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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값에 발목 잡힌 현금흐름...수익성 부진에 제약사 ‘한숨’
외상값에 발목 잡힌 현금흐름...수익성 부진에 제약사 ‘한숨’
  • 김정일 기자
  • 승인 2020.05.0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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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제약사 44곳 연간 매출比 외상값 33%…받아야 할 외상만 '5조원' 넘어
중소 제약사, 외상값 회수 6개월...반복되는 악순환 ‘적자’ 이어져
대원·일동·동아ST·대웅·한미·종근당·광동 등 외상관리 70일내 ‘양호’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지난해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떠안은 외상값 규모가 연간 매출에서 3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외부로부터 받지 못한 돈을 회수하기까지 걸린 시간도 대략 4개월 정도 소요됐다. 특히 매출 2천억 원 미만의 중소제약사는 외상값을 받기까지 평균 6개월이 걸렸다. 돈줄이 막히니 수익성 부진까지 겹쳤다. 중소제약사 10곳 중 6곳이 지난해보다 영업이익이 급감하거나 적자였다.

최근 들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가 우려스럽다. 여기에 R&D 투자 및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제약사들의 차입금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유동성 확보에 대한 전략적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8일 팜뉴스는 주요 상장제약사 44곳의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매출채권(의약품을 판매하고 외상으로 아직 받지 못한 판매대금) 현황을 살펴봤다.

우선 이번 조사 대상 기업들의 외상매출금은 5조 2,200억 원 규모로 나타났다. 매출대비 외상값 비중은 평균 33% 수준. 외상 비중이 40% 이상인 곳도 13곳에 달했다. 제약사 10곳 중 3~4곳의 외상값 비중이 매출의 40%를 차지한 셈이다. 매출 2천억 원 미만의 중소 제약사 9곳만 보면 평균 41%로 더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외상값의 평균 회수 기간은 126일(4개월)이었는데 이는 지난 2017년과 비교할 때 14일 정도 앞당겨진 수준이다. 

제약사들이 떠안고 있는 매출채권은 긍정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그 만큼 물건이 많이 팔렸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아직도 외상으로 깔아 놓은 약이 많다는 점에서는 고민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것. 게다가 외상값 규모도 많은데 대금회수까지 늦어지면 ‘밀어 넣기’ 영업이라는 눈총을 받을 수도 있다. 특히 요즘처럼 경기가 나쁘거나 거래상대의 신용에 문제가 생길 경우 대금회수 등의 문제에 노출되는 만큼 관리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외상값이 전체 매출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곳은 셀트리온제약과 셀트리온으로, 각각 81%(매출채권 1,399억원)와 72%(8,159억원)에 달했다. 두 회사의 규모를 합하면 1조 원에 육박한다. 대금 회수기간도 두 회사가 평균 275일 이상 걸린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대해 셀트리온제약 관계자는 “회사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데다 시판품목이 회수기간이 긴 전문의약품(바이오시밀러, 케이컬)이다 보니 비중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회사의 노력과 거래처 관리를 통해 회수 기간이 꾸준히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앞으로도 주요 거래처와의 소통과 협의를 통해 채권 회수일 단축 등 매출채권 관리에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셀트리온제약은 지난해 전년보다 18% 외형 성장에 성공했고 영업이익은 4배(313%)가 늘어난 147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셀트리온제약의 외상매출금 회수기간은 2018년 320일로 소요기간이 1년에 육박했다. 하지만 지난해 회수기간을 287일로 1개월 이상을 앞당겼다. 아직도 높은 수준이지만 관리 흔적이 있는 셈.

셀트리온의 경우 해외 유통 및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재고 물량 확보측면에서 선매입에 따른 대금결제로 약 10개월 정도 밀린 수준에서 거래를 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에 대해 아시아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해외 제약사와 판매 계약을 체결해 시판하는 간접판매 방식을 취하고 있다. 회사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해외현지법인 설립을 통한 직접판매 방식을 확대하고 있다. 유럽 및 중남미에 종속법인을 설립하고 있는 것. 직판이 성공할 경우 영업이익률 제고뿐만 아니라 대금 결제 기간도 급속히 당겨질 것으로 관측된다.

