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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오블리주’ 유일한 박사의 ‘기업가 정신’을 묻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유일한 박사의 ‘기업가 정신’을 묻다
  • 최선재 기자
  • 승인 2020.09.2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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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학회 등 4개학회 온라인 세미나 열어 ‘열띤 토론’
소유와 경영 분리, 정실주의 배제 등 사회적 가치 창출 정신 탐구
가정부, 정원사에게 주식 배분....독립운동 일화까지 ‘눈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배종태 카이스트 교수, 한상만 성균관대 교수, 이영면 한국경영학회 회장 등 참석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배종태 카이스트 교수, 한상만 성균관대 교수, 이영면 한국경영학회 회장 등 참석자

유일한 박사는 ‘유한양행의 창업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상으로 추앙을 받는 인물이다. 최근 유일한 박사의 ‘기업가 정신’과 ‘사회적 가치’를 조명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 기업사에서 모범적 사례로 꼽히는 유일한 박사의 국익 사상과 합리적 실용주의를 향한 열띤 세미나 현장을 소개한다. 

25일 오후 2시 한국경영학회 등 국내 4개 학회가 연세대학교 ‘유일한의 기업가정신과 사회적 가치 창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 진행 (youtu.be/88E0fpu6sdA)으로 진행됐다.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이 주관했고 미시간대학교 한국 총동문회 유일한 기념사업회가 후원했다. 미시간대학교는 유일한 박사의 모교다. 

이번 행사의 진행은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김성문 교수가 맡았다. 행사에 앞서 ‘성장과 훈련’, ‘청춘과 열정’ , ‘소명과 창업’ 등을 주제로 만들어진 유일한 박사의 일대기 영상이 소개됐다. 이영면 한국경영학회장, 정구현 연세대 명예교수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세미나가 시작됐다. 

이영면 한국경영학회장은 “코로나19 어려움 속에서도 세미나 개최할 수 있어서 다행스럽고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구현 연세대 명예교수는 “유일한 박사가 없었다면 유한양행도 없었을 것”이라며 “유일한 박사의 기업가 정신이 어디서 온 것인지에 대한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일한 박사의 기업가 정신, 독립운동 영향 받았다

첫 번째 세션의 연사로 나선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이춘우 교수는 “유일한 박사는 국가, 교육, 기업, 가정의 순서로 우선순위를 정했다”며 “특히 나라 사랑을 위해서는 목숨을 바칠 것을 서약했다. 평범한 기업인으로서 생각할 수 없는 비장함도 느껴지는 대목이다”고 밝혔다. 유일한 박사의 기업가 정신 최우선순위가 국가였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유일한 박사가 암울한 시기이자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것이 영향을 주었다”며 “유일한 박사는 10~25세의 혈기왕성한 시기에 나라를 잃는 충격적인 상황을 경험했다. 3.1운동을 눈앞에서 보면서 독립된 국가의 모습을 꿈꿨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유일한 박사는 미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던 시절부터 조국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한인소년병학교에 자원 입대했다. 1919년 24살의 대학생 시절,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개최된 역사적인 한인자유대회에서 한인대표로 결의문을 작성하고 낭독한 주인공 역시 유일한 박사였다. 

이춘우 교수는 “유일한 박사가 꿈꿨던 나라는 ‘무역이 자유롭고 상공업이 발달한 언론출판이 자유로운 민주주의 국가'였다”며 “필라델피아에서 선언한 내용이다. 유일한 박사의 국가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서는 민중교육과 건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학교를 설립하고 제약산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라며 “상공업 중심의 미래 국가관은 유한공고 설립에 영향을 미쳤다. 다가올 미래에 부강할 수 있는 나라는 농업국가가 아니라 상공업국가라는 명확한 비전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기업경영을 하면서 정실주의를 배제한 점도 유일한 박사의 기업가 정신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춘우 교수는 “유일한 박사는 정실주의를 배제하려고 노력했다”며 “아들이 경영에 참여했지만 결국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겼다. 국가, 교육 다음으로 가족을 우선시했던 가치관에 따른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유일한 박사는 사업가 아닌 ’기업가‘

카이스트(KAIST) 배종대 교수는 “기업가하고 사업가의 차이는 엄격하게 구분된다”며 “사업가는 위험을 감수하고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미 만들어진 시장에서 본인의 이익을 창출하는 사람이다. 기업가는 새로운 조직에서 혁신을 통해 창업하고 인프라를 만드는 사람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일한 박사는 기업가다“며 ”기업가는 문제를 파악하고 그것에 대해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내는 사람인데 유일한 박사는 유한양행이라는 제약사를 만들어 보건 등 우리나라의 당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유일한 박사는 일제치하에서 “건강한 국민만이 주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제약산업을 일으켰다. 유일한 박사는 결핵약에 이어 1933년 의사 출신인 부인 호미리 여사의 도움으로 국산자체 개발 의약품 1호 ‘안티푸라민(소염진통제)’을 개발했다. “가장 좋은 제품으로 국가와 동포에게 도움을 주자”는 믿음에 기초한 경영철학의 힘이었다.

