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국내 진출한 다국적 제약사들 중 일부가 지난해 선을 넘은 배당으로 눈총을 받고 있다. 순이익보다 2배 가까이 배당한 곳이 있는가 하면 어떤 곳은 전년도와 비교하면 배당을 수배 이상 늘려 인출해 갔다. 배당금은 지배기업이 글로벌 본사인 만큼 해외로 유출된다. 반면, 벌어들인 것에 비해 사회공헌 척도인 기부는 인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몇몇 다국적 제약사의 이러한 배당잔치는 국내 제약사의 배당성향과 비교해도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17일 팜뉴스는 다국적 제약사 24곳이 공시한 2019년 감사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배당금을 지급한 기업들의 이익과 기부금 현황을 분석했다.

국내 진출 다국적 제약사 배당금 지출은 과거 2017년 11곳이 지급된 데 비해 지난해 7곳으로 줄어들었다. 상당수 제약사가 성장을 위한 재투자와 내실을 기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배당 규모 면에서는 2017년 682억 원에서 지난해 1,152억 원으로 큰 폭 증가했다. 일부 제약사가 ‘묻지마식’ 대규모 배당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반면, 다국적 제약사들의 기부금은 2017년 132억 원에서 작년 145억 원으로 증가폭이 미미했다. 오히려 2018년 168억 원의 기부금 지출에 비하면 감소된 측면이 있는 것. 조사대상 다국적 제약사들의 2017년 당기순이익을 합하면 1,232억 원으로 작년(당기순이익 2.095억 원) 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벌어들인 돈인 만큼 사회공헌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해 배당금이 가장 많이 지출된 곳은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로 350억 원의 배당금이 지급됐다. 이어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배당금 327억 원), 한국오츠카제약(157억 원), 한국로슈(150억 원), 바이엘코리아(130억 원), 한국얀센(38억 원) 순으로 지출됐다. 아직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젠자임코리아도 지난해 50억 원의 배당금이 의결된 바 있어 지급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동참한 곳도 있었다. 한국노바티스와 한국로슈가 지난해 각각 30억 원과 23억 원을 기부금으로 집행했다. 이 외에도 한국아스트라제네카(AZ, 22억 원), 한국얀센(14억 원), 한국화이자제약(12억 원), 한국애브비(8억 원)도 적지 않게 참여해 사회공헌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이들 중 한국노바티스, 한국아스트라제네카, 한국애브비는 지난해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아 더욱 주목받았다. 또 한국화이자제약도 단 1,200만 원을 배당으로 결정했고 14억 원을 기부한 한국얀센도 배당금으로 38억 원만을 지급했다.

배당금 현황을 기업 세부적으로 살펴봤다. 우선 지난해 3,16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350억 원 규모 배당금이 눈에 띈다. 이는 확인된 국내 진출 다국적 제약사 중 가장 많은 배당금을 지급한 것. 지배기업인 글락소 그룹(지분 95% 보유)이 대부분의 배당금을 가져갔다. 회사는 지난해 주총 시(2109.3.29.일) 배당금으로 150억 원을 결정했다. 이후 중간배당금으로 200억 원을 추가 인출 하면서 배당금 지급액이 늘어났다.

주목되는 점은 전년도(2018년) 순이익이 82억 원에 불과한 상태에서 이익의 2배인 150억 원을 결정하고서도 200억 원의 배당금을 또 지급했다는 점이다. 작년 당기순이익은 155억 원이 발생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 반면, 기부는 지난해 6억1,400만 원으로 전년도(6억4천만 원) 보다도 적어졌다. 게다가 법인세 납부도 15억 원에 불과했다.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는 영업이익이 전년도대비 68%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56% 늘어난 208억 원을 기록했다.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지분은 프랑스 사노피 측이 75%, 미국 젠자임 측이 25%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GSK와 마찬가지로 늘어난 이익만큼 중간배당을 시행한 것으로 관측된다. 애초 전기 주주총회에서 배당으로 처분된 금액은 100억 원으로 227억 원이 추가로 지급돼 총 327억 원이 지난해 지출됐다.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성향만 보면 157%에 달한다. 2018년 70억 원의 배당금보다 4배를 넘는 기록인 셈. 이 회사 역시 2년 연속 3억 원대 기부에 머물렀다. 배당은 크게 했지만, 기부는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는 까닭이다.

바이엘코리아는 2018년 110억 원의 배당금을 지급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130억 원으로 배당을 늘렸다. 2017년에도 100억 원의 배당금을 지급한 바 있어 3년 연속 100억 원이 넘는 배당금이 해외로 유출됐다.

문제는 이 회사의 작년 순이익이 83억 원이었다는 점. 2018년에도 139억 원이었던 만큼 이익이 그대로 배당으로 나간 것이다. 반면, 기부금은 배당과는 다르게 2018년 2억3,300만 원에서 작년 1억5,800만 원으로 더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오츠카제약은 지난해 157억 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2017년 73억 원에 비하면 3년 만에 2배가 넘는 배당금이 나간 것. 2018년에는 131억 원이 송금됐다. 반면, 기부금은 오히려 쪼그라들었다. 2017년 9억 원을 내놨지만 2018년에는 8억 원으로 그리고 지난해에는 6억 원대 수준으로 감소한 것. 회사의 배당금 확대 추세와는 정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기부금 집행이다.

다국적 제약사들의 이 같은 고율의 배당성향(순이익대비 배당결정액)은 국내 제약사들과 비교해도 정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대형제약사 배당 성향은 대표적으로 한미약품 11%, 광동제약 14%, 종근당 17%, 동아에스티 12% 수준으로 나타났다.

약업계 한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글로벌 그룹에 종속된 만큼 글로벌 본사와 한국법인 사이에 오가는 배당금 문제에 대해 이렇다 할 지적은 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면서도 “하지만 정도를 벗어난 무리한 배당 송금은 사회적으로 오해와 논란의 소지가 있다. 특히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벌어들이는 소득이라는 점에서 배당은 늘어나는 반면, 사회 공헌도는 낮아진다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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