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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악마들은 언제든지 출몰할 수 있다
[기자수첩]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악마들은 언제든지 출몰할 수 있다
  • 최선재 기자
  • 승인 2020.08.26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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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치료센터 등 의료전달체계 효율화 없이 ‘봉쇄정책’ 유명무실
사진=정책팀 최선재기자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조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 돌입하면 필수적인 사회‧경제 활동 외 모든 활동을 금지된다. 10인 이상 모이는 행사와 다중이용시설의 야간 운영도 중단된다. 그 외 시설도 오후 9시 이후 운영이 금지된다.

각종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국민 여론은 우호적이다. 국민 과반수 이상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조치 실행에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학계도 다르지 않다. 대한감염학회 등 10개 유관학회는 최근 2단계 조치로는 코로나19 대유행을 방어하는데 역부족이란 이유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들이 있다. 앞으로 감염자가 폭증할 때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조치를 진행하고, 감염자가 줄어들면 단계를 완화할 것인가. 나사를 조였다가, 푸는  방식으로 코로나19 방역에 완전히 성공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런 질문에 선뜻 대답할 수 없다. 찜찜함이 남아있다는 얘기다. 최악의 경제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업자가 속출하고 자영업자들이 도산하고 산업이 붕괴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보다 생활고로 인한 자살이 급증할 수도 있다. 유럽과 미국 등 각국 정부가 봉쇄조치를 취하는데 고심을 거듭하는 배경이다.

단순히 ‘경제위기론’만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조치를 취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감염병 전문가들이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코로나19의 종식이 불가능하다는데 동의하는 상황이다. 해외유입 확진자들이 국내로 들어오고 깜깜이 환자들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는 코로나19의 산발적 감염은 영원히 지속될 수밖에 없다. 

사랑제일교회, 신천지 등 비특이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에서 폭발적인 감염자 급증 사태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단순히 감염자가 많이 나오니 일단 ‘불부터 끄자’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계획이다. 정부는 교회 집단감염이 일어나면 교회를 막고, 극장에 퍼지면 극장을 폐쇄했다. 클럽은 클럽대로, 물류센터는 물류센터대로 방역조치를 강화해왔다.

대중교통 등 마스크 착용 의무화도 코로나19 초기 시행하지 않고 뒤늦게 나온 조치다.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얼마든지 행정명령을 통해 강력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할 수 있었지만 이제야 나왔다. 장기적 계획 없는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해왔다는 뜻이다. 

음압병상과 중환자 병상 부족 사태도 다르지 않다. 서울 경기도 등 수도권 거주자들은 병실 부족 사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국민들은 대구 지역의 병실 부족으로 입원 대기 환자가 사망하는 처참한 상황을 직접 목격해왔다. 정부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고 병실 부족을 방치한 결과 수도권에서도 같은 비극이 반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장기적인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까. 

전문가들은 의료전달 체계의 효율화가 ‘급선무’라고 입을 모았다. 수도권 병상 부족은 코로나19 확진 환자와 음압병실-중환자실 사이에 ‘버퍼링 시스템’이 약하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이다.

버퍼링은 동영상 파일을 구현하는 중 네트워크의 상황에 따라 동영상이 끊어지는 현상이 발생할 때, 일시적으로 데이터를 기억해 내어 다음 데이터와 원활하게 연결시켜 주는 개념이다. 감염병 방역에서 버퍼링 시스템이 없으면 환자와 병실 사이에 연결선이 끊기면서 사망자가 속출한다.

정부는 생활치료센터가 버퍼링 기능을 온전히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적극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의 생활치료센터는 경증환자들의 격리하고 증상을 모니터링하는 수준에만 머무르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오래 전부터 경증 환자들의 폐렴 증상이 심각해질 경우를 대비해 산소 공급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온 배경이다. 생활치료센터를 산소 공급이 가능한 ‘간이병원’으로 만들자는 주장이다.

실제로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코로나19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는 지난 3월경 “코로나19로 인한 폐렴은 그간 본 폐렴과 매우 다른,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며 “그 중 하나가 환자는 폐렴이 있는데도 별로 심하게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의료진이 폐 사진을 보면 하얗게 변해서 깜짝 놀라는데 환자는 별 증상이 없다. 그런데 콧줄로 산소를 공급하고 안정시키면 회복이 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환자들에 대한 산소공급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뜻이다. 산소공급장치를 갖춘 생활치료센터 도입을 통해 경증환자들의 증상 악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 도입된 생활치료센터는 전혀 치료가 되지 않는 시설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산소치료가 가능하다면 환자들의 회복도 빨라지고, 중증으로의 진행도 줄어들 수 있다. 중환자실로 옮겨가는 비율은 자연스레 줄어든다.

야전병원이 아무 치료를 하지 않는다면 조금만 나빠져도 거점병원 음압병실로 옮겨야 되기 때문에 제한된 병실수를 가지고 있는 거점병원의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생활치료센터를 중심으로 의료전달체계 시스템의 효율화를 모색한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조치를 검토해도 늦지 않다는 얘기다. 동시에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기본적인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도록 정부가 처벌을 강화한다면, 사회적 거리두기 1.2단계 수준에서 일상과 경제활동을 유지하면서 장기전에 대비할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조치 상황에서도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악마들은 언제든 출몰할 수 있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데 주저하고 섣부른 봉쇄 정책만 추구한다면 국민들이 쌓아올린 공든 탑을 악마들이 쓰러트리는 일들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장기전이다. 악마들을 향한 한풀이식 분노보다 중요한 것은 꼼꼼하고 장기적인 계획이다.

(해당 기자수첩은 강윤희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의 조언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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