1968년 유한양행 모범 납세업체 선정

두 번째 세션의 주제는 “유일한의 사회적 가치창출”이었다. 세 번째 연사로 나선 이호영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유일한 박사의 기업가 정신’ 중 ‘도덕적 가치’와 ‘인간적 가치’에 주목했다. 그는 “유일한 박사는 ‘자신에게 불리한 일이 있어도 원칙을 지킨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었다”며 “탈세가 일상이던 시대에 정직한 납세를 했다. 1968년 유한양행이 모범 납세업체에 선정됐을 정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일한 박사는 주말에 회사 차를 개인용으로 사용하지 않고, 회사의 연필 한자루도 개인용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며 “1930년 중반 마약성분(각성제)을 드링크류에 조금 넣어 마셨을 때 원기회복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약품이 많았는데 유 박사는 국민을 속이고 건강을 해치는 제품이라며 출시할 수 없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유승흠 연세대 명예 교수
유승흠 연세대 명예 교수

‘인간적 가치’와 관련해서는 “유일한 박사는 만남과 인연 중시하고 좋은 인연 을 지켜온 분”이라며 “특히 유언을 통해 자신의 딸 유재라에게 유한공고 땅 5천평을 맡기면서 ‘학생들이 마음대로 드나들게 하라’고 하셨다. 가정부, 정원사, 운전사에게 주식 1천주를 나눠준 것도 이분들을 챙기기 위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일한 박사는 “기업의 주인은 사회다”라는 신념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혼신을 다했다. 이호영 교수는 “최초로 종업원 지주제를 실시했다”며 “1936년 개인회사를 주식회사로 바꾸고 주식을 사원들에게 나눠졌다”며 “1939년에는 창업주가 지닌 주식의 52%를 유한양행 회사원에게 무상으로 배부했다”고 전했다.

기업공개와 관련된 유명한 일화도 있다. 이춘우 교수는 “1962년 제약업계 최초 기업공개를 했을 당시 유일한 박사는 ‘기업의 사회환원은 주주배당 주식의 공개, 이것이 국민들이 기업을 소유하는 방법이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업공개 시 주당 600원을 받을 수 있었는데 주당 100원에 공모를 시작했다”며 “총무직원이 ‘왜 그러느냐’고 했더니 유일한 박사는 ‘나는 돈을 벌려는 게 아니라 기업이 국민의 것이기 때문에 이를 나누기 위한 목적으로 기업 공개를 했다’고 밝혔다. 기업이 사회의 것이라는 신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고 덧붙였다. 

‘자본주의 정신’이 곧 유일한 정신의 뿌리 

마지막 연사로 나선 한상만 성균관대 교수가 강조한 대목은 유일한 박사의 ‘자본주의 정신’이었다. 그는 “유일한 박사의 기업가 정신은 한마디로 자본주의 정신이다”며 “자본주의 정신에 기초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 자본주의 정신은 기업은 이윤추구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창출된 이윤을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가의 소유를 부정하거나 모든 기업가에게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라는게 아니라 자본주의 정신을 뿌리에 두고 있으라는 의미”라며 “기업은 공기, 즉 공적인 도구라는 생각과 정신이다. 우리 기업가들이 유일한 정신을 깨달아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종합토론을 주재한 유승흠 연세대 명예교수는 “오늘 좋은 발표를 들어 흐뭇하다”며 “유일한 박사의 기업가 정신은 할아버지의 DNA로부터 출발했다. 유일한 박사의 아버지 유기연 선생은 경상북도 예천에서 보따리를 챙겨 기독교 문화가 퍼진 평양으로 갔다. 그곳에서 세례를 받고 상투를 직접 자를 정도로 열린 사고를 지녔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녀들을 아들, 딸 구분없이 평등하게 교육하고 9살 시절 유일한 박사를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기로 결정한 분도 유기연 선생이었다”며 “그분은 나중에 공부해서 ‘조선의 민중을 챙기라’며 아들을 철저하게 교육했다. 그런 DNA가 있었기 때문에 유일한 박사의 기업가 정신이 가능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승흠 교수는 유일한 박사의 조카로 유일한 박사의 전기 ‘유일한 정신의 행로’(유일한 연구원)를 써낸 인물이다. 현재 (재)한국의료지원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치료비가 없어 고통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의 아픈 이웃들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날 온라인 세미나 참석자는 100여명에 달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한 시청자는 “유일한 박사님의 기업가 정신에 대해 여러 교수님의 견해와 발표를 듣는 시간을 가지게 되어 감사 드린다”고 밝혔다. 다른 시청자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존경받는 유일한 박사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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