜란드 제약사)와 사노피(Sanofi Pasteur, 프랑스)는 러시아 Nanolek사를 통해 러시아 현지화에 노력해 왔다.

또 리포트는 코로나19 창궐로 백신 개발 필요성을 러시아 정부가 언급하기 시작한 시점은 1차 확산(2~5월) 이전인 2020년 1월이었다. 5월, 러시아 연방 보건부(Tatyana Golikova 차관)는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개발로 14개 플렛폼으로 47개 백신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으며, 7월, Murashko 보건부장관은 유력한 백신으로 17개를 선정했고 해당 백신들을 통해 적어도 3~4개의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이 개발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전했다.

리포트는 “ 2021년 3월 9일 현재 기준, 러시아의 코로나19 일일확진자 수는 9445명이며 모스크바만 1066명이다. 그리고 총 400만 명이 확진됐고 이 중 약 9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신(스푸트닉V) 접종 인구는 약 400만 명으로, 확진자 포함한 항체 보유율은 약 6%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모스크바시에 따르면, 모스크바 항체 보유 인구 비중은 41~42%일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확진자 및 접종자의 항체 보유율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 이러한 괴리는, 러시아의 팬데믹 방역 시스템으로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률 대비 통제력을 잃었거나 처음부터 통제가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지은 것이 아닌지, 그 동안의 추론들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리포트는  “ 방역 시스템 구축으로 수십억 달러(수조원) 예산을 투입하는 것보다 수억 달러로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경제적 및 방역 효과가 더 크다고 러시아 정부는 계산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 러시아 국부펀드 RDIF(직접투자펀드)는 백신 개발에 약 6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알려져 있고 최근 미국 정부는 노바백스의 백신 개발에 16억 달러를 지원(존슨앤존슨은 4억5600만 달러, 모더나는 4억8600만 달러, 아스트라제네카는 12억 달러 지원했다고 알려짐)했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 정부의 2021년 백신치료제 개발 예산(약 2억3000만 달러)과 2020년 동안 투입된 예산을 비교하면, RDIF 투입 예산이 서방국가들의 백신 개발비보다 타당성이 있어 보이며 백신 상용화를 세계적으로 선도했고 이를 통한 인지적인 측면에서 경제적 효과는 긍정적일 전망이다. 백신 개발 선도와 세계 공급으로, 러시아 경제회복과 외교적 글로벌 포지셔닝도 동시에 염두하고 있다고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또 “ Gennady Onishenko 하원 의원(전직 공공위생 국장)은 ‘유전공학으로 만들어진 스푸트닉V와 재조합형 바이러스 벡터 방식의 ‘벡터’, 전통 방식인 ‘코비박’ 개발은 모두 러시아 과학기술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며 “ 코로나19 백신은 총 4가지 방식으로만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중 3가지 방식으로 코로나 백신을 개발했다는 자체가 현재까지 러시아가 전일무이하다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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