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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회사 네슬레, ‘황금알’을 품었다
커피회사 네슬레, ‘황금알’을 품었다
  • 최선재 기자 · 오현경 기자
  • 승인 2020.09.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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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알레르기 치료제 ‘선두주자’ 에이뮨 전격 인수 '숨은일인치'
시장 규모 1700배 성장 예측
전문가 “아나필락시스 쇼크 잡을 수 있는 신약”
사진. 네슬레 CI

151년 전통의 글로벌 커피 기업이 거액의 현금을 주고 제약사를 전격 인수했다. 계약의 주인공은 바로 네슬레와 에이뮨 테라퓨틱스다. 에이뮨사는 세계최초로 땅콩 알레르기 치료제인 ‘팔포지아’를 개발한 제약사다. 세간의 시선이 팔포지아를 향하고 있는 까닭이다.

의료계에서는 팔포지아가 땅콩의 역치를 상승시켜 아나필락시스 쇼크의 위험성을 낮춘다는 측면에서 ‘획기적인 신약’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네슬레가 이번 계약을 통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손에 넣었다는 뜻이다.

네슬레는 스위스의 세계적인 식품업체다. 1886년에 설립한 네슬레는 유아식품과 연유 판매 회사로 시작해 식품 제조기업으로 발전했다. 154년 전통을 지녔고 스위스 상장사 중 시가총액 1위의 대기업이 네슬레다. 지난해 매출만 126억 900만 스위스프랑(약 152조원)이다.

인스턴트 커피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회사가 네슬레다. 네슬레의 주력 상품이 인스턴트 커피인 이유다. 전세계인의 인기 브랜드인 ‘네스카페’도 네슬레의 작품이다. 심지어 네슬레는 ‘커피계의 애플’로 불리는 ‘불루 보틀’을 인수하고 스타벅스 판권마저 매입했다.

그런데, 네슬레가 최근 생명공학 제약사인 에이뮨 쎄러퓨틱스를 약 26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약 26억 달러(3조 900억)의 달하는 현금을 지급하는 파격적인 조건이다.

제약업계에서는 “네슬레가 무엇이 아쉬워서, 제약사를 인수했을까”라는 의문 섞인 목소리가 파다했다. 네슬레의 과감한 투자 결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땅콩 알레르기의 정체를 파악해야 한다.

땅콩 알레르기는 아나필락시스 증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한 질환이다. 아나필락시스는 급격히 진행하는 전신적인 알레르기 반응이다.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땅콩의 극소량만으로 순식간에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특히 소아 청소년 중 식품 알레르기를 가진 비율은 100명 중 5-6명으로 매우 흔하다”며 “만 2세 미만의 어린 소아에서는 우유와 계란 알레르기가 많지만, 초중고 학생들 사이에서는 땅콩 알레르기가 가장 많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아들이 땅콩을 먹고 아나필락시스 증상으로 응급실을 방문하는 일이 많다”며 “다른 식품 알레르기에 비해 땅콩 알레르기는 아나필락시스 증상이 심하고 더욱 자주 발생한다. 상당히 중요하고 심각하게 여겨야 하는 질환이 땅콩 알레르기인 이유다”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땅콩 알레르기가 심한 환자는 땅콩이 눈에 보이거나 땅콩 가루만 날려도 호흡장애, 혈압강하, 실신 등 아나필락시스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환자들이 극소량의 땅콩을 언제, 어디에서 섭취할지 모르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심각한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앞서의 전문의는 “땅콩으로 인한 아나필락시스를 겪었던 소아는 자가 주사용 에피네프린을 미리 처방받아 항시 소지하고 다녀야 할 정도다”며 “학교의 보건교사에게 알려 에피네프린을 담임선생님께 알려 보관할 필요도 있다. 아나필락시스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쇼크가 언제든지 올 수 있다”며 “땅콩 알레르기를 지닌 자녀의 부모들은 여행을 갈 때도 응급실 근처에 숙소를 잡는다. 땅콩을 의도적으로 피한다고 해도 샐러드 소스에 땅콩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 선택권까지 영향을 미치는 데다 수학여행 등 단체활동에도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질환”이라고 덧붙였다.

팔포지아(Palforzia: 땅콩 알레르기 유발항원 분말-dnfp)는 4~17세 청소년들의 일상을 무너뜨릴 수 있는 땅콩 알레르기를 치료할 수 있는 에이뮨 쎄러퓨틱스의 신약이다. 땅콩으로 제조된 분말 형태의 바이오의약품으로, 캡슐 형태로 포장됐다.

