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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라미수의 본고장, 북부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트레비소’ 둘러보기
티라미수의 본고장, 북부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트레비소’ 둘러보기
  • 이서하 기자
  • 승인 2020.03.3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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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과 여행 - 8. 이탈리아 트레비소(Treviso)
달콤한 유혹, 누구나 좋아하는 Tiramisu(티라미수)는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
작은 골목들을 따라 이태리 현지인들의 삶을 둘러보며 티라미수의 본고장을 알아보자

 

카페나 레스토랑을 방문하면 커피와 더불어 디저트 메뉴를 주문하게 된다. 가장 널리 알려진 디저트 메뉴의 하나인 티라미수는 벨벳 같은 부드러운 맛과 더불어 열량과 영양 성분이 많아 기운을 북돋우어주는 기분 좋은 디저트 메뉴로 잘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디저트 메뉴인 티라미수는 커피, 카카오, 마스카르포네 치즈, 계란 노른자와 설탕 등을 이용하여 만드는데 여러가지 설이 있으나 이 곳 트레비소의 레 베케리(Le Beccherie) 레스토랑에서 1970대 캄페올(Campeol) 부부에 의해 처음 개발 되었다는 것이 정설로 알려져 있다.

이곳 방언으로 티라메수(Tiramesu)라고 불리기도 하는 티라미수를 이태리어로 풀어보면, Tirare(잡아당기다)–mi(나)–su(위)의 합성어다. 즉 나를 위로 당겨 올린다는 의미가 되는데, 이를 조금 의역해 보면 기분좋게하다 또는 기운나게하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커피와 함께 간단히 먹기도 하지만 이탈리아 정통 레스토랑에 가면 Appetizer(애피타이져), First dish, Second dish 다음에 먹는 디저트(dessert) 메뉴에 에스프레소와 더불어 티라미수를 주문한다.

유럽인들은 디저트를 Sweet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Sweet이라는 호칭과도 잘 어울린다. 티라미수는 일반 가정에서도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만드는 방법이 쉽고 단순하다. 필자도 가끔 집에서 만들어 냉장고에 보관하며 여유롭게 커피를 즐기는 주말 아침에는 하나씩 꺼내 먹기도 한다. 에스프레소를 내려 식히고, 계란 노른자와 마스카프포네 치즈와 설탕을 넣고 거품기를 이용해 부드러운 크림을 만들면 1차 준비는 끝이 난다. 여기에 사보이아르디(Savoiardi) 쿠키를 커피에 살짝 적신 후 그 위에 준비한 크림을 바르고 다시 커피에 적신 쿠키를 올리고 그 위에 크림을 펴 바르고 마지막으로 코코아 가루를 골고루 뿌려주면 완성된다. 사보이아르디 쿠키도 집에서 오븐을 이용하여 쉽게 만들 수 있으며 계란향이 도는 쿠키 자체로도 먹을 수 있으니, 나만의 쿠키와 나만의 티라미수 만들기에 도전해 보시기를 바란다.

사실 트레비소는 베니스와 인접해 있기 때문에 단체 패키지 여행이 아니라면 하루 정도 일정을 더해 둘러볼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근처에 프리미엄 아울렛도 있어 1박 2일정도의 여유를 가진다면 이탈리아 여행의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 때 필자가 한국 지사장으로 근무하던 이탈리아계 커피머신및 주방가전 회사의 본사가 이 곳 트레비소에 있기 때문에 출장을 가면 일행들과 저녁 식사를 겸해서 시내를 둘러볼 기회가 많다. 특히 기억에 남는 곳은 베네통 플레그쉽 스토아 근처에 있는 시장골목이다. 여러 상점들이 있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출장 때마다 들리는 작은 선술집이 보인다. 세계 각국의 여행 자들이 기념 삼아 걸어둔 각국 화폐와 먼지가 켜켜이 쌓인 선반에는 와인병과 오래된 장식품들이 이 집의 역사를 알려준다. 저녁 식사를 하기 전에 들러 간단히 와인 한잔과 햄, 프로슈토 그리고 치즈 등의 안주로 스탠딩 담소를 나눈다. 맛도 맛이지만 이 가게가 주는 편안함이 좋다. 같이간 일행들은 각자의 시간을 골목을 돌며 구경하고 쇼핑하며 보내다가 약속된 저녁 시간 30분에서 1시간 정도를 앞두고 자연스레 이곳으로 모여든다. 담소를 나누며 웃고 잠시 여유에 여유를 더하다가 미리 정해둔 레스토랑으로 옮겨 또 코스요리를 먹는다.