셀트리온 패밀리에 이어 매출대비 외상값 비율이 높은 곳은 부광약품(63%, 1,045억원), 서울제약(63%, 327억원), 고려제약(56%, 309억원), 진양제약(50%,237억원) 명문제약(50%, 743억원). 신풍제약(48%, 914억원), 삼성제약(48%, 212억원), JW중외제약(41%, 2,105억원), 동성제약(41%, 354억원), 환인제약(41%, 649억원), 화일약품(40%, 433억원), 조아제약(38%, 254억원) 순이었다. 이들은 대체로 회수기간도 길어 셀트리온제약 287일, 신풍제약 232일, 삼성제약 223일, 서울제약 221일, 고려제약 220일, 부광약품 209일이 소요 됐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되는 점은 매출대비 외상값 비중이 높은(38% 이상, 13곳) 제약사들의 지난해 영업 성적이 대체로 부진했다는 점이다. 비중이 높은 곳 중 셀트리온제약과 서울제약을 제외하고 11곳의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줄어들거나 적자였다. 실제로 진양제약, 명문제약, 삼성제약, JW중외제약, 동성제약, 조아제약 등은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외상매출 비중이 낮았던 곳은 일동제약, 종근당, 대원제약, 동아에스티, 대웅제약, 한미약품, 삼아제약, 광동제약으로 이들은 매출에서 20%가 안 되는 비중으로 확인됐다.

한편,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된 44곳의 평균 매출채권 회전율은 3.61로 나타났다. 2018년(3.36)에 비하면 개선된 수치다. 매출채권 회전율은 외상값이 현금으로 전환되는 속도를 나타내는데 여기서 회전율이 높으면 외상값의 회수기간이 그 만큼 짧다는 의미다. 즉 수치가 클수록 회수기간이 짧아진다.

회수기간이 가장 짧은 곳은 대원제약(회전율 7.81)으로, 47일 만에 외상값을 회수하고 있었다. 대원제약은 ETC 중심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병의원에 특화된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다. 회사는 기존 의원시장을 기반으로 종합병원 부문의 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로 최근 종합병원에서의 매출비중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어 회수기간이 짧은 곳으로는 일동제약(회전율 7.57, 48일), 동아에스티(6.77, 54일), 대웅제약(6.12, 62일), 한미약품(5.95, 61일), 종근당(5.89, 62일), 광동제약(5.44, 67일), 삼일제약(4.83, 76일), 국제약품(4.83, 76일), 동국제약(4.57, 80일)순으로 조사됐다.

회수기간이 짧았던 만큼 현금흐름과 수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실제로 회수기간이 80일 이내로 짧았던 10곳 중 2곳(일동제약, 종근당)을 제외하고 8곳이 지난해 영업이익이 대폭 늘었다.

이 외에도 유나이티드제약(81일), 일양약품(84일), 휴온스(85일), 제일약품(86일), 대한약품(88일), 영진약품(89일), 우리들제약(90일), 보령제약(90일), 유한양행(92일) 등은 회수기간이 약 3개월 이내로, 외상값을 돌려받는 속도가 양호한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회수기간이 100일을 넘어선 제약사 22곳 중 15곳의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 섰거나 이익이 급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회수기간이 길었던 곳으로 신풍제약(1.57, 232일), 삼성제약(1.64, 223일), 서울제약(1.65, 221일), 고려제약(1.66, 220일), 부광약품(1.75, 209일), 진양제약(1.87, 195일), 명문제약(2, 183일), JW중외제약(2.12, 172일), 동성제약(2.27, 161일) 등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서울제약을 제외하고 모두 영업이익이 손실이거나 감소했다.

한편, 이들 기업들은 저마다 판매 전략도 다양했다. 환인제약은 100% 외상이 가능하도록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이후 1~6개월 사이에 현금과 어음으로 대금을 회수하고 있으며 이 중 현금 결제 비율은 65.4%에 달했다. 회사는 디테일 영업 강화와 비용절감, 매출채권 관리 효율화 등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하고 시장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내수판매에 대부분(96%)을 의존하고 있는 명문제약은 현금과 외상매출의 대금 결제를 병행하고 있었다. 외상 대금의 회수 방법은 최소 1개월에서 최장 6개월로 현금과 카드, 어음을 받고 있었다. 회사는 외상값을 받지 못할 혹시 모를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우량 거래처를 중심으로 영업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는 상태다.

JW중외제약은 전체 내수에서 약국과 종합병원 유통이 각각 약 33%와 61%를 차지하고 있다. 회사는 대형매출 품목에 대해 장기적으로 초대형 품목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으로 새로운 시장 창출을 모색하고 기존 품목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방안이다.

일동제약은 약국으로의 직판 매출비중이 21.6%로 높았으며 도매상을 통한 약국 및 종합병원 매출이 각각 42.9%, 15.3%를 차지했다. 의원 직판은 1.9%에 불과했다. 회사는 도소매 유통 활성화에 집중하는 한편 채널별 영업이익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내수 부진, 정부의 약가 인하 압력과 R&D 투자, 생동성시험 등 기업의 비용적인 요소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수익성 악화는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매출채권 구조를 개선해 원활한 현금흐름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내실을 기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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