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암살자 ‘블랙아이스’, 보행자 낙상 사고 위험 높여

일반 도로 14배, 눈길보다 6배 더 미끄럽고 육안 구별 어려워 낙상으로 인한 고관절 및 손목 부상 더욱 클 수 있어

2019-01-02     김하언 기자
동탄시티병원 권혁빈원장

올 겨울 이상 한파가 예상되는 가운데 본격적인 겨울 날씨로 접어들며 블랙아이스(black ice)로 인한 교통사고가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지난 11일 전남 장흥에서 17대 추돌 사고, 13일 경남 창원에서 12중 연쇄 교통사고, 16일 경부고속도로에서는 슈퍼카로 인해 전복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도로 위 암살자’라 불리는 블랙아이스는 기온이 갑자기 내려갈 경우, 녹았던 눈이 다시 얇은 빙판으로 얼어붙는 현상으로 낮 동안 내린 눈이나 비가 아스팔트 도로 틈새에 스며들었다가 밤사이 도로의 기름, 먼지 등과 섞여 도로 위에 얇게 얼어붙은 것을 말한다.

일반 도로보다 14배 미끄러워 사고의 위험이 훨씬 커지는데 도로에만 국한되지 않고 인도에서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 인도 위 얼음이 워낙 얇고 투명해 알아차리기 어렵고 눈길보다 6배 더 미끄러워 노년층을 비롯한 젊은층도 낙상 사고로 인한 손목, 고관절 등에 대한 부상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미끄러운 길에서 넘어질 때 손목을 먼저 짚으면 손목 골절, 엉덩방아를 찧으면 고관절 골절이 발생하는데 넘어지는 순간 손으로 바닥을 짚게 되면 체중의 최대 10배의 하중이 전달된다. 손목 부상으로 움직임이 불편해지면 팔꿈치나 어깨 등 다른 관절을 더 사용해 다치지 않은 주변 부위까지 통증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상은 비교적 치료 기간도 짧고 예후도 좋은 편이다.

문제는 온전히 엉덩이로 넘어졌을 때 발생하는 고관절 골절의 경우. 뼈가 완전히 부러지면 심한 통증에 바로 병원을 찾지만, 단순 타박상으로 여겨 치료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고관절은 몸체와 하지를 연결하는 관절로 이 부분에 문제가 생기면 당장 일상적인 활동에 큰 제약이 생긴다. 특히 고령 환자는 이 부분 골절이 발생하면 독립 보행이 불가능해지고 심한 경우 폐렴, 욕창, 패혈증과 같은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무서운 골절이다.

동탄시티병원 권혁빈원장은 “겨울철은 다른 계절에 비해 근육, 관절의 유연성이 저하돼 가벼운 충격에도 골절로 이어지기 쉽다”며 “낙상으로 인한 골절은 심하면 생명이 위태로운 합병증까지 유발할 수 있고 특히 평소 골다공증이 있다면 사소한 낙상에도 골절이 발생하기 쉬워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