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높아지는 불확실성, 2025년 국내 제약업계 영업마케팅 전략은? -하편-

한국아이큐비아 Marketing & Sales Excellence Lead 이강복 상무 인터뷰 "위기는 곧 기회…국내 제약산업에 도전이자 혁신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어"

2025-03-28     김응민 기자
약사신문 창간 38주년 특집

[창간특집] 높아지는 불확실성, 2025년 국내 제약업계 영업마케팅 전략은? -상편-

[창간특집] 높아지는 불확실성, 2025년 국내 제약업계 영업마케팅 전략은? -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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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김응민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은 국내 제약영업에 거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글로벌 주요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국내 제약사들 역시 비대면 채널을 적극 도입했지만,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방식이 적용됐다. 바로 전통적인 대면 영업의 가치는 유지하면서도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균형 잡힌 '하이브리드 영업 전략'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주목할 점은 코로나19 이후, 국내 제약업계는 또 다른 변화의 물결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따른 의료 대란 장기화와 트럼프 2.0 시대 개막에 따른 자국 우선주의 확산,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증가, 경기 둔화 가시화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 속에서 제약사들이 생존하기 위해선 어떤 영업마케팅 전략을 구사해야 할까. 약사신문(팜뉴스)은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국내 제약업계 전문가인 한국아이큐비아 이강복 상무를 만났다. 그의 인사이트를 약사신문 38주년 창간특집으로 전한다.

한국아이큐비아 이강복 상무

# 국내 제약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고비를 넘기자마자, 정부의 의대 증원에 따른 의정갈등이 새로운 이슈로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전공의 부족 현상이 마치 일상처럼 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제약사들은 어떤 영업 전략을 취하고 있는가?

의료 대란의 장기화에 따른 '전공의 부족' 현상은 국내 제약사들의 영업 환경에 구조적 변화를 초래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의 모습은 IQVIA 데이터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2024년 전체 제약업계 컨택 볼륨(Contact volume)이 2023년 대비 2% 줄었는데, 특히 F2F 디테일링(2%↓)과 F2F 미팅(18%↓)의 현저한 감소는 상급종합병원 기능 약화가 제약영업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대응해 국내 제약사들은 다음과 같은 체계적인 전략적 접근을 취하고 있다.

첫째, 채널 전략의 유연성 강화가 이뤄지고 있다. 2024년 데이터에 따르면, 대면 접근이 제한된 상황에서 e-디테일링(21%↑)과 e-미팅(10%↑) 등 디지털 채널을 통해 접점을 유지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둘째, 타겟 고객 다변화가 진행 중이다. 상급종합병원 의존도가 높았던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 준종합병원, 세미병원, 개원가로 영업 중심을 확장하는 접근법이 강화되고 있다. 이는 리스크 분산과 함께 의사와 환자의 이동에 맞춰 성장의 기회를 모색하는 대응으로 볼 수 있다.

셋째, 디지털 지원 인프라 고도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제약사들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지식 공유와 교육 지원에 대한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제한된 의료 인력 환경에서도 필수적인 의약 정보 전달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정보 접근성 향상과 함께 의사 결정 지원이라는 가치를 제공한다.

넷째, 데이터 기반 효율성 최적화가 핵심 전략으로 부상했다. AI(인공지능)와 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정밀 타겟팅을 통해 제한된 컨택 기회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접근법이 확산되고 있다.

다섯째, 협력적 파트너십 모델이 새로운 가치 창출의 핵심으로 대두되고 있다. 제약사들은 단순 제품 프로모션을 넘어 의료 시스템의 효율성 향상과 환자 경험 개선을 위한 포괄적 솔루션 제공자로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또한 병원 운영 효율화, 진료 지원 솔루션, 질환 인식 개선 캠페인, 환자 교육 프로그램 등의 부가가치 서비스는 단기적 매출 감소 방어를 넘어 장기적 신뢰 기반의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전략적 투자로서 구사되고 있다.

종합하면, 의료 대란의 장기화는 국내 제약사들에게 위기인 동시에 기존 영업 모델을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선도적인 제약사들은 이러한 변화를 수용해 더욱 효율적이고 의사 중심적인 접근법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위기 대응을 넘어 '제약영업의 변화의 시작점'으로 작용하리라 전망한다.

# 앞서 언급한 의료 대란이 장기화되면서 기존 상급종병의 입지가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준종합병원, 세미병원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의료 대란으로 인한 상급종합병원의 입지 축소와 준종합병원, 세미병원의 위상 강화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변화는 의료 전달 체계의 변화를 의미하며, 제약사들은 이러한 변화에 맞춰 영업 전략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의료 대란 장기화로 인한 상급종합병원의 입지 축소와 준종합병원, 세미병원의 위상 강화는 의정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러한 변화는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준종합병원과 세미병원의 위상 상승은 지역 의료체계 강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들 기관이 경증 및 중등도 환자를 효과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의료 전달체계의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으며, 이상적으로는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실질적인 의료 시스템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두 가지 핵심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전공의 부재와 전문의 감소로 인한 진료 질(質) 저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의료 인력, 병상, 장비 등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지역별 의료 격차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셋째, 이러한 변화가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상급종합병 원의 기능 약화가 중증질한 치료 역량 감소로 이어진다면, 국내 의료 시스템 전반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변화를 단순히 병원 간 위상 변화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의료 전달체계 전반의 재구성 과정으로 인식하고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의정 갈등 해소와 함께 의료 자원의 효율적 분배 지역 의료 격차 해소, 그리고 의료 서비스의 질적 수준 유지를 위한 종합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이러한 요소들은 의료전달 체계의 변화를 의미하며, 제약산업에게 도전이자 기회가 될 것이기에 제약사들은 이러한 변화에 맞춰 영업 전략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미 진행 중인 것으로 알지만) 상급종합병원 중심의 영업 전략에서 벗어나, 다양한 의료기관의 특성을 이해하고 각각에 맞는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유연한 접근을 통해 환자 중심적이고 효율적인 의료 생태계 형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아이큐비아 CI

