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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정치계 덮친 제2의 프로포폴 ‘에토미데이트’
연예계·정치계 덮친 제2의 프로포폴 ‘에토미데이트’
  • 신용수 기자
  • 승인 2020.07.30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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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정 지정된 프로포폴보다 구하기 쉬워 대체재로 급부상
프로포폴보다 환각·호흡곤란 위험성 낮지만, 구역·구토·경련 등 부작용 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걸그룹 출신 A씨가 전신마취 유도제 에토미데이트를 몰래 구하려다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이 27일 알려졌다. 프로포폴처럼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되지 않아 구하기 쉽다는 빈틈을 파고든 것. 의료계는 프로포폴보다 환각이나 호흡곤란에 대한 위험성은 낮지만, 구역·구토·경련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고 정신적 의존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27일 SBS는 아이돌 출신 연예인 A씨가 에토미데이트를 구매하려다 덜미가 잡혀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지난달 말 A씨는 마약 사건 관련 참고인으로 소환했다. 대마초와 에토미데이트를 처방 없이 판매하는 불법 판매상을 수사하던 중 A씨가 에토미데이트를 구매하려고 했다는 정황을 파악한 것이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마약은 사거나 사용한 적은 없고 에토미데이트 구매를 알아보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소속사 측은 “치료 목적으로 에토미데이트를 처방받아 투여한 적은 있지만, 불법 구매한 적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에토미데이트가 문제가 된 것은 비단 이번 일뿐만이 아니다. 이미 연예계와 정치계를 한 차례씩 휩쓸었다.

가수 휘성은 3월 31일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건물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는데, 당시 현장에서 에토미데이트 약병과 주사기가 함께 나왔다. 이후 휘성은 4월 2일에도 광진구의 한 호텔 화장실에서 전신마취 유도제 성분을 투약한 뒤 쓰러진 상태로 발견됐다.

또 에토미데이트가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국회 국정조사 과정에서 청와대 약품 구매 목록에 포함돼 논란이 있었다. 당시 청와대는 “초응급 상황에서 기관 삽관 시 근육 긴장을 풀어주는 진정제 목적으로 구매했다”고 해명했다

에토미데이트는 주사를 통해 투약하는 전신마취 유도제의 일종으로 프로포폴의 대체재로 급부상하고 있다. 2011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된 프로포폴과 달리,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되지 않아 구하기 쉽다는 점을 악용한 것. 설령 불법적으로 구매한 사실이 알려진다 해도, 현행법에 따라 판매자만 처벌될 뿐 구매자는 책임지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마취과 전문의는 “프로포폴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돼 의무적으로 금고에 보관해야 하고, 장부를 별도로 작성해야 한다. 취급하기 위해 보건소 의무교육도 이수해야 한다”며 “프로포폴에 대한 관리가 강화되면서 전신마취 유도제 중 비교적 입수하기 쉬운 에토미데이트에 대한 수요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의료계는 에토미데이트가 유행하는 사태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프로포폴보다 환각이나 호흡곤란의 위험성은 떨어지지만, 구역·구토·경련 등 부작용이 있고 오·남용할 경우 프로포폴과 마찬가지로 생명을 위협할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앞서의 전문의는 “프로포폴은 환각작용이 있다. 사실 의료진이 마취 목적으로 정상 투여할 경우 금방 의식을 잃어 환각을 느끼기 어렵지만, 적은 용량으로 장시간 투여하면 환각을 느낄 수 있다”며 “또 프로포폴 투약 후 일어나면 숙면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사실 에토미데이트는 프로포폴과는 달리 환각작용은 없지만, 불면증 환자들이 프로포폴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에토미데이트로 눈을 돌린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포폴의 경우 특히 위험한 점이 호흡곤란이다. 프로포폴로 발생한 의료사고 대부분은 호흡곤란으로 인해 발생한다”며 “에토미데이트는 프로포폴보다 호흡곤란에 대한 위험성이 현저히 낮아, 심장질환 환자를 수술하거나 출혈이 많을 때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에토미데이트는 구역·구토·근육경련·후두경련 등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 편이다. 프로포폴과 마찬가지로 의료진의 주의 깊은 관리가 필요한 약물”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에토미데이트도 프로포폴 못지않은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오인석 대한약사회 학술이사는 “에토미데이트는 프로포폴과 달리 환각작용이 없다. 하지만 프로포폴 중독 환자들이 잘못된 정보로 인해, 비슷한 수면마취 유도제인 에토미데이트에도 손을 대고 있다”며 “환각 등 신체적 의존성이 없는 만큼 당장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하기는 어렵겠지만, 제2의 프로포폴로 악용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의 전문의도 “에토미데이트는 프로포폴과 달리 신체적 의존 증상을 보이지는 않지만, 빠르게 잠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환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이는 의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프로포폴의 대체재로 악용될 가능성이 큰 만큼 향정신성의약물에 준하는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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