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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허가 잘 난다는 韓, 환자 치료 접근성은 왜 떨어지나
신약 허가 잘 난다는 韓, 환자 치료 접근성은 왜 떨어지나
  • 김응민 기자
  • 승인 2020.03.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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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신약 등재율=치료 접근성 공식 ‘현미경 분석’
전문가, “등재율과 등재 기간만으론 평가에 한계 있어”

정부는 그간 시행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라 신약 중에서도 중증 및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환자의 치료 접근성이 올라갔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단순히 신약의 등재율과 등재 기간만으론 환자의 접근성을 판단하기엔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허가되는 신약 중에 항암제와 희귀의약품의 비중이 가파르게 상승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지난해 4월에 발표한 ‘기술 변화에 따른 의약품의 미래 전망과 중장기 보건정책 및 거버넌스 연구’에 따르면, 항암제의 건강보험 등재율은 2019년 4월까지 70.2%로, 전체 신약(67.4%)에 비해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2014년 이후에는 신약의 등재율이 전반적으로 크게 개선됐고 그중에서도 항암제의 경우, 등재율은 올라가고 등재 기간은 줄어들었다.

지난 2018년 한국보건행정학회 후기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국내 신약 등재를 통해 살펴본 HTA 현황 및 과제’에서 전체 신약 등재율은 77.9%에서 93.7%로 상승했다. 항암제 역시 기존 77.1%에서 91.7%로 크게 올랐다. 다만 희귀질환 치료제는 71.1%에서 71.4%로 상승 폭이 미미했다.

 

도표-1. 2014년 이후 국내 신약 등재율 [출처: 국내 신약 등재를 통해 살펴본 HTA 현황 및 과제]

전문가 역시 신약에 대한 환자의 치료 접근성이 올라갔다는 사실에는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지표에는 ‘맹점’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법무법인 광장의 약가 전문가인 김성주 전문위원은 “등재율이 높아졌다고 해서 과연 환자의 신약 접근성이 올라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지는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신약의 등재는 매우 잘 이뤄지고 있다. 특히 중증질환이나 항암제는 최근 들어 거의 100%에 가까운 등재율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제는 사용범위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약가 수준을 떠나 일단 의약품의 등재는 별문제 없이 진행된다. 하지만 실제 혜택을 받는 환자의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소수의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적용될 뿐, 약제의 적응증에 대한 사용범위 확대는 소극적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항암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면역항암제의 경우, 기존 치료제 대비 높은 효과성을 보여주며 다양한 암종에서 적응증을 확대하고 있지만, 급여기준의 확대는 정체돼 있다.

MSD의 대표적인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는 지난 2014년 흑색종으로 미FDA의 승인을 받은 이후 ▲2015년 비소세포폐암 ▲2016년 두경부암 및 전이암 ▲2017년 호지킨 림프종 ▲2018년 전이성 메켈세포암 등에서 추가 승인을 받았다.

BMS의 ‘옵디보’ 역시 2014년 흑색종을 시작으로 ▲2015년 폐암‧전이성 신장암 ▲2016년 두경부암 ▲2018년 소세포폐암 등을 대상으로 미FDA의 승인을 받아 계속해서 적응증을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면역항암제의 반응률에 따른 급여기준을 제시하며 추가 적응증에 대한 급여확대를 억제하고 있다.

지난 2018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중증질환심의위원회는 MSD에게 키트루다의 급여 확대에 대한 급여기준 변경을 요구했다. 허가사항(EGFR‧ALK 변이가 없고 PD-L1 발현율이 50% 이상인 비소세포폐암)에 따라 환자에게 키트루다를 투여해 반응이 있을 경우엔 건보공단이, 반응이 없을 경우에는 회사 측이 약제비를 부담하는 것이다.

즉, 면역항암제의 반응률에 따라 약제비를 정부 혹은 회사가 나누어서 부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면역항암제의 경우, 환자에게 반응하면 획기적인 치료제가 되지만 반응률이 15~20% 정도로 낮은 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만성질환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김성주 전문위원은 “만성질환 중에서도 B형간염의 경우, 안전성이 개선된 약제가 개발되었음에도 동반 질환이 심각하게 악화돼야만 교체투여를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길리어드의 B형간염 치료제 ‘베믈리디(성분명: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 푸마르산염, 이하 TAF)’는 기존 치료제인 ‘비리어드(성분명: 테노포비르 디소프록실 푸마레이트, 이하 TDF)’에 비해 신장 독성과 골관련 부작용이 개선됐고 내성 우려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B형간염 약제의 보험급여 기준을 살펴보면 ‘교체투여는 ▲내성 ▲치료반응 불충분 및 무반응 ▲임신 ▲객관적으로 증명된 심한 부작용에 한해 급여를 인정한다. 또한 ▲복약순응도 개선 필요 ▲비용 효과성 개선 등은 의학적 타당성을 감안해 급여 인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객관적으로 증명된 심한 부작용’은 'T-score≤-2.5 또는 골다공증성 골절이 영상학적으로 확인된 경우'와 '사구체여과율(eGFR) 60 ml/min/1.73㎡ 미만 등과 같은 심평원의 심사 기준과 일선 의료진의 판단이 다를 경우, 베믈리디로 교체 처방하면 급여가 삭감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와 같은 심사 기준에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유럽간학회(EASL)는 지난 2017년 발표한 ‘B형간염 치료 가이드라인’을 통해 ‘60세를 초과한 환자 혹은 골질환‧신장질환을 동반한 환자’에게는 기존 TDF보다는 ETV(엔테카비어, 바라크루드) 혹은 TAF를 먼저 선택할 것을 권고했다.

 

도표-2. 2017 유럽간학회(EASL) B형간염 치료 가이드라인-1
도표-2. 2017 유럽간학회(EASL) B형간염 치료 가이드라인-1

 

도표-3. 2017 유럽간학회(EASL) B형간염 치료 가이드라인-2
도표-3. 2017 유럽간학회(EASL) B형간염 치료 가이드라인-2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 역시 “환자의 치료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신약의 사용범위를 보장해야 한다”며 “사용범위가 계속 제한되면 실질적인 치료 접근성이 개선됐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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