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인정받는 혁신 치료제 초점
글로벌 제약기업의 교훈 - 신약개발 新트렌드
2011-09-05 조성우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많은 글로벌 제약사들은 그동안 주력 분야가 아니었던 희귀질환에도 자사의 R&D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기존 치료 영역의 경우 전혀 새로운 메커니즘을 보유한 신약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를 위해 혁신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테크 및 역량을 갖춘 중소 전문제약사들과의 협력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많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말라리아, 고셔병(Gaucher disease), 쿠싱 증후군(Cushing’s syndrome), 파브리병(Fabry disease), 루게릭병(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근위축성측색경화증), 헌팅턴 무도병(Huntington’s disease, 유전성 중추 신경 질환), 희귀 백혈병 및 림프종 등 희귀질환을 타깃으로 혁신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진단학 및 영상의학의 발전으로 희귀질환에 대한 접근이 과거에 비해 용이해졌으며, 신약에 대한 높은 수요 및 정부의 각종 혜택으로 인해 희귀질환 치료제의 상업성 또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희귀질환 타깃 R&D 관심 급증
현재 많은 대형 제약사들이 높아져가는 희귀질환 타깃 의약품에 대한 수요를 인식하고 혁신신약 개발을 위해 자사의 R&D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으로, 희귀의약품 시장은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적으로 환자의 니즈가 가장 높은 영역이다. 또한 대부분의 희귀질환 치료제들은 가격이 매우 비쌈에도 환자들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또한 대형제약사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파이프라인 위기와 특허만료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희귀의약품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이 주를 이루는 희귀의약품의 경우 일반적인 합성의약품과 달리 제너릭 공세에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앞서 강조한 사노피의 젠자임 인수건도 이러한 맥락에서 접근할 수 있다.
희귀의약품 시장의 높은 잠재력은 시장분석기관 <BCC Research>의 최근 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보고서는 글로벌 희귀의약품 시장이 2006년 587억 달러의 시장에서 2011년에는 818억 달러, 2014년에는 1120억 달러의 시장으로 급속히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업부 신설 등 과감한 움직임
이러한 긍정적 신호와 맞물려 몇몇 글로벌 제약사는 비용효율성이 떨어지는 부문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고 혁신 희귀질환치료제 개발에 R&D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일례로, GSK는 작년 2월 신약에 대한 수요가 높고 성장잠재력이 큰 희귀질환 부문에 자사의 R&D 역량을 집중할 것임을 시사하고 사업부를 신설한 바 있다. 화이자 역시 작년 같은 목적으로 사업부를 신설했다.
이러한 R&D 전략 수정은 희귀질환 치료제의 경우 승인과정에서 규제당국의 각종 특혜를 받을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프로모션 비용이 적고 마진이 높아 매력적인 분야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Orphan Drug’으로 지정될 경우 미국과 유럽 등 주요시장에서 승인과정이 일반 치료제 보다 간략하고 신속하며 각종 세제혜택 및 추가적인 독점판매 기간이 부여된다.
희귀질환 R&D 사업부 신설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파이프라인 재조정을 통해 희귀질환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은 R&D 비용절감 차원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분명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희귀의약품은 수익적인 측면에서도 유망한 영역이라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차별화된 작용기전 및 가치 중심
이렇듯 블록버스터 제품의 특허만료에 직면한 글로벌 제약사들은 그동안 소외됐던, 혹은 무관심했던 질환들에 보다 관심을 갖고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WHO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제약사 혹은 리서치그룹과 공동으로 140여개의 희귀약물과 백신, 진단툴 등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대한 틈새시장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현재 많은 제약사들이 차세대 작용기전과 충족되지 않은 니즈(unmet needs)에 초점을 맞춘 의약품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다양한 암을 타깃으로 하는 항암제의 비율이 높다. 항암제 부문은 매년 큰 진전을 보이고 있는데, 특히 유전적 돌연변이에 초점을 둔 신약개발 노력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보다 향상된 진단기술을 적용해 최적화된 표적항암요법을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기존 항암화학요법의 범주에서 벗어나 체내 면역 시스템을 종양 파괴에 이용하도록 설계된 혁신 치료법(ex, 암 백신)의 진전 또한 지속되고 있다.
차세대 혁신 메커니즘 기대주
최근 글로벌 R&D 키워드인 환자의 미충족 의료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후보약물들이 글로벌 제약사들의 파이프라인에 다수 포진하고 있다.
우선, 암젠이 난소암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AMG 386은 재조합 Fc-펩티드 융합단백질(Fc-peptide fusion protein)로 혈관생성(angiogenesis)을 억제하는 기전을 갖고 있는데, 최초의 암 융합단백(peptibody) 저해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머크(북미이외 MSD)의 CETP 저해제 anacetrapib은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을 높이는 기전을 갖고 있는데, HDL 상승은 고혈압 치료와 관련해 환자의 니즈가 높은 분야여서 특히 주목받고 있다.
Onyx Pharma가 개발 중인 첫 선택적 프로테아좀 억제제(specific proteasome inhibitors) 계열 항암제 Carfilzomib은 다발성 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광범위 임상에서 잠재력을 확인시켜 준 기대주이다.
젠자임이 개발 중인 Eliglustat tartrate는 경구용 글루코실세라마이드(Glucosylceramide) 아날로그로, 현재 고셔병 치료제가 모두 정맥주사제인 점을 고려할 때 향후 R&D 성과가 기대된다.
비용절감 위해 전자임상시험 도전
올해 화이자는 업계 최초로 100% 전자임상시험(electronic clinical trial, eCT)에 도전해 주목받고 있다. 임상개발과정의 효율성을 높여 R&D 비용을 절감하기 위함이다.
화이자는 임상 대상 환자들이 집에서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했는데, 환자들은 병원에 방문할 필요 없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통해 임상시험의 진행과정을 보고할 수 있다.
100% 전자식 자택 임상시험으로 주목받는 이번 연구는 환자모집부터 온라인을 통해서만 진행되며, 실험약물(제품명 Detrol)도 직접 환자에 발송한다는 방침이다.
캘리포니아대학과 샌프란시스코대학에서 해당 연구를 관리할 예정인데, 화이자는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일반적인 임상시험에 비해 요구되는 인프라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결과가 좋을 경우 이를 향후 실험약물에도 적용시켜 임상개발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긍정적 시너지 위한 결합 확대
지난 2009년은 제약업계 M&A 역사상 가장 화려한 한해로 회자되는데, 화이자의 와이어스 인수건을 비롯해, 로슈의 제넨텍 잔여지분 인수, 머크&컴퍼니의 쉐링-프랑우 인수 등 굵직굵직한 M&A가 다수 진행된 바 있다.
이는 R&D 부문에 있어 긍정적 시너지를 위한 결합으로 풀이할 수 있다. 실제로 2009년 대규모 M&A 사례에는 백신을 포함한 바이오의약품 부문의 역량강화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작년에도 이러한 목적의 결합이 활발히 진행됐는데, 황반변성 치료제 루센티스를 보유한 노바티스는 알콘을 인수하며 아이케어 부문에서 긍정적인 시너지가 기대된다.
크루셀의 백신 제조시설과 기술, 공급망을 확충한 존슨&존슨은 백신부문의 역량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됨은 물론 이머징마켓 공략에도 시너지를 발휘, 사업다각화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전망이다.
화이자 역시 작년 진통제 부문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미국의 대형 제약사 킹제약(King Pharmaceuticals)을 36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는 진통제 R&D 부문의 긍정적 시너지와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