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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구, 지금보다 더욱 늘릴 것”
“기초연구, 지금보다 더욱 늘릴 것”
  • 최선재 기자
  • 승인 2020.11.0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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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용 신임 심사평가연구소장 기자간담회 
연구소 관련 ‘포부’와 ‘비전’ 제시 
“RWE, 매우 의미있는 데이터”
출입기자협의회 제공
출입기자협의회 제공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8월 이진용 서울대학교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를 심사평가연구소장으로 임명했다. 심사평가연구소장은 심사, 평가 등에 대한 정책을 분석하는 공공기관의 수장이다. ‘출입기자협의회’가 이진용 소장을 만나 향후 계획과 비전을 들어봤다.

이진용 연구소장은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다. 충북대 의대를 졸업한 의사로 시작해 건양의대  교수, 서울시 보라매병원 공공의학과장을 맡았다. 민간병원과 공공병원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대한의사협회 공공보건의사과 한국의료질향상학회 총무이사도 겸임했다. 의료계 곳곳을 구둣발이 닳도록 다니면서 탄탄한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연구 성과도 뛰어나다. 그는 지난 7월 서울시 역학조사관 업무를 수행하면서 코로나19 관련 연구로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유흥업소 연관 감염사례에 대한 면밀한 분석으로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방역관리가 절실하다는 점을 증명해냈다. 해당 연구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신종감염병 저널’에 게재됐다.  

‘그래서’ 일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8월 심사평가연구소장에 이진용 서울대학교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를 전격 임명했다. 임기는 2020년 8월 18일부터 2023년 8월 17일까지로 3년이다. 이진용 연구소장이 연구인력 200명을 자랑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공공기관 싱크탱크의 수장 자리를 꿰찬 것. 

이진용 연구소장은 3일 오후 11시경 ‘출입기자협의회’와의 인터뷰에서 “심사평가연구소장이 주는 무게가 확실히 다르다”며 “연구소장이 되자마자 연락이 이렇게 많이 올 줄 몰랐다. 임명 전 연구소장이 할 수 있는 것이 많다고 느꼈지만 막상 와서 보니, 할 수 없는 것들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리는 결코 아니었다”며 “더구나 심사평가연구소장은 개방직이다. 심평원이면서 심평원 소속이 아닌 자리란 뜻이다. 저는 심평원에 완전히 동화돼서 무조건 원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은 것은 아니다. 그것이 개방직으로 저를 뽑은 가장 큰 이유”라고 덧붙였다. 

기존의 심평원 소속 이사(임원)들의 인터뷰와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진용 연구소장 자신이 서울대병원 교수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내부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 있는 행보를 걷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 

그렇다면 이진용 연구소장의 핵심 비전은 뭘까. 이진용 연구소장이 기자 간담회 진행 도중, 반복적으로 언급한 키워드는 ‘기초연구’다.

그는 “연구소는 기본적으로 연구소다워야 한다”며 “심사평가연구소 인원이 갑자기 늘어서 벌써 200명에 달한다. 인원도 많은데 빅데이터실과 혁신센터도 붙어있다. 200명이 모여있는 연구소는 공공기관 연구소 중에서도 단연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랜드연구소처럼 심사평가연구소를 정책을 선제적으로 개발하는 싱크탱크로 운영해보고 싶은 이유”라며 “먼저, 기초연구가 중요하다. 정권이 바뀌는 것은 국민의 선택이다. 기초연구가 부족한 탓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성급하게 연구를 해왔다”고 덧붙였다. 

이진용 연구소장에 따르면, 현재 심사평가연구소의 기초연구 비율은 10% 안팎이다. 보건당국의 정책을 뒷받침하는 연구가 70%, 새로운 연구는 20%의 비율이다. 10%에 불과한 기초연구의 비율을 장기적으로 올리겠다는 게 이진용 연구소장의 포부다. 

