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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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어린이 괴질’로 불리는 ‘다기관 염증 증후군’의 의심사례가 국내에서도 나왔다. 주로 미국과 유럽에서 발생한 이 질병은 ‘가와사키병’과 유사하나, 발생 빈도와 중증도가 더 높다는 연구결과 발표도 있어 가볍게 볼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질병에 대해 현재까지 밝혀진 치료법은 없지만, 최근 연구 논문에 따르면 면역글로불린과 스테로이드 치료에서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6일, 소아·청소년 다기관 염증 증후군 감시·조사체계를 가동한 결과 2건의 의심사례가 나왔다고 밝혔다. 2건 모두 서울 지역의 의료기관에서 발생했고 10세 미만에서 1명, 10대에서 1명이 나왔다.

다만, 10세 미만의 환자는 중대본이 정한 사례정의에 부합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만 19세 이하 소아·청소년에서 38도 이상의 발열이 24시간 이상 지속하고 ▲염증에 대한 검사실 증거가 있고 ▲염증이 2개 이상 다기관 장기를 침범해 입원해야 하는 중증 상태의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어린이 괴질’ 관련 사례가 다수 보고됐다.

미국 뉴욕주에서만 약 150건의 사례가 나왔고, 이 중 4명이 숨졌다. 미국 수도인 워싱턴DC에서도 2명의 괴질 환자가 발생했고 코네티컷주에서도 6명의 유사 사례가 보고되는 등, 총 20개 이상의 주에서 수백 명의 괴질 환자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 괴질이 코로나19의 변종일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괴질에 걸린 어린이 중 상당수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이 그 까닭이다.

지난 13일 국제의학저널 ‘란셋(Lancet)’에 ‘가와사키와 유사한 질병: 코로나19 팬더믹에 생겨난 신종 합병증’이라는 제목의 연구 논문이 게재됐다. (doi.org/10.1016/S0140-6736(20)31129)

연구진은 이탈리아에서 올해 2월 18일부터 4월 20일 사이에 발생한 신종 합병증(emerging complication) 환자 10명(남아 7명‧여아 3명)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가와사키병의 증상과 유사한 발진, 임파선염, 결막충혈, 손발과 피부에서의 변화와 같은 증상들을 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모두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것.

총 10명의 어린이 환자 중 2명은 면봉을 이용한 코로나19 PCR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고, 나머지 8명은 혈청 검사를 통해 코로나19 항체가 형성된 것을 확인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러한 검사가 동시에 진행되지 않아 임상적 관련성이 부족할 수 있고, 특히 이들 중 1명이 받은 면역글로불린(immunoglobulin) 치료가 항체 검출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와사키병보다 발생 빈도와 중증도가 높다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었다.

먼저 발생 빈도의 경우, 연구가 진행됐던 이탈리아 베르가모 지역에서는 2015년 1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약 5년 동안 19명의 가와사키병 환자가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약 두 달 동안엔 10명의 어린이 괴질 환자가 발생했다.

이는 세 달에 한 명꼴로 발생했던 가와사키병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6일에 한 명꼴로 나온 것으로, 코로나19로 인한 발병률의 차이는 30배에 달했다. 연구진은 이 시기에 코로나19로 인한 병원 입원율이 낮았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실제 발병률은 더 높을 것으로 분석했다.

중증도에 대한 부분에서는, 어린이 환자 10명 중 쇼크를 동반하는 비율이 높았다. 또한 전체의 절반에 해당하는 5명에서 수액 요법(fluid resuscitation)이 필요한 저혈압 증상이 있었고, 10명 중 2명은 심근 수축에 대한 치료가 필요했다(inotropic support).

이에 대한 명확한 치료법은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면역글로불린과 스테로이드 제제가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최근 발표됐다.

미국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의 과학 저널 ‘순환(circulation)’에 지난 17일 ‘코로나19 관련 소아의 다발성염증증후군(MIS-C)에서 발생한 급성 심부전’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발표됐다. (doi.org/10.1161/CIRCULATIONAHA.120.048360)

프랑스와 스위스 연구팀은 무기력증과 고열, 수막증, 심장성 쇼크, 급성 좌심실 기능 장애 등이 있는 35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치료를 진행했다. 이들의 중위 연령(median age)은 10세였고 성별은 남아 18명, 여자 17명으로 비슷했다.

[표. 치료와 경과]
[표. 치료와 경과]

35명의 어린이 환자 중에 25명은 면역글로불린 항체 치료를 받았고 12명은 정맥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았다. 심한 염증 반응이 지속된 3명은 염증 억제제인 인터루킨-1 수용체 길항제가 투여됐고 23명의 어린이에겐 항응고제 헤파린이 처방됐다.

면역글로불린 항체와 스테로이드로 치료한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심장 기능이 회복됐다. 사망자도 없었다.

연구진은 “환자들의 대부분이 면역글로불린 정맥 주사를 투여한 이후 며칠 이내에 회복했다”며 “면역글로불린 치료가 좌심실 수축기 기능의 회복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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