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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안액 약가 인하 ‘집행정지의 비극’, 법원 인용하면 ‘장땡’?
점안액 약가 인하 ‘집행정지의 비극’, 법원 인용하면 ‘장땡’?
  • 최선재 기자
  • 승인 2020.09.2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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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꼼수 뻔한데...'공익' 무시하는 재판부
법조계 “수백억 건보재정 낭비, 환자들 손해 가중”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 게티이미지

1회용(일회용) 점안제 약가인하 소송이 종착역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집행정지를 인용해온 법원을 향해 약사사회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사법부의 안일한 결정으로 집행정지 기간 동안 제약사들이 상당한 이익을 취한 반면 환자들은 높은 약가를 주고 일회용 점안제를 구매해왔다는 지적이다. 법조계에서도 재판부가 제약사들이 취하는 사익보다는 공익 부분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에 건보재정이 낭비됐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이른바 ‘집행정지’의 비극이다.

3일 대법원은 한림제약, 신신제약, 대우제약 등 8개사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약제 급여 상한금액 인하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최종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렸다. 7개사의 일회용 점안제 33품목은 5일부터 2018년 12월 21일 고시한 약제급여목록 및 급여상한금액표(고시 제2018-278호)에 따라 상한금액이 인하됐다.

문제는 법원이 소송 과정에서 점안제 약가 인하 고시에 대한 집행정지를 수차례 인용해왔다는 점이다.

집행정지는 취소소송이 제기된 경우 행정처분이나 그 집행을 정지하게 하여 판결이 있을 때까지 그 처분이 없었던 것과 같은 상태를 유지토록 하는 법원의 결정이다. 2018년 12월 21일 복지부가 제약사 제품의 상한금액을 최대 50%이상 인하하는 고시를 공고했을 당시 앞서 8개 사가 처분 취소 소송과 동시에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한 까닭이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제약사들은 1심과 2심 법원은 물론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패소했지만 재판부는 그 사이 33개 품목의 집행정지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지속적으로 인용해왔다. 그 결과, 점안제 33개 품목에 대한 약가는 약 1년 6개월간 유지됐다.

대법원 판결 직후 점안제 약가는 다시 인하됐지만 약사사회에서는 그동안 집행정지를 인용해온 사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약)의 이동근 팀장은 “2015년경 식약처가 일회용 점안액을 다회 사용할 수 없다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며 “그 이후 리캡(Re-Cap) 용기 점안제의 용량이 문제가 됐다. 보통 리캡에 0.8~0.9ml 용량이 들어있는데 들고 다니면서 여러 번 쓰는 것을 금지했다. 세균 오염 우려 탓이었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회용 용량으로 0.2~3ml은 충분하다”며 “그런데 리캡 용량은 0.8~0.9ml으로 치료 이익은 똑같은데 일회용에 비해 가격이 3배 차이가 났다. 그런데도 제약사들은 약가를 많이 받기 위해 불필요하게 고용량을 유지해왔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복지부가 약가 인하 처분을 내렸지만 집행 정지가 되면서 약가는 떨어지지 않았다. 법원이 집행정지에 신중을 기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2015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다회 사용이 가능한 리캡 용기 점안제에 대해 “개봉한 후 1회만 즉시 사용하고 남은 액과 용기는 바로 버려야 한다"는 용법 용량 및 사용상 주의사항을 마련했다. 일회용 무보존제 점안제는 용기를 개봉하기 전에는 무균 상태를 유지하지만 개봉 후 무균 상태가 유지되지 않는다는 재평가 결과에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제약사들은 수익을 보존하기 위해 고용량 리캡 용기 점안제를 그대로 출시했다. 3년 뒤 2018년 12월 복지부가 약가를 동일하게 낮춰 대용량 위주의 점안제 출시 행태를 막기 위해 일괄적인 약가 인하 고시를 단행한 까닭이다.

하지만 집행정지가 비극을 낳았다.

법조계에서는 사법부의 안일한 태도를 꼬집는 목소리가 들린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행정소송법 23조의 집행정지 요건 중 하나는 ‘회복할 수 없는 손해’다”며 “예를 들어 행정청의 처분이 위법한 경우 그 처분으로 인한 영업정지 기간 동안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예상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대법원은 이 손해를 ‘금전적 보상이 불가능한’로 해석해왔다”며 “약가 인하 처분으로 인한 제약사의 손해는 판매 금액 대비 인하된 금액으로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회복할 수 있는 손해일 수 있다. 제약사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해도, 약가 소송에 있어서만큼은 재판부가 집행정지를 손쉽게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법원(2010무48, 2003무2)은 그동안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전으로 보상할 수 없는 손해로서 이는 금전보상이 불능인 경우” 또는 “금전보상으로 사회 관념상 행정처분을 받은 당사자가 참고 견딜 수 없거나 또는 참고 견디기가 현저히 곤란한 경우의 유형, 무형의 손해를 말한다”고 해석해왔다.

약사사회에서는 집행정지 결정 과정에서 환자나 국민들이 이익이 ‘배제’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동근 팀장은 “사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제약사가 본래 가격을 절감해서 판매를 했어야 할 의약품이 높은 가격에 계속 팔렸다“며 “환자들이 피해를 봤고 건보재정 지출 때문에 소송당사자가 아닌 일반 국민들은 재정건전성의 혜택도 누릴 수 없게 됐다. 사법부가 국민과 환자에 대한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집행정지를 수차례 인용해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법조계에서는 사법부가 집행정지의 또 다른 요건인 '건강보험 재정 절감'이라는 공공의 이익을 협소하게 해석하고 있다고 주장도 들린다.

다른 변호사는 “행정소송법 23조 3항은 ‘집행정지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에는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나온다”며 “하지만 법원이 제약사 사익보다 국민들이 처분으로 얻을 수 있는 공익을 판단할 때 환자들의 높은 약가 부담, 막대한 건보재정 지출 등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오염 우려가 높은 점안액 사용으로 인한 국민 건강 침해에 대한 고려도 누락됐다. 공익을 너무 좁게 해석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18년 복지부의 점안액 약가 인하 고시 당시, 국제약품 등 제약사 20개 사도 동일한 취지의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가 집행정지 신청을 수차례 인용한 결과 이들 제품의 약가는 여전히 그대로다. 향후 대법원의 판단을 남겨두고 있지만 앞서 8개사의 운명이 ‘심리불속행’으로 결정된 점을 고려한다면 제약사들의 승소는 더욱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의 변호사는 “심리불속행은 대법원이 원심을 볼 필요도 없이 명백하다는 뜻”이라며 “사실관계가 완전히 뒤집히지 않는 이상, 남은 20개사의 승소도 어려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집행정지 기간 동안 발생한 건강보험재정 지출 규모는 더욱 어마어마한 수준이 될 것이다. 약가 고시에 대한 집행정지는 국민 건강에 막강한 영향을 미친다. 법원의 잦은 집행정지 인용 행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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