팔포지아는 지난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최초의 소아용 땅콩 알레르기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FDA는 당시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땅콩을 먹었을 시 발생할 수 있는 쇼크인 아나필락시스 쇼크를 비롯한 알레르기 반응 완화 용도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사실은 팔포지아(AR101)의 3상 연구 논문을 들여다보면 네슬레의 인수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숨은 일인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18년 뉴잉글랜드 저널에 발표된 팔포지아 임상 3상 연구에 의하면, 연구진은 100mg 이하의 땅콩 단백질에 알레르기 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대상으로 이중 맹검 위약 대조 시험을 진행했다. AR101 또는 위약을 받은 551명의 참가자 중 496명의 연령은 4~17세였다.

이들은 하루 AR-101 300mg씩 24주간 복용한 이후, 연구진이 임상 결과 치료 후 효과를 평가한 결과 환자 372명 중 250명(67.2%)이 땅콩 단백질 600mg 섭취를 견뎌냈지만 위약을 복용한 환자 124명 중에서는 5명(4.0%)뿐이었다.

AI의원 알레르기 클리닉 김인중 원장은 “알레르기 증상이 발현하는 핵심은 ‘역치’다”며 “땅콩은 역치가 낮다. 만약 한입 베어서 씹고 있는데 이상한 느낌을 받으면 오히려 그때는 늦을 수 있다. 역치가 낮기 때문에 극소량으로도 증상이 발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팔포지아는 땅콩을 먹을지 말지, 주체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연령대의 역치를 상승시켜 아나필락시스의 위험성을 낮춰준다”며 “땅콩을 자유롭게 먹기 위한 치료제가 아니라, 의도하지 않게 사소한 양의 땅콩에 노출됐을 때 발생하는 아나필락시스의 발생 확률을 낮추는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팔포지아 복용군 372명 중 250명(67.2%)이 이전에는 땅콩 단백질 100mg 또는 그 이하의 용량에서 극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나타냈지만 임상 종료 이후 땅콩 단백질 600mg 섭취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김인중 원장은 “팔포지아는 땅콩 2알(600mg)까지 역치를 올리고, 주기적으로 약을 복용하면 역치가 떨어지지 않게 하는 약이다”며 “땅콩을 인지하지 못하고 두 개를 먹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때문에 땅콩 두 알까지 역치를 상승시키면 일상이 편해진다. 완치보다는 고혈압 당뇨 치료약저럼 관리 즉 매니지먼트가 가능하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팔포지아는 땅콩을 복용하는 방법으로 땅콩 알레르기로 일어나는 증상을 완화하는 방식이다. 6개월 동안 AR-101 300mg을 매일 복용하면 역치가 점진적으로 올라간다는 점에 착안한 치료제다.

김인중 원장은 “에이뮨이 땅콩 단백질에서 알러지성으로 발현되는 증상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기술로 신약을 만들었을 것”이라며 “유전자 조작에 대한 기술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땅콩뿐만 아니라 우유 등 다른 식품에 응용할 수 있어 미래 가치도 상당하다. 네슬레가 투자 결정을 내릴 때 이런 점을 고려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땅콩 알레르기 시장의 잠재력도 무궁무진하다. GlobalData는 2018년 미국, 5EU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캐나다 및 호주를 포함한 8개국에서 땅콩 알레르기 치료제 시장이 2017 년부터 2027년까지 170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증권가에서 네슬레가 이번 인수 계약을 통해 ‘황금알’을 품었다는 평가가 들리고 있는 배경이다.

김인중 원장은 “네슬레 입장에서는 팔포지아가 역치를 올려주는 점도 중요하게 생각했을 것”이라며 “더구나 팔포지아를 매일 복용해야 하는 점에서도 투자 가치가 있는 약이다. 기업의 측면에서 보면, 일정 금액을 내고 제품이나 상품의 서비스를 받는 ‘구독경제’가 가능하다. 그만큼 잠재적인 가치가 높다”고 밝혔다.

이어 “식품 알레르기는 치료법이 사실상 없다. 전세계 알레르기 유병률을 보통 2%~5%다”며 “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에이뮨이 지닌 기술로 모든 음식, 식품 알레르기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순차적으로 개발된다면, 구독경제의 효과가 더욱 발휘될 것이다. 팔포지아의 잠재력이 굉장하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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