# 2025년은 국제 정세 불안과 고환율·고금리 부담 상승, 경기 둔화 가시화 등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이에 국내 제약사들은 어떤 생존 전략을 취해야 하겠는가?

불확실성이 높은 경제 환경 속에서 국내 제약사들은 다음 몇가지 전략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원가 절감 및 효율성 극대화: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영업 및 생산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가치 기반 차별화 전략: 경제적 압박 상황에서 의료진과 환자들은 비용 대비 가치를 더욱 중요시하게 된다. 실질적인 임상 가치와 경제적 효율성을 입증하는 데이터 제공이 필요한 이유다. 특히 건강보험 재정 압박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경제성 평가와 비용 효과성 데이터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R&D 투자 강화: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신약 개발 및 혁신 기술 확보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 특히 AI를 통한 신약 후보물질 발굴, 자동화된 실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등이 중요하다.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 국내 시장의 불확실성을 상쇄하기 위해,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한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한미약품 등 선도 기업의 미국·중국 시장 성공 경험을 벤치마킹하고, 각 시장의 특성에 맞는 현지화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공급망 다변화 및 리스크 관리: 국제 정세 불안으로 원료 수급 불안정성에 대비해 공급망 다변화와 국내 생산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중국·인도 등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가능한 경우 국산 원료 활용을 확대해야 한다.

최근 정부의 약가우대 정책을 활용한 국내 원료 자급률 향상 전략은 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효과적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 참여를 통한 사업 다각화도 고려: 제약 중심에서 디지털 치료제, 환자 모니터링 솔루션, 질병 관리 플랫폼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장기적 성장을 위한 방안이 될 수 있다. 특히 기존 약물 치료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디지털 솔루션 개발은 새로운 수익원 확보와 기존 제품의 가치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불확실한 경제 환경은 국내 제약산업에게 도전이자 혁신의 기회다. 단기적인 비용 효율화와 함께 중장기적인 혁신 역량 강화를 균형 있게 추진하는 기업만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관계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 팬데믹과 의료대란, 경제적 불확실성이라는 삼중고를 겪으면서도 놀라운 적응력과 혁신 역량을 보여주었다. 또한 지속적인 도전과 혁신을 통해 성장도 멈추지 않았다.

올해 1월에 주요 제약사의 CEO 인터뷰나 시무식에서 발언 중 ▲글로별 시장 진출 ▲신약 개발 역량 강화 ▲연구개발 중심의 조직 문화 ▲글로벌 경쟁력 ▲고객 가치 향상 ▲인재 육성 ▲디지털 신사업 등을 강조한 것을 볼 때, 이런 지속적인 도전과 혁신에 대한 결의를 읽을 수 있었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혁신을 위한 투자와 인재 육성과 조직 문화 혁신에 투자가 잘 이뤄져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포부가 잘 실현되기를 바란다.

끝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및 제약사에게 다음의 몇 가지 사항들을 당부 드린다.

"의사-환자-보험 당국의 삼각관계를 균형 있게 관리하십시오" 의약품의 가치는 임상적 효과성 뿐만 아니라 경제적 효율성, 환자 경험 개선 측면에서도 평가된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비용 효과성과 환자 삶의 질 개선을 입증하는 실질적 데이터 구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협력적 생태계 구축에 동참하십시오" 복잡한 의료 환경에서 단일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제약사, 의료기관,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정부, 학계 간의 열린 협력을 통해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특히 '전공의 부족' 현상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의료 시스템의 효율성 향상을 위한 솔루션 개발에 제약산업이 적극적으로 기여할 필요가 있다.

"옴니채널 역량을 고도화하십시오" 한국 제약시장은 여전히 F2F 대면 영업방식 중심(96%)이지만, 디지털 채널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이메일, e-디테일링과 같은 디지털 채널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채널 다변화가 아니라, 고객 여정 전반에 걸친 일관된 경험 제공이며, 앞으로는 개인화와 적시성을 더욱 강화한 옴니채널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환자 중심적 관점을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삼으십시오" 기술과 채널, 규제 환경은 계속 변화하지만, 환자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궁극적 목표는 변함이 없다. 모든 전략과 투자, 혁신 노력이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 끊임없이 자문하고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한 까닭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지난 수년간의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하며 놀라운 회복력과 적응력을 보여줬다. 한국 제약사들이 변화하는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해 왔고 이러한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앞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더 많은 성장과 혁신을 이루어낼 것이라 믿는다.

제약산업은 단순한 의약품 공급자를 넘어 의료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로서, 모든 이해관계자와 함께 보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여정에 앞장서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