 

에피타이져 앞의 간식 정도 개념인데,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는 현지인들도 들러서 한잔씩 하고 간다. 우리네 포장마차 분위기는 아니고 간단한 안주에 와인 한잔하며 동료들 또는 지인들과 잠시 머물다 가는 일종의 일과 가정을 이어주는 중간지점 같은 느낌이다. 그들의 웃음 속에서 묻어나는 삶에 대한 여유가 잦은 야근으로 쌓인 피로를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

 

사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역사적인 건축물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건물을 쉽게 허물고 재개발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골목 하나하나가 볼거리이고, 관광지다. 늦게 간다는 느낌보다는 전통을 중요시 여기는 문화에서 느껴지는 사람냄새가 고층 빌딩숲에 익숙한 방문자들을 편안하게 해준다. 오래된 건물의 창가에 올려둔 화분들이 원료 그대로의 맛을 추구하고 자연 그 자체속에 머물고자 하는 이곳 사람들의 삶을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매년 열리는 전세계 각국의 지사장과 커머셜 담당 임원들의 회의일정에는 저녁식사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 곳 트레비소의 오래된 성을 통째로 빌리고 케이터링 회사에서 음식을 준비하여 3~4시간 동안 이어진다. 식사를 하기 1시간 정도 전에 이동을 해서 바비큐와 간단한 음식 그리고 칵테일이나 와인 등으로 동료들과의 친분을 쌓고 식사 장소로 들어간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문화라서 식사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배가 불렀던 에피 소드도 있다.

그룹 디너에서는 음식이 아주 천천히 나온다. 하나를 먹고 한참을 이야기 하다 보면 다음 메뉴가 나오는 방식인데, 요리하고 서빙하는 분들의 숫자가 적어서 그렇구나 생각 했는데, 나중에 총괄 쉐프의 설명을 듣고 보니 각 지역의 전통음식을 계승하고 미각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소위 말하는 ‘슬로우 푸드’ 컨셉이란다.

7시가 안되어 시작한 식사는 호텔로 복귀하면 저녁 10시가 훌쩍 넘는다. 아쉬움이 남는 동료들은 호텔바에서 좀 더 시간을 보내고 나머지는 각자의 방으로 올라간다. 한국과의 시차는 8시간 정도, 한국에 있으면 출근을 위하여 잠에서 깰 시간 이지만 시차 적응으로 밤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잠시 머물며 스피릿이라 부르는 이곳 카테일 한잔으로 숙면의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트레비소 시내는 한적하다. 작은 시골 동네라고 부르기에는 규모가 있고 그렇다고 도시라 부르기에는 규모가 작은 그러나 농산물 유통과 화학, 기계.금속 등의 산업이 잘 발달된 지방 소도시 정도 된다. 인공미를 억지로 더해 현대적으로 꾸며진 느낌 없는 이 도시는 비옥한 토양에 와인 생산을 위한 포도밭이 넓게 펼쳐져 있고, 시내 길은 좁고 구불구불한 과거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시내길이든 일반 도로든 걷다 보면 이 도시가 주는 매력에 자연스레 빠져들게 된다. 회의일정중에 하는 점심식사에도 공식적으로 와인이 서빙 되고, 생수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마시는 스틸과 탄산수 같은 스파클링 형태로 두 가지가 항시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가 마시는 일반 생수를 원한다면, 스틸 or 스파클링이라 물어오면 센스있게 스틸 플리즈로. 이들의 삶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여유를 찾는다는 느낌이 맞을 것이다. 이곳 본사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여유롭게만 지낼 수는 없는 꽉 짜인 업무량이 있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유럽 자유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수동기어 변속하는 연습을 해두기를 권한다. 보수적이라고 해야 하는지 아니면 스포츠카의 나라답게 수동기어가 주는 운전의 묘미를 즐기기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자동 변속기 보다는 수동 변속기의 차량이 대중적이다. 자동 변속기에 익숙해진 우리의 운전 습관으로는 최소 한 두번은 시동을 꺼트려야 겨우 적응이 되므로, 호텔 안쪽 길을 두어 바퀴 돌며 연습을 한 후에야 비로소 도로로 나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티라미수로 유명한 트레비소 그리고 전통이 주는 편안함과 천천히 가는 것의 의미를 되새겨 주는 분위기의 골목길 그리고 시장 상인들. 베니스가 가까운 그래서 한번은 꼭 들러 보기를 추천하는 곳이다. 관광객들의 여유와는 또 다른 현지인들의 삶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을 느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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