그는 “심사평가연구소 연구의 포트폴리오가 좋지 않다는 얘기”라며 “남은 임기 동안 기초연구와 남들이 해보지 않은 연구 비중을 각각 20%와 30%로 늘리겠다. 정책 지원 비율은 50%가 바람직하다. 그렇다고, 원래 하던 일을 안 하고 기초연구만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진용 연구소장이 답변을 마친 순간, ‘기초연구’와 ‘새로운 연구’의 구체적인 방향을 묻는 ‘출입기자협의회’의 질문이 나왔다. 다소 개념이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아직 구성원의 동의는 받지 못했기 때문에 경영계획서에 있는 부분을 언급하겠다”며 “우리나라의 보험제도는 단일보험자의 행위별 수가 제도가 근간이다. 심평원 자료조사 결과 행위별로 90%이상이다. 하지만 권역외상센터, 심혈관센터, 어린이병원 쪽은 적자구조를 면할 수 없다. 흉부외과도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수가를 올렸다. 당시엔 도움이 됐지만 결국 환자 숫자가 적으면 장기적으로 효과가 없었다”며 “이국종 교수가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도 마찬가지였다”고 강조했다.

이진용 연구소장은 “볼륨이 없으면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만약 제게 자율적인 소장의 권한이 주어지면 권역외상센터 등 적자를 면치 못하는 병원 쪽에 다른 수가제도를 적용해보는 사업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진용 연구 소장이 주목한 또 다른 키워드는 RWD(Real World Data, 실제임상자료)다. 심평원은 최근 RWD(실제임상자료) 수집을 통한 등재의약품 사후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 중이다. 실제 RWD에 기초한 RWE(Real World Evidence, 실제임상근거)에 따라 의약품의 효과와 안전성을 분석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진용 연구 소장은 “소장 취임을 하고 보니, RWE는 의미가 있었다”며 “차세대 먹거리이자 방향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일반적으로 신약이 건강보험에 한번 등재되면 약가 조정 기회가 사라진다. 건보 등재 시점 당시 실험 자료와, 시판 후 환자 자료를 비교해 약효를 살펴보는 것은 당연한 논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심평원스럽다’는 말을 듣는 것”이라며 “제약사들은 등재 당시 약가에 비해 2~3년 후 RWD를 토대로 약가를 깎겠다는 의미로 해석하곤 한다. 하지만 그렇게 접근할 수는 없다. 원래 임상 보다 효과가 더욱 좋으면 약가를 더 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기존의 전통적인 중재적 임상시험(interventional clinical trial), 무작위대조연구(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 기반 자료와 실제 진료현장, 즉 임상자료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고가 의약품이 지니는 가치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이진용 소장은 “예를 들어 FDA가 허가한 약 중에 1억짜리인 약이 있다”며 “그 약의 임상시험에 기반한 자료, 즉 RCT는 100명에서 1000명 정도가 참여한 자료다. 1억 짜리가 1000만원으로 등재된 이후 사용량이 늘어 3년이 지나면 실제 효과는 반밖에 없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경우, 제약사들에게 ‘약가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 서구식 생각이고 RWE가 나온 이유라는 것. 

이진용 소장은 “제약사들은 약가 인하를 걱정하지만 효과가 없으면 약가를 내리는 게 맞고 효과가 더 좋으면 올려야 한다, 그것이 공익적인 접근”이라며 “제약사들이 반발할 수 있지만 우리는 기초 데이터를 모으려고 연구 용역 중이다”고 밝혔다.

이진용 연구소장에 따르면 영국의 국가보건임상연구원(NICE)은 1000만원에 달하는 A약이 100만원으로 보험 등재가 된다면 약가 협상 조건으로 ‘RWE를 기초로 3년 뒤 완치율을 중립적인 기관에 의뢰해서 재조정할 수 있다’는 식으로 약가 재조정을 할 수 있다. 

그는 “제약사는 3년 뒤 약가를 깍을 가능성 있으니 제약사들이 100원 말고 115원으로 제안할 수 있다”며 “그런 방식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번도 해보지 않은 시도이기 때문에 연구를 통해 기본자료를 축적하는 게 최대 목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심평원은 ‘의약품 급여관리를 위한 실제임상근거(RWE) 플랫폼 마련 후향적 연구’(2019년 5월~2020년 7월)를 진행했다. 지난 9월에는 '의약품 성과 모니터링을 위한 질환 단위 전향적 실제임상자료(RWD) 수집 조사-1단계 제안요청서'를 공고했다. 심사평가연구소를 중심으로 실제임상근거(RWD)를 활용해 의약품의 효과성과 안전성을 확인 중이다.

이진용 연구 소장은 “RWE 관련 후향적 연구 데이터는 과거로 돌아가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바이어스(bias), 즉 편견이나 오류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12월경에 교수들이 특정 약과 관련해 환자들을 모아 3년 동안 지켜볼 예정이다. 기본 자료를 누적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실제 제도 안착에 5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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