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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마스크 면세 제동 건 기재부, 약사는 ‘토사구팽’?
공적마스크 면세 제동 건 기재부, 약사는 ‘토사구팽’?
  • 신용수 기자
  • 승인 2020.11.10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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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6일 국회에서 공적마스크 면세 불가 방침 밝혀
약사들 “정부에 대한 신뢰 무너져, K-방역에도 악영향 미칠 것”
사진. 게티이미지

공적마스크 매출에 대한 소득세 감면 법안이 국회 심사에 들어갔다. 여야에서 모두 공적마스크 면세법을 발의한 만큼 여야 충돌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결사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재신임하면서 법 추진에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약사 사회는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스스로 K-방역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약국의 공적마스크 관련 소득세 감면 법안은 현재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상황이다. 두 개정안 모두 약국 개설자가 공적마스크를 판매할 경우 해당 약국의 공적마스크 소득에 관한 소득세와 부가세를 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문위원실이 9일 발표한 조세분야 법률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기재위 전문위원실은 공적마스크 면세 법안은 입법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형평성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전문위원실 측은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의료진, 일선 공무원, 군인, 자원봉사자 등 다양한 부문의 헌신과 협조가 있었다”며 “마스크 공급 측면에서도 약국뿐만 아니라 마스크 생산업체 및 유통업체의 역할도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약국에만 세제 혜택을 주는 것에 대해 형평성 측면을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밝혔다. 사실상 거부 의사를 피력한 것.

이같은 국회 기재위의 입장은 사실상 기재부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다. 홍 부총리를 비롯해 기재부는 그동안 공적마스크 감면 법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홍 부총리는 6일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공적마스크 유통과 관련해 약사들의 희생과 노고는 절감하고 있다. 다만 소득세와 부가세를 깎아주는 방식보다는 예산사업으로 지원하는 것이 맞다”며 “면세는 여러 측면에서 쉽지 않다. 기재부도 약사 헌신에 보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예산 지출사업이 훨씬 낫다고 본다. 세금을 건드리는 부분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약사는 일반적으로 고소득 전문직으로 분류된다. 또 공적마스크 판매에 일정 수준의 마진이 보장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며 “약국 개설자에 대한 추가적 세재 지원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공적마스크 면세 법안이 기재부의 반대로 제동이 걸린 가운데, 약사 사회는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한 약사는 “공적마스크 때 고생했던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치가 떨린다”며 “고생은 고생대로하고 당시 수입도 큰 폭으로 줄어들었는데, 정부는 이제 와서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라와 국민에 대한 봉사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는데 실망이 크다”며 “이번 일로 코로나19에 헌신한 약사들의 희생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제2의 마스크 대란이 발생한다고 하면 또 다시 선뜻 나설 수 있을까 망설여진다”고 덧붙였다.

서울 종로구에서 약국을 운영 중이 다른 약사도 “우리 약국은 번화가에 있어 수요가 정말 많았다. 하루에 많게는 1000개 이상 팔려서 좌판을 깔고 아르바이트까지 썼다”며 “추가 인건비와 마스크 손님 응대로 못 받은 처방조제 환자 등 기회비용까지 고려하면, 마스크로 인한 이익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내년 세금까지 폭탄을 맞는다면 정말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도 정부에 대한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민관 사이 신뢰를 무너뜨려 장기적으로 K-방역에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

약사회 관계자는 “공적마스크 판매 당시 약국 일선에서는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본다는 민원이 많았다”며 “하루 종일 마스크 판매에 시달리면서 처방조제와 일반의약품을 팔지 못한 물리적 피해와 더불어,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예민해진 시민들을 달래면서 심리적 부담감을 느꼈다는 하소연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공적마스크 제도가 미흡했을 때 약국이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지 않았다면 사회적 혼란은 더욱 가중했을 것이다. 약사들의 희생이 있어 어려움을 이겨냈던 것”이라며 “그동안 정부에서도 수차례 약사에 대한 지원을 언급한 바 있다. 또 여야에서 각각 법안이 나왔다는 것은 여야가 모두 이같은 취지에 공감했다는 점의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또 “그동안 K-방역이 성공했던 것은 정부의 역할도 있었지만, 의료계의 희생과 국민들의 모범적인 방역 등 민관 합동이 이뤄낸 결과”라며 “민관 신뢰를 유지하는 것은 K-방역에 대한 신뢰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공적마스크 면세법안을 좌초시켜 약사들을 토사구팽한다면, 민관 신뢰를 깨고 장기적으로는 K-방역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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